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0% 넘는 살인적 금리, 합법적 대부업체라도 계약 원천 무효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급전이 필요했던 김 모 씨는 온라인 대부 중개 사이트에서 본 대부업체에서 상담을 받은 후 40만원을 빌렸다. 일주일 후 80만원을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연이율로 치면 5000%가 넘는 이자를 받아 챙기는 것이다.

앞으로 A씨의 사례처럼 연이율 100%가 넘는 대부 계약은 원천 무효로 한다. 합법적 대부업체라 할지라도 반사회적 대부 계약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반사회적 초고금리 대부 계약 기준을 담은 ‘대부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을 8일 입법 예고했다. 합법적 대부업체든 불법 사금융 업체든 연 환산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면 원금·이자 전부를 무효 대상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대부 계약의 원금과 이자를 전부 무효로 하는 제도는 금융 관련 법령상 처음 도입하는 것이다. 대부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7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는 “민법상 현저히 사회 질서에 반하는 때에만 법률 행위를 전부 무효로 규정하고 있는 점, 성 착취 추심·인신매매·폭행 등을 원인으로 대부 이용자에게 현저히 불리하게 체결된 계약 등 다른 반사회적 대부 계약 무효화 사유와의 균형성, 일본은 연이자가 원금을 명백히 초과하면(연 109.5%) 금전 대차 계약 무효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지자체 대부업자, 온·오프라인 대부중개업자의 자기자본 요건을 명시했다. 개인 대부업자는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법인 대부업체는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자기자본 요건을 상향했다. 자기자본 요건이 없던 대부중개업자도 온라인은 1억원, 오프라인은 3000만원으로 규정했다. 전산 전문 인력과 개인정보·전산 자료 보호 등을 위한 전산 시스템도 갖추도록 했다. 시장 상황 등으로 경영상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대부업자에 대해서는 대부업 등록 취소 대상의 예외 사유를 규정했다. 개정 대부업법에 따라 최소 자기자본 요건 등을 유지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등록 취소 대상이지만, 6개월 이내에 관련 요건을 보완하면 예외를 인정받는다.

또 불법 사금융 영업 행위나 불법 대부 전화번호는 법정 서식에 따른 서면 제출, 전화·구술 등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시·도지사, 검찰·경찰 등은 전화번호 신고 접수나 수사기관으로부터 정보 제공 등 객관적 근거가 있을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화번호 이용 중지 요청을 하고 금융감독원에 불법 사금융 영업 행위가 신고됐다면 조사·분석을 위해 신고인에게 관련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절차상 근거를 마련했다. 아울러 대부업자 등의 광고 금지 대상으로 규정 중인 정책서민금융 상품 목록에 불법 사금융 예방 대출, 최저 신용자 특례보증을 포함하도록 했으며 대부업법령상 대부채권 양도 가능 기관에 새마을금고 자산관리 회사를 추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부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 개정안이 차질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금감원·대부협회 등을 통해 대부업계에 준수 사항을 안내하고 대부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