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도, 부산 사람도 광주를 가면 한 번쯤 들르게 되는 곳들이 있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언제나 먹거리다. 남도 음식의 진하고도 거친 맛, 정갈함과 토속적인 풍미 사이를 오가는 그 깊은 스펙트럼을 광주에서는 네 곳만 돌아봐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확실한 맛이 있는 곳들. 레시피는 비밀이라지만, 그 맛은 확실히 전해진다. ‘가볼까?’라는 마음이 든다면 이미 반은 맛을 본 셈이다.
1. 한 점에 모든 정성이 담긴 곳, ‘금동화로’
광주의 생고기를 논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이곳. 당일 도축된 미경산 한우만을 쓰는 원칙은 고기의 신선함을 말할 필요조차 없게 만든다. 특히 앞다리 부위 특유의 쫀득함과 고소함은 단골들이 이 집을 ‘고기 성지’라 부르는 이유다.
특수부위로 내어주는 생간, 천엽, 대동맥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사장님의 손질과 양념, 그리고 함께 곁들여진 고추장 소스까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 안에서 완성되는 식감은 식도락가라면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맛이다.
구이도 빠질 수 없다. 부드럽게 칼집 넣은 살치살, 육향 가득한 안창살, 밑반찬 하나까지 직접 손으로 만든다. 마무리는 시원한 스지뭇국. 군더더기 없는 구성, 허투루 낸 음식이 단 하나도 없다.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는 네 곳
2. 찌개 하나로 완성되는 광주의 매운맛, ‘엄마네돼지찌개’
국산 고춧가루로만 맛을 내고, 조미료 한 스푼 없이 진짜 매운맛만을 고집한다. 메뉴는 단 하나. 이름 그대로 돼지찌개지만,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맛의 완성도는 꽤나 강렬하다.
맵기 조절은 불가능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재미가 이 집의 정체성이다. 함께 나오는 달걀부침은 매운맛을 잠시 식혀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그 자체로 훌륭한 반찬이 된다.
고소한 나물 밑반찬까지 정갈하게 차려져 있지만, 눈과 입은 결국 그 붉은 찌개로 향한다.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무언가 확 풀어내고 싶을 때 이 집만큼 확실한 선택은 없다.
3. 시장 속 별미 탐방, ‘해동수산’
광주 양동시장, 그중에서도 홍어를 다룬 전문 상가 거리에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곳들이 여럿 있다. 그중 하나가 37년 경력의 사장님이 운영하는 이곳이다.
홍어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홍어애부터, 잘 삭힌 홍어까지 단계별로 즐길 수 있는 구성. 홍어 삼합으로 들어가면 이내 막걸리를 찾게 된다. 강한 향에 처음은 놀랄 수 있어도, 막상 한 점씩 맛보다 보면 어느새 입이 먼저 찾게 되는 중독적인 맛이다.
한 끼 식사 이상의 체험이 되는 공간. 전통시장이라는 배경도 한몫한다. 신선함은 기본이고, 전통이라는 시간이 맛 위에 얹힌다.
4. 56년 전통의 콩물집, ‘원조두유’
콩물 한 사발로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다. 이곳은 그런 마음을 정확히 알아챈다. 돌맷돌로 직접 갈아낸 콩물은 국내산 콩만을 고집해 진하고 고소한 풍미를 그대로 살려낸다.
한 모금 들이켜면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고, 끝맛에 남는 고소함이 입안을 오래 머문다. 꾸덕한 원액에 물을 타며 농도를 조절하는 방식도 손님 취향을 배려한 방식이다. 설탕을 넣든, 소금을 더하든 정답은 없다. 다만 어느 쪽이든 ‘정말 맛있다’는 감탄은 같다.
두유는 간단한 음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먹어보면 그 단순함 속에 시간이 얼마나 깊게 배어 있는지 알 수 있다. 광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짜 전통의 맛이다.
맛은 결국 기억이다. 어느 거리, 어느 자리에서 먹었던 음식이 오래도록 남는 건 그 안에 정성과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네 곳에는 그런 기억을 만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한번 다녀오면, 돌아서서 또 생각나는 맛. 광주는 그런 도시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