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코카인 경로를 추적하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유럽으로 향하는 주요 코카인 경로를 추적하다

BBC News 코리아 2025-04-10 10:32:03 신고

세자르
BBC
BBC는 갱단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고자 '세자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알바니아 마피아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와 '마약 500kg을 보내고 싶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널 죽여버릴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자르(가명)는 에콰도르의 범죄 마약 갱단 '라틴 킹스'의 조직원이었다. 그러다 부패한 마약 단속 경찰관에게 포섭되어 유럽 내 가장 활발한 코카인 밀매 네트워크의 일부인 어느 알바니아 마피아 조직을 위해 일하게 되었다.

이 알바니아 마피아 조직은 에콰도르를 통과하는 주요 마약 밀매 경로에 이끌려 최근 몇 년 동안 에콰도르에서 세력을 확장해왔다. 그리고 현재는 남미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코카인 흐름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자국에서는 코카인을 생산하지 않음에도 전 세계 코카인의 70%가 자국 항구를 드나든다고 말한다.

코카인은 세계 최대 코카인 생산국이자 이웃국인 콜롬비아와 페루에서 에콰도르로 밀반입된다.

에콰도르 내외로의 주요 코카인 밀반입 경로
BBC

현지 경찰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마약을 압수했으며, 대부분이 코카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전체 마약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올해 1월은 781명이 살해당하며 최근 몇 년간 가장 치명적인 달로 기록되었다. 살인 피해자 대부분이 불법 마약 거래와 관련이 있었다.

취재진은 마약 공급망 내부자들을 만나 왜 이 위기가 악화하고 있는지, 유럽의 코카인 소비 증가가 어떻게 이 위기를 부추기는지 살펴봤다.

올해 36세인 세자르가 처음 카르텔과 함께 일하기 시작한 것은 14살 때로, 그 이유 중 하나로 열악한 구직 상황을 손꼽았다.

세자르는 "이 알바니아 마피아 조직원들은 문제를 해결할 해결사가 필요했다"면서 "그리고 나는 항만 경비원, 운송 기사, CCTV 관리자 등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들에게 뇌물을 건네 이들이 눈 혹은 카메라를 돌려주거나, 에콰도르 항구로의 마약 밀수를 돕도록 했다.

항구에서 만난 과야킬 시장과 경찰들
BBC
크리스티안 코자르 쿠에바 경령(가운데)과 그의 팀원들은 마약 거래를 막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콜롬비아 혹은 페루에서 에콰도르에 도착한 코카인은 세자르를 고용한 알바니아 마피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선적 컨테이너를 알게 되기 전까지 창고에 은밀히 보관된다.

갱단들이 코카인을 선적 컨테이너에 밀반입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이다. 항구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화물에 마약을 숨기거나, 항구에 있는 컨테이너에 침입하거나, 해상에서 선박에 마약을 부착하는 방법이다.

세자르는 한 건으로 최대 3000달러(약 440만원)를 벌기도 하지만, 단순히 돈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다. "알바니아인들이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이들의 손에 죽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세자르는 마약 거래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특히 '부수적 피해자들'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유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잘못은 마약을 소비하는 국가에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가 계속 늘어나면 밀매도 증가할 것이다. 멈출 수 없을 것"이라는 그는 "만약 이들이 소비 국가에서 마약과 싸우면 여기서도 끝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갱단 조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노동자들도 이 공급망에 휘말리곤 한다.

후안(가명)은 트럭 운전사로, 어느 날 항구로 운송할 참치 화물을 싣게 되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창고에 가보니 화물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때 처음으로 의심하게 되었다"는 후안은 "회사 이름도 없는 임대 창고였다"고 회상했다.

"이로부터 2달 후 암스테르담에서 마약으로 가득 찬 컨테이너가 압수되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했습니다. 우리는 전혀 몰랐죠."

과야킬 항구
BBC
에콰도르는 직접적인 마약 생산지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의 코카인 수출국이 되었다

일부 운전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약을 운반하며, 강압에 못 이겨 운반하는 이들도 있으며, 이를 거부하다 살해당하는 이들도 있다.

유럽 갱단들은 비단 에콰도르의 지리적 위치뿐만 아니라 합법적으로 유럽에 수출하는 국가라는 점 때문에도 에콰도르에 이끌린다. 불법 화물을 그 사이에 편리하게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바나나 업계의 대변인인 호세 안토니오 이달고는 "바나나 수출은 에콰도르를 떠나는 컨테이너의 66%를 차지한다"면서 "29.81%가 유럽연합(EU) 국가로 향하는데, 마약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고 했다.

심지어 일부 갱단은 불법적인 활동을 위해 유럽과 에콰도르에 위장용 가짜 과일 수출입 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검사인 호세(가명)는 "이들 유럽 밀매업자들은 사업가로 위장한다"고 했다. 조직범죄를 표적으로 수사하고 있는 그는 협박을 받고 있기에 익명을 요구했다.

악명 높은 예시로 드리탄 지카를 꼽을 수 있다. 에콰도르 내 가장 강력한 알바니아 마피아 두목 중 하나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에콰도르에는 과일 수출 기업을, 유럽에는 수입 회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코카인을 몰래 거래했다. 여전히 도피 중이지만, 다국적 경찰 수사 공조로 그 외 여러 공범들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변호사인 모니카 루자라가는 지카의 동료 중 하나를 변호한 바 있다. 현재는 이러한 네트워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솔직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루자라가는 "그 당시 알바니아로의 바나나 수출이 호황이었다"며 말을 꺼냈다.

모니카 루자라가
BBC
모니카 루자라가 변호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마약 거래에 대한 당국의 대응 태도에 답답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루자라가는 당국이 바나나 수출이 호황이라는 점과 범죄 조직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빨리 조합해 파악하지 못한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는 듯했다.

"에콰도르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출이 증가한 품목이 딱 하나 있으니 바로 바나나입니다. 그러니까 2와 2를 조합하면 4라는 거죠."

밀수출이 증가하는 이유

에콰도르의 항구에는 경찰과 군대가 상황을 통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배를 띄워 바다를 순찰하고, 경찰은 바나나 상자에서 코카인을 찾고자 노력하며, 심지어 경찰 스쿠버 다이버들이 출동해 선박 밑에 숨겨진 마약을 적발하기도 한다.

심지어 바나나 상자를 선적 컨테이너에 싣는 과정을 지키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중무장하고 있다. 수색 중 마약이 발견되면 부패한 항만 노동자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고, 폭력 사태를 촉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지 에콰도르 경찰은 자국에서 성공적으로 빠져나간 코카인의 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한다. 수요 증가, 경제적 요인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에콰도르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압수한 마약은 약 300만 톤으로, 이는 연간 신기록이다.

에콰도르 국립 경찰 소속 크리스티안 코자르 쿠에바 경령은 "최근 몇 년 동안 유럽으로 향하다 적발된 양이 약 30% 증가했다"고 했다.

이렇듯 코카인 운반량이 증가하면서 이 공급망에 연루된 이들의 신변도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트럭 운전사 후안은 "컨테이너 오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자신이 더 위험해졌다고 토로했다.

후안은 전날에도 당국이 마약이 담긴 컨테이너 2톤을 압수했다면서 "예전에는 kg 단위였으나, 이젠 톤 단위로 이야기한다"고 했다.

"컨테이너를 오염시키지 않으면 2가지 선택지뿐입니다. 일을 그만두거나, 죽어야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가 흔들리면서 갱단의 유혹에 더 많은 에콰도르인들이 취약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빠듯해진 국가 경제, 조직범죄 대처 경험이 비교적 적은 보안군, 과거 느슨해진 비자 규정 등의 요소가 합해지며 2020년 이후 유럽 갱단의 에콰도르 입국이 쉬워진 것이다.

루자라가 변호사는 2021년이 "알바니아 마피아의 침투가 본격화된 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가 알바니아인들의 "유입" 및 알바니아 등지로의 바나나 수출이 급증한 시기와 맞물린다고 덧붙였다.

"이는 에콰도르에 해를 끼치고 범죄 조직에 이익을 주는 수익성 좋은 사업입니다. 고통 위에 세워진 경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유럽에 전하는 메시지

외국 카르텔을 향한 이러한 분노는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폭력 사태를 부채질하는지 고려하면 놀랍지 않다.

그러나 일부 밀매업자들 및 이들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한가지 동의하는 점이 있었으니, 바로 이러한 밀거래를 촉진하는 주체는 소비자, 특히 유럽과 미국, 호주 소비자들이라는 점이다.

UN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코카인 소비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코카인 사용률은 세계에서 2번째로 높다.

'영국 국가범죄청(NCA)'은 영국이 연간 소비하는 코카인이 약 117톤에 달하며, 이는 유럽 내 최대 규모라고 추정한다.

영국 내 코카인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도 존재한다.

영국 내무부의 폐수 분석에 따르면 코카인 소비량은 2023~2024년 기준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CA가 압수한 코카인 규모는 2023년 194톤이었으나, 2024년에는 약 232톤이었다.

NCA의 위협리더십 부국장인 찰스 예이츠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영국이 높은 수요로부터 이익을 얻는 범죄 조직들이 "선호하는 국가"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예이츠 부국장은 영국의 코카인 시장 규모가 약 110억파운드(약 20조원)에 달하며, 범죄 조직이 영국에서만 연간 약 40억파운드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했다.

호세 검사처럼 에콰도르에서 범죄 조직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자국민이 소비자인 국가들이 이러한 거래에 자금을 대는 이들을 더 통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모습은 다양하다.

이달고와 같은 바나나 수출업자들은 평판이 나빠지고 경제적으로도 피해를 보고 있다. 루자라가 변호사의 눈에는 "범죄 조직에 이용당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피해자이다.

"유럽에는 마약을 사고자 기꺼이 거금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약은 궁극적으로 에콰도르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습니다."

NCA는 공급망을 따라 지역사회에 미치는 이러한 "재앙적" 영향뿐만 아니라, 코카인 사용으로 인해 마약 사용자들이 심혈관 혹은 심리적으로 영향을 입으면서 더욱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 영국 내 코카인 관련 사망자는 2022년에 비해 30% 증가해 1118명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NCA는 코카인이 가정 폭력을 악화한다고도 경고했다.

예이츠 부국장은 공급 측면을 해결하기 위한 사법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급 측면에서의 단속만으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수요 측을 바꾸는 것입니다."

마약 조직원부터 대통령까지, 이는 에콰도르가 유럽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오는 13일 대선 결선투표를 통해 연임에 도전하는 노보아 대통령은 범죄 조직과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우며, 군경을 배치해 갱단 관련 폭력에 대처하고 있다.

노보아 대통령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즐거움'으로 끝나는 이 공급 사슬에는 수많은 폭력을 수반한다"고 했다.

"한 사람에게 즐거움이 되는 것, 아마도 그 과정에서 20명의 목숨이 희생됩니다."

추가 보도: 제시카 크루즈

Copyright ⓒ BBC News 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