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중국과의 협업을 본격화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으로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 등은 중국 업체들과 손잡고 차세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서 중국과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기업은 KGM이다. KGM은 최근 중국 체리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중대형급 전기 SUV를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또 토레스 EVX‧무쏘 EV 전기차 신차에 중국기업 BYD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도입했다.
LFP 배터리는 열 안정성과 수명에서 장점이 있으나, 에너지 밀도가 다소 낮다는 단점이 있다. 또다른 단점은 국내 환경이다. 국내에서는 배터리 소재 및 공급망과 관련해 정부 보조금 기준이 엄격하게 설정돼 있다.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차량은 보조금 지급에서 불이익을 받는 게 현실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전기차 보조금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확정 발표하면서, NCM(니켈·코발트·망간)계보다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성이 낮은 LFP(리튬·인산철)계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보조금이 낮게 책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 BYD의 LFP 배터리를 지닌 토레스 EVX의 정부 보조금은 지난 2023년(660만원)보다 203만원 줄어든 457만원으로 결정됐다.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진 364만원(2WD 18인치 기준)이다. 같은 기준에서 현대차 SUV 아이오닉5의 경우 국고보조금이 577만4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에서 매우 불리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중국산 배터리를 쓰거나, 플랫폼 공유를 고집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LFP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비해 대략 20~30% 정도 가격이 절감된다.
이 때문에 테슬라의 경우 지난 2023년 국내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 모델 Y 후륜구동(RWD)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넣어 가격을 확 낮췄다. 해당 모델은 보조금을 지원받게 되면 4000만원 후반부터 구매가 가능하며, 이번달 초 출시한 부분 변경 모델 ‘뉴 모델 Y’(코드명 주니퍼)의 지난 3일 기준 국내 사전 예약 건수가 1만5000대를 돌파했다.
플랫폼 공유 등 기술력 협업은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 KGM의 중국 체리자동차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의 프로젝트명은 ‘SE-10’로, 당장 내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출시 일정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KGM은 내연기관(가솔린)뿐만 아니라 친환경 라인업까지 확대해 니치 마켓 공략을 위한 다양한 파생 모델도 함께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KGM이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중요하게 여긴 건 ‘시간 싸움’이다.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작했다면 신차 출시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KGM 관계자는 “KGM은 전기차 시장 진입이 빠르지 않은 편이다. 자체기술만으로 신차를 개발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 투자도 너무 크다는 판단”이라며 “폭스바겐, 르노 등 유수의 기업들이 중국과 손 잡고 기술공유를 하는 만큼 KGM 역시 이번 협업을 통해 상품성 높고 가격 경쟁력을 갖춘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르노코리아자동차 또한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합작을 통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지리차의 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그랑 콜레오스’를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그랑 콜레오스는 출시 후 지난달 기준 누적 판매 대수 3만3375대를 기록하며, 르노코리아의 판매를 끌어올렸다. 업계는 국내에서 개발하기 어려운 하이브리드 핵심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산 부품을 통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사례로 보고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시장에서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과의 협업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자체 기술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의 기술과 부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현실적 전략”이라고 했다.
또 “중국 업체와의 협업은 단기적으로 원가 절감과 제품 다양화를 이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술 종속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며 “협업의 방향성과 지속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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