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를 꿈꾸던 나는 시각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안마사로 살던 나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운명은 나를 어디까지 데려갈까요?”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쓴 조승리 작가가 두 번째 수필집을 펴냈다. ‘시각장애인 여성’이라는 납작한 정의를 훌쩍 뛰어넘는 조승리라는 사람의 매력이 펼쳐진다. 결국 승리하는 건 유머와 해학이라는 신념을 가진 자답게, 유쾌한 대화와 장면들을 페이지 곳곳에 머금고 있다. 한 가지 감각의 상실에 쉬이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용기 있게, 엉망이 되더라도 돌진하는 열정적인 에너지에 독자는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글이 전달하는 생생한 감각을 느끼며 깨닫는다. 정말로, ‘시력을 대신할 감각이 얼마든지 있다’는 걸. 낯선 여행지로 떠나고 플라멩코 수업, 바리스타 자격시험처럼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며 꾸준히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데 그는 오늘도 승리한다. 식당 아주머니의 ‘저런 사람들’이라는 무례한 말에,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야지” 하며 자신의 사명을 되뇌는 강함과 깊음이라니. 앞으로 그가 우리에게 보여줄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조승리 지음 | 세미콜론 펴냄 | 288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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