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국내에서 금지된 초기 암호화폐 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 방식으로 투자금을 가로챈 '유닛코인' 사기 사건의 피고인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2019년 서울 송파구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암호화폐 투자 열풍 속에서 법원이 사기죄를 적용한 주요 사례로 꼽힌다. 피고인이 ICO 금지 사실을 알고도 거짓 투자설명을 한 점, 약속한 코인을 지연 지급해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힌 점 등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 불법 ICO로 1억6000만원 편취
2019년 3월 서울 송파구의 한 사무실. 50대 암호화폐 사업가 A씨(51)는 "유닛코인에 투자하면 상장 시 몇 배 이익이 가능하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A씨의 말을 믿은 피해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총 1억3000만원을 건넸다. 유닛코인은 국내 기업이 발행한 코인으로 온라인 쇼핑과 교육 서비스에 사용된다고 소개됐다.
그러나 ICO는 2017년 9월부터 국내에서 전면 금지된 투자 모집 방식이었다. A씨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발행사 B씨로부터도 경고를 받았음에도 피해자를 속였다. 2019년 8월에는 "ABBC 코인(알트코인의 한 종류)을 대신 구입해주겠다"며 추가로 3000만원을 받아냈다.
A씨가 이때 불법으로 모은 금액은 총 1억6000만원에 달했다. 그는 뒤늦게 약정했던 유닛코인과 ABBC 코인 일부를 넘겨줬지만, 약속된 기한보다 1년 가까이 늦은 시점이었다. 그 사이 유닛코인 가격은 폭락해 피해자는 투자금 대부분을 잃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2022년 11월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코인 관련 판단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속여 투자금을 편취한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2022고단1552)"고 밝혔다. A씨 측은 "코인을 모두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약속된 코인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피해자에게 손실을 입혔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 허위 과장 코인 정보로 투자유인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투자 판단의 기초가 되는 중요 사실을 거짓으로 알렸는가"를 사기죄 적용 근거로 삼았다. A씨는 ICO 금지 사실을 숨긴 채 합법적 투자로 꾸몄고, 유닛코인의 사업성과 상장 가능성을 과장했다.
재판부는 "암호화폐 발행인의 능력이나 사업 실체가 불분명한데도 있는 것처럼 속여 투자자를 유인한 경우"로 보고 형법상 사기죄의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허위·과장 정보 제공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보면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정적 증거는 피고인이 ICO 불법성을 알고도 숨긴 점과 투자금 사용 내역을 입증하지 못한 점이었다. A씨는 ABBC 코인 관련 거래기록을 제출하지 못해 법원은 3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봤다. 유닛코인도 약속 시기에 지급되지 않아 피해자의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서울중앙지법의 다른 유사 판결에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사업을 두고 고수익을 장담하거나 비정상적 방법으로 고수익을 약속한다“며 투자를 받는 행위를 사기죄로 규정한 바 있다.
◆ ICO 금지 이후의 그림자, 제도 변화 계기로
이번 사건은 2017년 ICO 전면 금지 이후에도 음성적 암호화폐 투자 유치가 지속됐음을 보여줬다. 별도 입법 절차 없이 행정지도 형태로 금지된 ICO는 제대로 된 감독망을 갖추지 못했고, 그 부작용은 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 불법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기관에 넘겨진 코인 투자사기는 2020년 16건에서 2021년 31건으로 급증했다.
투자자 보호 공백이 커지자 정부와 국회는 제도 정비에 나섰다. 유닛코인 사건 발생 4년 만인 2023년 6월 국회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암호화폐 거래소의 의무와 이용자 보호 장치를 법률로 규정했다. 해당 법률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으며, 검찰·금융당국 합동 암호화폐 범죄 수사단이 2023년 7월 출범해 코인 발행 사기,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 수사에 착수하는 등 집행 측면의 대응도 강화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불법 ICO 사기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률적 사각지대를 메우는 한편 합법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은 투명한 규제 아래 허용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투자시장에 경종을 울리고,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 간 규제 프레임워크의 재정립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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