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명품 패션업체인 '마이테라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클리거(58)는 지난달 24일 경쟁업체로서 경영난을 겪던 YOOX Net-a-Porter(YNAP)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YNAP의 전신인 '넷어포르테(Net-a-Porter·인터넷에서 바로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유래)' 는 2000년 패션 저널리스트 매시넷이 설립해 온라인 패션 매거진과 쇼핑을 결합한 혁신적인 명품 플랫폼으로 성장했었다. 2010년에는 스위스 명품 그룹 리치몬드를 인수해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또 2015년에는 이탈리아의 YOOX와 합병해 YOOX Net-a-Porter·(YNAP)로 변신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명품을 파는 게 쉽지 않아 사업상 어려움을 겪자 이를 마이테레사에 매각한 것이다.
반면 경쟁업체이던 넷어포르테를 인수한 마이테레사는 8600달러(약 1203만원)짜리 깃털장식 프라다 드레스와 8400달러(약 1175만원)짜리 보테가 베네타 핸드백 등을 백화점이 아닌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전문업체다.
마이테레사의 매출 약 40%는 4%의 고객이 기여하고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최고부자들을 대상으로 그것도 온라인으로 팔아 패션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명품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마이클 클리거가 북극에서 냉장고를 파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는 1992년 경영컨설팅 및 소매유통 업계에서 활동해 2015년부터 10년 넘게 마이테라사 CEO로서 럭셔리 이커머스 시장을 이끌고 있다.
원래 마이테레사는 1987년 독일 뮌헨에서 부티크 매장으로 출발했으나 2006년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런칭해 글로벌 럭셔리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21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뒤 이번에 YNAP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명품과 온라인' 이질적 특성 불구
마이클 클리거가 성공한 경영비법?
명품 온라인 업체들은 플랫폼 자체가 럭셔리 시장에 어울리지 않을 뿐더러 심각한 시장 위축으로 관련업체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마이클 클리거는 독보적으로 시장의 예상을 뛰어 넘어 매년 두자릿수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마이클 클리거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온라인 시장에서 명품 판매로 성공을 거둔 비결에 대해 "나는 명품에 호기심이 있는 소비자들이 아닌 진짜 억만장자 고객들에게만 초점을 맞춘 부자 마케팅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억만장자의 신규 고객 한명을 유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이미 확보된 억만장자들에게 명품을 한번만 파는 게 아니라 10번, 100번을 파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매년 수십억원씩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늘려 극소수의 억만장자들만을 위한 대규모 이벤트와 브랜드 협업을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는 다른 경쟁업체들이 고객 확보를 위한 '명품의 할인행사'에 집중하는 것은 내 철학에 맞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예컨대 그는 돌체엔가바나와 함께 포르토피노 이벤트 같은 특별한 경혐을 억만장자들의 구매 충성도로 연결하는 마케팅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는 얘기다.포르토피노는 이탈리아의 리비에라에 위치한 고급 휴양지로서 유명인사들이 참석하는 프라이빗 파티로 유명한 곳이다. 명품 패션쇼 뿐만 아니라 고급 요트 페스티벌, 독특한 미슐랭 세프의 미식행사 등이 열린다. 이밖에 발렌티노의 로마 아카이브 투어 등 억만장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아카이브 투어란 발렌티노 브랜드의 역사적인 드레스와 디자인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투어를 말한다.
그는 명품 판매의 위험요인으로 여전히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손꼽았다. 아무래도 억만장자들은 주식과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시장이 붕괴되면 어쩔 수 없이 명품 판매에도 파장이 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아직까지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좋은 데다 부동산시장도 나쁘지 않아, 명품 업체들이 그나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만약 이들 시장이 붕괴는 일이 발생한다면 불가피하게 어려운 시기를 맞아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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