봄이 되면 산과 들에 새순이 돋고 뿌리 약초 채취철이 시작된다. 땅속에 머물던 생명력이 뻗어 오르는 시기이자, 예부터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약재를 준비하던 때다. 그중에서도 '둥굴레'는 이른 봄부터 눈에 띄는 약초다.
줄기가 죽순처럼 뚫고 올라와 비료가 덮여 있어도 거침없이 자란다. 채취한 뿌리는 말려 차로 우려 마시거나 떡과 술로 만들어 먹는다. 산과 들에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예부터 귀한 약재로 알려져 왔다.
둥굴레는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이다. 원줄기 단면이 둥글고 줄기는 비스듬히 50~80㎝까지 자란다. 꽃은 5월에 피며, 수술은 9개로 구성돼 있다. 수술대에는 털이 없고 꽃밥은 수술대보다 짧은 3㎜ 길이다. 열매는 흑록색으로 밑을 향해 처지는 모양을 갖는다.
'동의보감'기록에 따르면 둥굴레는 평안도 지역에 자생했고, 임금에게 진상하던 약재로 분류됐다. 흉년이 들었을 때는 백성들이 주식 대용으로 삼아 '구궁초'라 불렸고, 숲속 사슴이 좋아하는 풀이라는 이유로 '녹죽'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생약 중 첫 번째로 꼽혔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효능에 대한 평가는 높았다.
기운 없고 마른기침 날 때 찾았던 둥굴레뿌리
민간에서는 이 뿌리를 쪄서 껍질을 벗기고 콩과 함께 빻아 반죽해 떡으로 만들어 먹었다. 기력이 쇠하거나 마른기침이 계속될 때, 혹은 몸이 여위고 정력이 약해졌을 때 자주 쓰였다. 뿌리를 말려 차로 마시면 좋다는 전통도 내려왔다. 끓인 물은 식전에 여러 번 나눠 마셨고, 떡이나 약술로 만들어 특별한 날 복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둥굴레의 맛은 달고 씹으면 점성이 있다. 자양 강장 작용이 있어 만성피로, 허약 체질, 위장 기능 저하, 정력 감퇴 증상 등에 두루 쓰인다. 특히 기침이 마르고 힘이 없을 때 탁월하다고 여겨졌다. 12g 정도의 뿌리를 물 300cc에 넣고 달이면 간편하게 차처럼 마실 수 있다.
끓인 둥굴레를 계속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대에 들어 둥굴레는 티백 형태로 상품화돼 있다. 꾸준히 마시면 혈당이 내려가 당뇨 관리에 도움이 되고, 혈압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기관지염 완화, 지질 개선, 중금속 배출 작용까지 알려지며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기 요리에 넣으면 잡내를 줄이고 깊은 맛을 내기도 한다. 대추와 함께 달여 차로 마시는 방식도 일반화돼 있다.
둥굴레는 재배 관리가 비교적 수월한 작물이다. 내한성이 강하고 사질양토에서 잘 자란다. 수확량이 많고 수확 시기를 조절할 수 있어 인건비 부담이 적다. 봄철 새순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힘이 강해 거름을 많이 줘도 문제되지 않는다. 이런 재배 특성 덕분에 건강 식품뿐 아니라 농업 작물로서의 가치도 함께 인정받는다.
이처럼 둥굴레는 뿌리를 달여 마시고, 떡이나 술로 만들어 먹는 방식이 오랜 세월 이어져 왔다. 그만큼 몸에 남는 감각이 분명했고, 사람들 기억 속에도 강하게 자리했다.
그래서일까. 이 식물에는 신선이 늙지 않고 살았다는 이야기부터, 둥굴레꽃을 먹고 수백 살을 살았다는 말까지 여러 전설이 붙었다. 단순한 약초에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 사람 곁에 머문 식물이기에 그런 상상도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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