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창민 기자] 글로벌 관세 전쟁에 휘말린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익 우려에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동종 업계는 물론 경쟁 회사까지 협력을 넓히고 나섰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과 동맹을 가시화하면서 '오월동주'로 주목받은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관세 대응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GM과 포괄적 협력을 맺었다. 승용·상용 차, 내연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생산 등이 골자다. 양사는 이후 현대차가 밴 형태의 전기차를 제공하고 GM은 픽업트럭을 현대차에 공급하는 방식까지 논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GM과의 협력 이후 빠르게 보폭을 넓혀왔다. 체코 스코다 그룹 산하 스코다 일렉트릭, 웨이모, 도요타, 엔비디아 등으로 대상 기업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그룹사 현대제철의 경쟁 업체로 꼽히는 포스코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협력 분야도 다양하다. GM과 자동차 산업 전방위 협력을 맺은 현대차그룹은 스코다 일렉트릭과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웨이모와는 자율주행 파트너십을 맺고 자동차 파운드리 업체로의 도약을 공식화했다. 이어 도요타와는 휴머노이드로봇 개발을, 엔비디아와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고도화 등을 위한 전략적 협업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미국의 '25%' 관세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수익 저하 우려에도 사업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기존 사업은 물론 신사업까지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에 맺은 GM과의 협력은 GM에서 공급받은 트럭에 '현대차' 로고를 달고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선제적으로 부담을 완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의 발언에서도 관세위기에 대한 극복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지난 서울모빌리티쇼 미디어데이에서 "관세 관련해서 발표가 있었는데 이전에도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며 "(정의선) 회장님은 도전 과제에 적응하는 것이 우리의 DNA라고 말씀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현대차 미국 법인이 두 달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24일과 25일 각각 1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양사가 1분기 역대급 판매 실적을 낸 만큼 71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1분기보다는 2분기 실적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3일부터 미국 밖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가 본격적으로 매겨지기 시작하면서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관세 전쟁에서 정면 돌파로 방향타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영속하지는 않는 만큼 손해를 감내하고 미래 투자를 늦추지 않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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