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정용, 롯데 김진욱 이어 삼성 이호성도 상무 지원 취소
소속팀 입대 연기 요청에 거부감 없이 응낙…달라진 병영 문화 덕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근 상무 지원을 철회하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늘고 있다.
LG 트윈스에서 뛰던 핵심 불펜 이정용은 2022년 상무 지원을 포기한 뒤 1년을 더 뛰고 2023년 겨울 상무에 재입대했다.
지난해엔 롯데 자이언츠의 토종 선발 김진욱이 상무 입대를 취소했고, 최근엔 삼성 라이온즈의 핵심 불펜 이호성이 상무 유니폼을 포기했다.
상무는 선수 경력을 단절하지 않고 체육특기병으로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복무 무대다. 이들은 왜 손쉽게 특혜를 포기했을까.
상무 입대를 취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속 팀 사정에 있다.
선수들은 보통 복무 계획을 구단과 함께 짠다. 핵심 선수들이 한꺼번에 입대하면 팀 전력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2~3년 뒤 전성기가 올 만한 '미래 전력'은 발 빠르게 상무에 지원해 군 복무 기간을 훈련 기간으로 삼는다. 반면 당장 1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만한 선수는 입대 시기를 늦춘다.
간혹 입대를 눈앞에 뒀던 선수가 일취월장한 경기력으로 팀 성적을 이끄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몇몇은 입대 일정을 바꿔 소속 팀에 힘을 보탠다.
삼성의 오른손 불펜 이호성도 최근 구단 요청에 따라 상무 입대를 포기했다.
삼성 관계자는 8일 "이호성이 구단과 잘 협의해 입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무 전형에 1차 합격한 이호성은 최종 합격 여부에 따라 다음 달 12일 입대할 예정이었으나 복무를 미루고 올 시즌 삼성에서 뛰기로 했다.
2023년 데뷔한 이호성은 지난해 16경기에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7.40의 성적을 냈고, 상무에 지원한 올해엔 7경기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2.70의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중이다.
삼성은 이호성이 입대할 경우 불펜 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판단하고 면담을 거쳐 입대 시기를 조정했다.
LG에서 핵심 불펜으로 활약하던 이정용도 2022년 12월 상무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지원을 취소했다. 2023년 우승 도전을 위한 결단이었다.
이정용은 2023년 맹활약하며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탠 뒤 그해 12월 재지원한 상무에 입대했다.
롯데의 선발 자원 김진욱은 지난해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상무 입대 의사를 접었다.
입대를 미룬 그는 올 시즌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18로 활약 중이다.
과거에는 상무 입대 포기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상무는 일반 현역병보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선수들, 특히 투수들 사이에서 현역병 입대에 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상무 입대 포기 사례가 늘고 있다.
한 현역병 출신 투수는 "현역으로 입대하면 근 2년 동안 공을 던지지 않기 때문에 어깨와 팔꿈치에 축적됐던 피로와 잔 부상을 말끔하게 회복할 수 있다"며 "상무에서 계속 공을 던지는 것보다 2년 동안 푹 쉬고 나오는 것이 선수 생활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선진화한 병영 환경도 현역병 입대의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 복무 기간은 1년 6개월~1년 9개월로 짧아졌고, 쉬는 시간엔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다.
군 복무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정상급 투수로 성장한 선수들도 많다.
제1사단에서 경비병으로 복무한 LG 선발 손주영과 제39보병사단에서 취사병 생활을 한 KIA 타이거즈 선발 김도현은 군 복무가 인생을 바꾼 전환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손주영은 과거 인터뷰에서 "군대에서 기초 훈련에 집중한 덕에 제대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도현은 "군 복무 기간이 내 몸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쉬고 나오니 공에 힘이 잘 들어가고 구속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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