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장면 속으로, HPIX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머물고 싶은 장면 속으로, HPIX

더 네이버 2025-04-07 12:02:11 신고

에이치픽스 도산 4층에 자리한 갤러리 4.0.

우리가 특정 큐레이션숍을 사랑한다면, 그건 큐레이터의 안목을 신뢰해서다. 2008년 출발한 국내 1세대 편집숍 에이치픽스(HPIX)가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 역시 이곳만의 시선이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기 때문. 그 뒤에는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박인혜 대표가 있다. ‘헬레나의 선택(Helena’s Picks)’이라는 의미처럼 에이치픽스는 그의 심미안에서 비롯됐다. 당시 큐레이션숍은 리빙 아이템을 한곳에 모으는 것을 넘어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해외 브랜드를 발굴하고 제안하는 기지 역할을 했다. 에이치픽스는 바우하우스 디자인 철학을 계승하는 독일 가구 브랜드 텍타, 드라마틱한 디자인의 스위스 소파 브랜드 드 세데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에이치픽스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도산점과 개포점을 운영 중이다. 도산점은 처음 전시 개념을 도입한 쇼룸으로, 가구와 아트를 조화롭게 연출해 제시한다. 내부를 화이트 톤으로 꾸민 것도 작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도산점 4층에 조성한 갤러리 4.0은 하이엔드 가구를 넘어 하이퍼엔드를 표방하는 디자인 가구와 아트피스를 소개하는 프라이빗 전시 공간이다. 1, 2층과 달리 집중도 높은 공간에서 오브제를 감상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리뉴얼 후 ‘오리진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개포점은 텍타, 스펙트럼, 볼리아 등 대표 브랜드를 중심으로 에이치픽스의 철학을 집약하여 드러낸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박인혜 대표를 에이치픽스 도산점에서 만났다. 1, 2층을 둘러본 뒤 대화 장소는 갤러리 4.0으로 결정했다. 바깥 풍경이 차단된 아늑한 공간은 이야기에 집중하기 더할 나위 없었다. 존재감 강한 전시 작품과 가구가 경험의 밀도를 높인 것은 물론이다.

(왼쪽)공간에 깊이감을 더한 에이치픽스 도산 2층. (오른쪽)장 프루베의 디자인 특징을 모티프로 한 텍타 M21 다이닝 테이블.

오픈 20년을 향해 가는 에이치픽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자. 처음 어떻게 시작했나?
2008년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 <유러피언 컨템퍼러리 디자인&크래프트전> 기획이 시작이었다. 도나 윌슨의 니트 인형, 이탈리아 브랜드 인더스트리얼의 세라믹이 전시의 중심에 있었고, 젊은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영국의 디자인 편집 브랜드 톨슨 반 앨튼의 제품을 독점 소개했다. 그중 도나 윌슨 인형은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로도 여러 전시를 통해 디자인 및 크래프트 브랜드를 알렸다.


온라인으로 운영하다 오프라인 숍을 오픈한 계기가 궁금하다.
미국으로 이주한 2011년경 도나 윌슨 후속으로 소개한 럭키보이 선데이 니트 인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를 계기로 디자인 브랜드를 차츰 확장하다 2013년 첫 오프라인 매장을 한남동에 오픈했다. 덴마크 가구 브랜드가 유행하던 시기라 펌리빙, 메누, 원노르딕(지금의 헴) 등의 가구와 조명을 다뤘고, 세라믹, 주방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방위적으로 선보였다. 점차 가구 영역이 확장되던 중 2017년 텍타와 볼리아를 론칭했다.


국내 소비자의 관심사가 확장되는 과정을 몸소 체험했겠다.
예전에 디자인 가구는 관심 있는 소수의 사람만 즐기는 분야였다. 사실 브랜드를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현대카드 MoMA 온라인 스토어 론칭 경험 덕이다. 국내에서 프리미엄 디자인 가구를 온라인으로 소개한 첫 케이스다. 당시만 해도 소비층이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점차 집과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갔다. 2013년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당시 덴마크 가구가 막 알려지던 시기였는데, 유명 가구는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였다. 그러다 헤이, 무토 등이 수입돼 합리적인 가격대를 형성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 같다. 동시에 여러 전시 덕에 사람들이 디자인 가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텍타를 알리기 위해서는 바우하우스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했는데, 2019년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에이치픽스 한남점에서 한두 달 동안 바우하우스 디자인전을 개최했다. 이 외에 여러 뮤지엄, 갤러리와 협업해 크고 작은 디자인 전시를 열기도 했다. 

에이치픽스 도산 쇼윈도. 카락터 테이블과 선반, 루이즈 로 글라스, 김무열 작가의 밴드 체어 등이 눈에 띈다.

이후 에이치픽스는 점차 아트 영역을 확장했다. 계기가 있었나?
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하던 시절 디자인 듀오 야부 푸셸버그와 스파 론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들은 공간에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기 위해 항상 아트를 접목했다. 그런 요소를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독일 유학 시절에는 건축 전공 친구들을 따라 건축에 관심을 가졌고,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디자인 가구와 아트 영역으로 이어지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거주 중인 캘리포니아의 특색이 취향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이전에는 유럽 건축가에 심취했다면, 최근 루이스 바라간 등 멕시코 건축가와 디자이너에 푹 빠져 있었다. 캘리포니아와 멕시코가 가까워 루이스 바라간 건축 투어도 여러 번 했고, 로스 카보스 등의 휴양지 리조트 건축과 인테리어도 눈여겨봤다. 그렇게 영감의 원천이 계속 변화하며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졌다. 예컨대 갤러리 4.0에 현재 전시 중인 작품은 태국 아티스트 두엔차이푸차나 푸프라세트의 작업물이다. 에이치픽스의 강점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소개하는 데 있다. 그런 일에 희열을 느낀다. 사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들여온 작품 중 판매되지 않아 직접 소장한 경우도 많다(웃음).


태국 갤러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갤러리와 작가를 직접 조사하기도 하고, 제안을 받는 경우도 많다. 에이치픽스 쇼룸에서 전시하면 고객에게 자연스레 많이 노출되니 반응이 크다. 갤러리 프롬프트 프로젝트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지만, 단순히 좋아서 전시를 여는 것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더라. 에이치픽스 도산점은 판매 목적보다 공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품을 선택하는데, 오히려 공간을 하나의 장면으로 제안하는 형태라 수월하게 판매로 이어진다. 작품과 공간 사진이 인스타그램 등에 남으니 작가들의 커미션 작업도 활발하다.

(왼쪽) 도산점 1층의 박인혜 대표.  (오른쪽) M21 테이블을 계승한 텍타 M22 테이블과 카락터 스카르파 다이닝 체어.


갤러리 4.0은 ‘개방형 수장고’라는 설명이 맞아떨어지는 공간이다. 이러한 콘셉트는 어떻게 떠올렸나?
브랜드 스펙트럼이 넓어지다 보니 모든 제품을 한 공간에 소화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텍타의 컬러풀한 금속 소재 가구군과 드 세데의 글래머러스한 가구를 한 공간에 전시하려니 이미지의 충돌이 발생했다. 동시에 하이엔드 레지던스에 걸맞은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스펙트럼 역시 점점 세분화되고 다양해지면서 공간을 꾸밀 때 누구나 아는 브랜드보다 나만 아는 디자인 피스를 찾는 고객이 늘었다. 그렇게 아트, 디자인의 컬렉터블한 가치를 탐구하는 실험적 공간을 기획했다. 


개인적인 가구 취향도 궁금하다. 처음 구매한 가구는 무엇인가?
디자인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가구를 관심 있게 지켜보다 취업 후 본격적으로 디자인 가구를 사기 시작했다. 아르텍 스툴, 임스 체어, 프리츠한센 세븐 체어 같은 의자를 기회가 될 때마다 하나씩 구입했다. 


현재 미국 집에는 어떤 가구를 두었나?
배우자가 워낙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고 가구를 좋아하는데, 20년 전 모든 가구를 커스텀 제작했을 정도다. 결혼 후 커스텀 가구로 채운 집에서 한동안 살았다. 그러다 10년 전쯤 지금의 집으로 이사했다. 영국 튜더식 주택이라 모던한 가구가 어울리지 않는다. 어떤 공간에는 주택에 어울리는 큰 미국 가구를 두고, 중간중간 내가 좋아하는 르코르뷔지에 다이닝 테이블이나 사용하던 사리넨 테이블 등을 배치했다. 여기에 배우자가 예전에 쓰던 이탈리아 가구와 고가구 등이 믹스 앤 매치로 혼재된 상태다. 

커브 실루엣이 매력적인 드 세데의 소파와 체어가 전시되어 있다.


작은 집에도 디자인 가구를 두는 추세인데, 팁을 전한다면?
공간이 작건 크건 의자, 침대, 테이블 등 필요한 요소는 명확할 테니 취향대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다만 내가 몸을 맞대고 사는 물건에 적절히 투자하고 그것을 오래 즐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무래도 진정 원해서 산 물건은 애착이 생기고 사용할 때 만족도가 높다. 또한 애정하는 가구를 곁에 두다 보면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이나 선택하는 힘이 생긴다. 


최근 어떤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에 주목하는지 궁금하다.
본래 디자인 취향은 차갑고 볼드한 쪽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에는 따듯하고 선이 유려한 디자인에 눈길이 가서 그런 디자이너를 찾고 있다. 이곳에 라 샹스 가구들이 있는데, 디자이너 루카 니체토를 좋아한다. 아티스트처럼 활동하는 브로드 닐과 유려한 곡선을 잘 활용하는 프랑스 디자이너 안토니 게레도 좋아한다. 안토니 게레는 최근 라 샹스와 협업해 새로운 소파를 론칭했다. 곧 에이치픽스에서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봄을 맞아 공간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미술 작품을 걸어보면 어떨까. 그 밖에 조명이나 패브릭도 쉽게 바꿀 수 있고, 식물을 들이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배치를 조금만 바꾸어도 환기가 된다. 에이치픽스 매장은 배치를 매번 바꾸지 않나. 가구가 어느 곳에 있느냐, 어떤 조명 아래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 보인다. 집 안도 마찬가지다. 가구 위치를 옮기거나 테이블 옆에 다른 소품을 배치하면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더네이버, 피플, 인터뷰

Copyright ⓒ 더 네이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