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짜리 매물 쌓였지만…‘멈춰 선’ M&A 시장, 거래절벽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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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원짜리 매물 쌓였지만…‘멈춰 선’ M&A 시장, 거래절벽 현실화

폴리뉴스 2025-05-02 12:26:19 신고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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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극심한 관망 기조에 빠졌다. 수조 원 규모의 대형 매물들이 대기 중이지만 좀처럼 후속 절차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거래절벽’이라는 단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조 단위 ‘빅딜’이 연이어 성사됐던 M&A 시장은, 지금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발을 빼거나 보류 버튼을 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M&A 시장의 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사업부 매각 철회다. 시장에서는 이 사업부의 가치가 수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평가해 왔으며, 글로벌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CJ 측은 최근 “매각을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에 관여하면서 대형 신규 딜에 대한 대응 여력이 줄어든 상태였다. 여기에 미국 내 생산기지를 보유한 CJ 바이오사업부의 경우, 미·중 갈등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가능성에 따른 ‘관세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신중론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매각 실패가 아닌, 글로벌 투자환경 변화가 국내 M&A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대형 매물에서도 나타난다. 미용 의료기기 전문업체 클래시스와 반도체 장비 기업 HPSP는 각각 수조 원대 매각이 기대되는 딜로 주목을 받아 왔으나, 현재까지 본입찰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데다, 시장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양측 모두 협상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들 기업은 높은 성장성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외 PEF와 전략적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왔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 M&A 전문가는 “딜 성사 가능성은 높지만, 지금은 누구도 먼저 움직이기 어려운 시기”라며 “가격 협상뿐 아니라 거시경제적 리스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조 단위 거래가 연이어 성사되며 국내 M&A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IMM 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의 에코비트 인수(약 2조 원) 등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는 1조 원 이상 규모의 거래는 LG화학의 워터솔루션사업부 매각 외에는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

LG화학은 역삼투막(RO 멤브레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처리 필터 제조 사업부를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넘기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며, 매각가는 1조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역시 최종 인수 계약 체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형 거래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배경에는 대외적 불확실성과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 기반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몸집 줄이기보다는 핵심 역량 유지를 택하고 있고, PEF 역시 공격적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당국의 리더십 공백 가능성도 시장의 움직임을 둔화시키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가운데, 후임 인선과 정책 방향성에 따라 시장의 중장기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퍼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로 예정된 대선이 전체 금융 정책의 향배를 결정짓는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복합적 리스크와 구조적 변화가 겹치며, M&A 시장은 명백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거래를 준비해 온 매도자와 잠재 원매자 모두 현재로선 상황을 지켜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딜의 절대 규모나 매물의 질과는 무관하게 지금은 시기적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PEF 업계에서는 당분간 딜소싱보다 기존 포트폴리오의 관리 및 구조조정에 집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딜은 충분히 많지만, 누가 먼저 나설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말이 업계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거시 환경이 다소 안정을 찾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정리될 경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딜은 있으나, 거래는 없다’는 기형적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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