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은 인테르밀란 상대로 팀 사정을 감안한 수비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경기 내내 효과를 보지 못했다.
9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을 치른 바이에른뮌헨이 인테르밀란에 1-2로 패배했다. 2차전은 17일 인테르의 홈인 산 시로에서 열린다.
바이에른은 비록 홈 경기지만 우세하다고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두 팀 다 부상 공백이 있는 가운데 바이에른 측의 공백이 더 컸다. 인테르는 좌우 주전 윙백 페데리코 디마르코, 덴절 뒴프리스를 잃은 상태였다. 바이에른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수비수 알폰소 데이비스와 다요 우파메카노, 미드필더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 2선의 자말 무시알라까지 건강하다면 확고한 주전인 선수 중 절반이나 이탈했다. 특히 신경 쓴 건 수비 공백과 무시알라의 공백이었다.
▲ 느린 다이어와 느려진 김민재 위한 변형 스리백, 그러나 간파 당했다
수비 측면에서는 인테르의 투톱을 막기 위한 맞춤 전략을 썼다. 이날 바이에른 수비에서 눈에 띈 것은 두 센터백의 위치가 엄격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기본적인 위치부터 평소와 반대로 에릭 다이어가 왼쪽, 김민재가 오른쪽이었다. 이번 시즌 바이에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두 센터백이 좌우를 바꿔 오래 머무르는 상황이 많이 보였다. 특히 전반전에는 김민재가 왼쪽 센터백 위치에서 한동안 머무르는 걸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인테르 투톱을 막기 위한 변형 스리백의 일환이었다. 바이에른은 좌우 풀백 요시프 스타니시치와 콘라트 라이머 모두 스토퍼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이고,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도 지난 시즌부터 센터백이나 사실상 스리백에 가담하는 임무를 자주 받았다. 이들 중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선수가 센터백으로 변신하면서 인테르 투톱을 상대로 후방에서 3 대 2의 수적 우위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기동력의 한계를 감안한 변화로 보인다. 시즌 초반의 콩파니 감독이었다면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모두 상대 공격수를 일대일로 제압할 수 있다고 보고 두 명만으로 후방에서 버텼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다이어의 기동력은 상대 투톱과 대결하기에 무리가 있다. 김민재 역시 아킬레스 건염을 달고 거의 6개월 동안 뛰느라 운동능력이 저하된 상태다.
경기 초반에는 이 계획이 잘 먹혔다. 인테르는 투톱을 향해 패스를 잘 넣지 못했고, 패스가 돼도 바이에른 수비가 잘 견제하면서 위협적인 공격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인테르 투톱이 한결 유기적이고 지능적으로 움직이면서 이 조치는 힘을 잃었다. 튀람 혼자 상대 수비수 중 2명 이상을 달고 다니고, 마르티네스가 후방에서 한발 늦게 침투하면 노마크 상태가 됐다. 이때는 오히려 한 박자 늦게 파고드는 선수를 견제해야 할 미드필더를 수비진으로 끌어 쓴 꼴이기 때문에 대응이 힘들었다.
결국 튀람이 수비들을 유인하고 마르티네스를 노마크로 만들어 주는 호흡을 통해 인테르의 골이 터졌다. 골 외에도 인테르는 이 조합으로 더 많은 슛 기회를 창출했다. 튀람은 이날 키 패스(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 3회를 기록하며 전방에서 공을 지키다 후방으로 내주는 포스트 플레이로 많은 효과를 봤다.
김민재가 교체아웃된 뒤 상황을 보면 다이어를 최후방에 두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시즌 바이에른은 다이어를 오히려 전진수비에 활용하고 김민재에게 맨 뒤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김민재가 빠진 뒤 요시프 스타니시치가 센터백으로 이동했고, 공격이 급한 상황 때문에 다이어 ‘원백’에 가까운 구도가 종종 나왔다. 결승골을 내줄 때 다이어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걸기에는 너무 뒤로 내려가 있고, 그렇다고 해서 문전을 잠그지도 못했다.
▲ 무시알라 자리에 수비수 넣기, 어쩔 수 없었지만…
드리블로 공격을 풀어주고 공수 양면에서 활동량까지 많은 무시알라는 바이에른의 젊은 에이스다. 그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게 바이에른의 과제였다. 대체 선수로는 노장 토마스 뮐러가 있지만 공을 몰고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적은 뮐러의 스타일과 많은 나이를 감안할 때 선발 기용을 예상하긴 힘들었다. 현지 매체들은 플레이메이킹에 능한 윙어 마이클 올리세를 중앙으로 이동시킬 거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콩파니 감독의 선택은 과거 리그 경기에서 기용했던 하파엘 게헤이루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본업은 풀백이지만 기술적이고 멀티 포지션 능력을 갖춘 선수다. 이번 시즌 공격형 미드필더로 2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한 적 있다. 공 운반 능력과 기동력, 여기에 중원을 강화해 줄 수 있다는 점까지 두루 감안할 때 이해할 만한 카드였다.
게헤이루의 공격적인 존재감은 부족했다. 대신 후반전 교체카드가 효과적이었다. 게헤이루와 더불어 부진으로 일관했던 레프트백 리로이 사네를 빼고 세르주 그나브리와 노장 토마스 뮐러를 투입했는데 이 카드가 적중하면서 인테르를 한때 궁지에 몰아넣었고, 뮐러가 골까지 기록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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