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광주FC와 알힐랄 경기에서는 전술적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차이가 보였다.
26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에서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전을 치른 광주가 알힐랄에 0-7 대패를 당했다. 이번 대회는 8강부터 중립구장에서 단판 승부를 벌이며, 8강 각 경기는 동아시아 권역 팀과 서아시아 권역 팀의 맞대결로 이뤄진다.
이날 광주는 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풀어나오는 기본적인 공격 스타일은 그대로 갖고 가되 알힐랄을 의식한 듯한 수비 전술을 들고 나왔다. 알힐랄이 워낙 좋은 선수들을 보유한 팀이다 보니 무작정 전방압박을 가하기보다는 4-4-2 혹은 5-4-1 두 줄 수비를 통해 알힐랄 공격을 최대한 제어하는 걸 1차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전반 6분 만에 그 계획에 균열이 갔다. 코너킥 상황에서 살렘 알다우사리가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을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가 가까운 골문 쪽으로 앞서나가 머리로 돌려놨고, 이 공이 그대로 골문 안에 들어갔다. 밀린코비치사비치를 제어하지 못한 전술적인 아쉬움도 있었지만, 192cm 장신으로 광주 선수들에 비해 우월한 피지컬을 가진 것도 실점 요인이 됐다.
이 장면은 이날 광주와 알힐랄 경기를 요약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이후로도 광주 선수들은 알힐랄 공격을 막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양 측면에 스피드가 좋은 마우콩과 살렘 알다우사리가 위치했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했다. 측면이 붕괴되자 연쇄적으로 광주 수비 조직이 무너졌고, 알힐랄 선수들은 편안하게 컷백과 크로스를 통한 득점에 성공했다. 마르쿠스 레오나르두가 기록한 알힐랄 두 번째 득점,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가 넣은 알힐랄 네 번째 득점이 대표적이다.
아예 ‘체급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득점 장면도 있었다. 살렘 알다우사리가 알힐랄 세 번째 득점 장면에서 광주 수비를 가볍게 스피드로 제친 뒤 여유롭게 골을 넣는 장면이나 알힐랄 마지막 득점 장면에서 압둘라 알함단이 강한 힘으로 때린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가른 게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광주 수비는 사소한 것에도 그대로 무너지는 경향이 강했다. 후반 34분 알힐랄 다섯 번째 득점 장면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마우콩이 공을 잡자 순간적으로 수비라인에서 왼쪽 하프스페이스를 맡았던 주세종이 마우콩을 수비하기 위해 딸려나왔다. 마우콩은 미트로비치에게 패스한 뒤 곧바로 주세종이 비워둔 공간으로 뛰어들어갔다. 순간 속도가 워낙 좋아 주세종이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마우콩은 미트로비치의 리턴 패스를 받아 득점까지 성공했다.
이날 광주는 자신들이 준비한 전략을 실행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경기를 마감했다. 공격 전개는 충분히 인상적이었으나 이 역시 기량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전반 9분 아사니가 1대1 기회를 맞은 걸 제외하면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전술이 상당히 발달한 지금의 축구에서도 전술로는 극복할 수 없는 근본적인 기량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