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 혈변 등 장 증상 없어도 소아 크론병일 수 있어 주의 필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크론병은 10대 중반에서 20대 후반에 호발하는 염증성 장 질환으로 복통, 설사, 혈변 등의 대표적인 장 증상과 항문 병변, 피로감, 발열 등의 장 외 증상을 보인다. 특히 소아·청소년 연령에서 발생하는 크론병의 경우, 약 25%에서 장 외 증상만으로도 발현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크론병과 동반된 전신 및 장 외 증상은 소아·청소년 크론병의 진단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크론병의 대표적인 장 외 증상은 항문 병변이다. 항문 병변은 대표적으로 항문 누공과 항문 농양을 포함하는데, 최근 10세 이하의 항문 농양 환자에게서 크론병이 진단되는 경우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장 증상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빠른 진단과 치료가 당연히 필요하지만, 장 증상이 동반되지 않고 장 외 증상만 동반된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 또한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은실 교수는 “그 이유는 소아·청소년 크론병과 성인 크론병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로, 진단 당시 질병의 중증도가 성인 크론병 환자보다 비교적 높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성인 크론병보다 상부 위장관(식도에서 소장)까지 광범위하게 침범하고 깊은 궤양과 염증의 정도가 심하며 항문 누공이나 농양이 많이 동반된다”며, “항문 누공이나 농양의 경우, 국내 성인 크론병 환자의 경우 10~20%에서 동반되는 반면,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약 50%에서 동반된다”고 밝혔다. “특히 크론병에 의한 항문 누공은 생물학제제 없이는 치료가 불가하기 때문에 항문 병변이 있는 소아·청소년은 반드시 크론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질병의 진행 속도가 성인 크론병 환자보다 빠르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들의 경우 보호자들의 주의 깊은 관찰로 증상 발생 후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병원을 방문해 증상 기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단 당시 염증이 심하게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난치성 항문 주변 질환으로 진행하는 환자들의 비율이 높고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장협착, 복강 농양, 장 누공 등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 조기에 크론병을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키 성장에 영향을 준다. 크론병은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물질, 영양 흡수 저해, 성장 호르몬 변화 등을 통해 키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진단받지 못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지 못하면 키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김 교수는 “크론병은 조기에 진단하여 조기에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은 질환”이라며, “장 증상이 없더라도 항문 병변이 있는 경우,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