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박윤서 기자 = 손흥민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필드골은 벌써 77일 전이 마지막이다.
토트넘 홋스퍼는 11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8강 1차전에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1-1로 비겼다.
손흥민은 이날 선발 출전했다. 프리미어리그 14위, FA컵,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에서 탈락한 토트넘은 UEL에 ‘올인’했다. 지난 사우샘프턴전 손흥민은 57분만 소화하고 교체됐는데 그 이유는 UEL 8강 1차전이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체력적으로 보다 여유로운 상태에서 UEL 경기를 치르길 바랐다.
경기 시작 직후 몸놀림은 괜찮았다. 전반 10분 손흥민은 좌측에서 동료의 롱패스를 완벽한 퍼스트 터치로 수비를 따돌린 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했다. 달려오는 솔란케를 보고 왼발 크로스를 올려줬는데 정확도는 다소 떨어졌다. 골키퍼 품에 안겼다.
이후로 손흥민은 조용했다. 좌측에서 볼을 잡아도 예전처럼 날카로운 감아차기를 시도하거나 수비수 몇 명을 달고 시선을 분산한 뒤 동료에게 연결해주는 그런 모습이 없었다. 손흥민의 뒤에서 뛰어 들어오는 우도기에게 정직하게 내주는 정도가 다였다. 전반 29분에는 마음 먹고 좌측 하프 스페이스에서 감아차기를 시도했는데 아주 크게 벗어나기도 했다. 전반 32분 크로스의 정확도도 살짝 아쉬웠다.
날카로운 장면이 없었던 건 아니다. 후반전 들어서 달라졌다. 후반 10분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볼을 잡았고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골대 안으로 볼이 향했는데 골키퍼가 몸을 날려 막아냈다. 손흥민의 프랑크푸르트전 첫 번째 유효 슈팅이었다. 후반 12분에는 좌측으로 침투하는 우도기에게 감각적인 로빙 패스를 찔러줬다.
드리블은 아쉬웠다. 후반 15분 손흥민은 좌측에서 볼을 잡고 드리블을 시도했다. 전방에 상대 수비수 한 명 밖에 없었고 손흥민의 스피드라면 충분히 제칠 수 있었다. 그런데 퍼스트 터치를 가져간 뒤 상대 수비수가 달라붙자 곧바로 뺏겼다. 안쪽으로 드리블을 치는 것이 읽혔다.
손흥민은 경기 막바지 교체됐다. 79분 동안 패스 성공률 86%(38/44), 찬스 생성 2회, 유효 슈팅 1회, 드리블 성공률 0%(0/2), 크로스 성공률 33%(1/3), 파이널 써드 패스 3회, 지상볼 경합 승률 25%(1/4), 턴오버 12회 등을 기록했다.
확실히 손흥민이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볼을 잡으면 자신감 있게 수비수를 제치고 감아차기를 시도하던 손흥민의 모습이 나오고 있지 않다. 드리블도 자주 막힌다.
자연스레 침묵도 길어지고 있다. 손흥민의 마지막 필드골은 무려 77일 전이다. 지난 1월 말 UEL 리그 페이즈 호펜하임전 손흥민은 멀티골로 토트넘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후 손흥민은 15경기 연속해서 경기에 나섰으나 필드골은 없었다. 본머스전 페널티킥 득점을 터뜨린 것이 전부다.
그도 그럴 것이 손흥민의 나이가 벌써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1992년생의 나이는 적지 않다. 동년배들 중에서는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는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은퇴한 선수들도 있다. 에이징 커브라는 말이 딱 맞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손흥민이다. 토트넘 커리어 초반에 손흥민의 약점은 수비 가담, 볼 없는 움직임 등이었다. 손흥민은 점점 발전하여 수비 가담도 성실히 하며 활동량을 늘렸고 볼 없는 상황에서 더 나은 위치에서 볼을 잡기 위해 활발히 움직였다. 워낙 잘했던 스프린트나 양발 감아차기는 시즌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좋아졌다. 10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탑급 활약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에는 부단한 노력과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은 또다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골이 터지지 않는 기간 손흥민은 4도움을 올렸다. 예전처럼 득점 욕심을 부려도 될 상황에서 동료들을 활용하는 플레이도 점점 많아졌고 다소 무리하더라도 과감하게 슈팅을 때리는 빈도도 줄었다. 예전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데 무리해서 같은 것을 계속 시도하기보다 동료를 활용하는 노련한 플레이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언제나 그랬듯 적절한 변화와 노력으로 손흥민은 다시금 날아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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