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시장, '월세 시대'… 1분기 월세 비중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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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서울 주택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서울에서 월세 계약 비중은 64.6%에 달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세가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이 같은 추세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과 금리 상승, 전세사기 후폭풍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서울을 포함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월세 선호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2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23만3천958건 중 6만2천899건이 월세 계약으로, 전체 임대차 계약의 64.6%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로, 서울 내 임대차 계약의 10건 중 6건 이상이 월세 계약인 셈이다.

월세 비중은 지난 몇 년간 급증세를 보였다. 2021년까지 월세 비중은 연평균 40%대에 머물렀으나,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53%, 56%로 높아지며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월세 비중이 61.2%에 달하며, 2024년 1분기에는 64.6%로 또 다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급격히 늘어난 월세 비중은 서울 주택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며, 앞으로도 월세 전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의 월세 비중 급증은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세 사기와 전세금 반환 문제는 여전히 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급증한 전세사기 사건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을 강화시켰다. 전세의 '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실질적인 문제로 다가오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됐다.

또한, 높은 전셋값과 은행 대출 금리 부담도 월세로의 전환을 부추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 하락 속도가 미미해 금리가 부담스러운 세입자들이 대출 없이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월세로 선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몇 년 간 시세 급등과 금리 상승으로 전셋값이 높게 유지되면서, 더 많은 가구가 월세 계약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빌라나 다세대 주택에서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전세사기 우려로 고액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전세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려 임대료 수익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가입 기준이 강화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빌라와 다세대 주택의 매매가격 하락에 따라 보증금을 낮추기 위해 일부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보증금 규모를 줄이는 대신 월세로 그 금액을 보충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히 서울 강동구와 같은 중소형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두드러지며, 많은 집주인들이 월세 선호를 강화하고 있다.

서울만이 아닌 전국적으로도 월세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1분기 월세 비중이 80%에 달했으며, 대전(68.5%), 울산(68%), 부산(66.5%) 등지에서도 서울을 넘어서는 월세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제주도는 관광업과 관련된 임대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상대적으로 월세 선호가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추세는 다른 지역에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전세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를 맞이하면서 거래가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월세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월세가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집주인들은 월세 수입을 통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추구하고, 세입자들도 금리 부담과 전세사기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월세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세 사기 예방과 함께 월세 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월세 선호가 급증하면서, 주택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불가피해졌고,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월세 비중의 급증은 단순한 시장 변화가 아닌,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과 금리 상승, 전세사기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월세 전환은 이제 단기적인 트렌드가 아닌, 주택 시장의 새로운 현실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관련 기관은 향후 월세 시장의 안정성 확보와 세입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