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에서 시장을 헤쳐나아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도이체방크는 29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점증하는 경기침체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상승을 둘러싼 우려 속에 현재 시장 환경이 조정과 맞닥뜨리기 딱 좋은 조건이라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가 크게 인하될 것으로 보고 연말까지 연방기금금리가 1% 하락하리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시장의 인플레이션 예상과 상충된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스왑 시장의 데이터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율이 3월의 3%에서 상승한 3.47%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경기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에 나설 수는 있다. 하지만 연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인플레이션 억제다.
다시 말해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금리는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달 연설에서 이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며 관세가 도전적인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도이체방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시장이 최근 몇 년 동안 반복된 실수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실제보다 지나치게 완화적인 연준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2년, 2023년,, 2024년에도 시장이 연준의 완화적 행보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금리인하 기대감은 투자자들이 관세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주식시장은 경제가 약화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일례로 뉴욕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고점 대비 저점 하락폭(마이너스 10.0%)이 최근의 어떤 경기침체 상황과도 규모가 맞지 않는다”며 “신용시장에서도 미국 고수익채권의 신용스프레드가 어제 3.68%포인트로 마감했는데 이는 비(非)경기침체 상황에서 기록된 고점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유가 하락 역시 과거 경기침체 수준과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국채금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례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여전히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며 수익률은 하락하곤 한다.
도이체방크는 “이런 괴리를 고려할 때 향후 경제지표가 회복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불식된다면 지난해 여름과 비슷한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면서 “당시처럼 연준의 매파적 행보와 경기침체 부재라는 현실에 반응해 수익률이 빠르게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미국 자산과 해외 자산 사이의 명확한 괴리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미 투자자산에 대한 수요를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미 국채의 안전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달 초순 미 국채에서 대규모 매도가 발생했다. 또 미 달러화는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 일부에서는 이를 ‘미국예외주의’(US exceptionalism)의 종말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 전망은 오히려 미 자산이 긍정적 뉴스에 크게 반등할 여지를 남긴다.
도이체방크는 “지난주만 해도 유로화가 4월 21일 고점을 찍은 이후 일부 되돌림이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합의를 원한다고 밝히고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할 의도가 없다고 말하면서 이런 반전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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