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모으는 시계인, 유튜버 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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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모으는 시계인, 유튜버 김생활

더 네이버 2025-04-07 12:01:28 신고

시계 입문자가 생애 첫 손목시계를 구매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다면 이 채널을 지나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유튜브 채널 ‘생활인의 시계’다. 2018년 출발한 유튜버 김생활의 시계 채널은 유명 럭셔리 브랜드부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이크로 브랜드까지 망라하며 다양한 가격대와 종류의 시계를 다룬다. 특히 특정 시계의 탄생 비화와 브랜드 역사를 차분하게 설명하는 진행 방식은 시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문외한마저 시계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미국 유학 중인 대학원생의 소소한 취미를 공유하던 채널은 이제 최신 모델을 발 빠르게 리뷰하고 워치스 앤 원더스 등의 이벤트를 소개하는 국내 대표 시계 채널로 성장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입을 모아 호평하는 유명 모델보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시계가 최고라는 기준만은 여전하다. 한결같이 시계를 통해 취향의 세계를 탐험할 것을 독려하는 유튜버 김생활의 스튜디오를 방문했다. 

처음 시계에 매혹된 순간은 언제였나?
최초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생 때 유행한 돌핀 시계가 떠오른다. 내 시계는 손목을 완전히 꺾지 않아도 볼 수 있는 45도 각도의 디지털 시계였는데 어디선가 잃어버렸다. 시간이 흘러 아내에게 미국 브랜드인 시놀라 시계를 선물 받았다. 처음에는 특별히 필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며칠간 방치했다. 그러다 어느 날 꺼내서 차보니 귀여운 게 아닌가. 스톱워치를 구동하고 정지하고 리셋하는 과정이 시계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시놀라가 어떤 회사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놀라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공장 해고 노동자를 재교육해 고용한 브랜드로, 미국 제조업의 새로운 희망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시계를 예술 작품처럼 세공이나 마감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있다면, 나는 시계 뒤편의 이야기와 만드는 사람에 더 끌렸다.


시계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 유튜브 채널 개설로 이어졌나?
시계라는 물건은 큰돈을 들여야 좋은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저렴한 시계도 저마다 좋고 나쁜 점이 있고, 저예산 영화처럼 한정된 제작비를 어떻게 배분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크다. 그러니 각자 예산에 맞게 즐기는 채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아내가 다른 사람들과 취미를 공유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박사 논문을 쓰던 시기라 병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자 아내가 촬영과 편집을 맡을 테니 카메라 앞에서 말만 하라고 하더라. 그렇게 함께 영상을 만들었다.

(왼쪽) 브라이틀링 크로노맷. (오른쪽) 파네라이 루미노르 GMT를 착용한 유튜버 김생활.

영상은 다른 매체보다 진입 장벽이 높을 텐데.
유튜브를 시작할 때 장비를 먼저 장만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쉽게 생각했다. 아이폰으로 촬영하고 오래된 노트북으로 편집해서 업로드했다. 그래서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장비가 업그레이드되고 화질도 좋아졌지만 예전 홈메이드 느낌을 좋아하는 구독자도 많다. 좋은 장비보다 어떻게 말을 걸지 방법과 내용에 집중해야 더 진실하게 다가가는 것 같다. 약간의 홈메이드 감성은 버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수집한 컬렉션은 총 몇 점인가?
정확히 세보지 않았지만 200점은 넘는다. 일반 컬렉터와 달리 리뷰를 위해 레퍼런스가 필요하다. 브랜드별로 골고루 소장하려 한다. 본래 성격대로라면 취향에 맞는 시계만 구매하는 데 그쳤을 텐데, 리뷰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다 보니 점점 늘어났다. 


가장 오래된 시계는 무엇인가?
아버지의 예물 시계를 유품으로 간직하고 있다. ‘고구마’, ‘테레비’ 등의 별명으로 불린 오메가 씨마스터 시계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갖고 있을 정도로 당시 국민 예물 시계였다고 한다. 시계를 보며 아버지와 나는 얼마나 다른 인간인지 생각하곤 한다. 아버지는 검소한 분이라 이 시계를 부담스러워했고, 회사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투박한 시계를 줄곧 착용하셨다. 세월이 지나 낡았지만 사용한 흔적이 거의 없이 깨끗하다. 아버지의 힘이 필요할 때 종종 착용한다.


일상에서 즐겨 착용하는 데일리 시계도 궁금하다.
하나는 리뷰해야 하는 시계를 의무적으로 착용한다. 잠깐 만져봤을 때와 일주일 동안 사용한 뒤의 감상이 다르다. 착용하는 동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경우는 차고 싶은 시계를 착용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꾸고, 줄도 계속 교체해본다. 쉬는 시간의 주된 소일거리랄까.

글라이신 컬렉션을 모은 보관함.


자주 착용하지 않더라도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관상용 시계가 있을 것 같다.
유튜브를 하다 보니 컬렉터끼리 시계를 서로 바꿔 차거나 리뷰를 위해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 다른 컬렉터가 랑에 운트 죄네의 삭소니아를 장기간 대여해줬다. 앞면은 단순하지만 뒷면에서 독일 장인의 세공을 확인할 수 있다. 랑에 운트 죄네의 흥미로운 점은 1990년대 리부트되면서 귄터 블륌라인이라는 기획자가 시계 케이스부터 폰트까지 전부 통제해서 시계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시계를 제작해보리라 생각하고 있어 기획자 역할이 큰 시계에 매력을 느낀다. 


컬렉션 중 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시계가 있다면?
‘생활인의 시계’ 채널의 방향이 전환되는 시점과 연결된 시계는 컬렉션에 쭉 남기려 한다. 채널과 이어지는 유산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예를 들면 ‘5만원의 기적’이라 소개하며 가장 먼저 리뷰한 카시오의 듀로 다이버 워치, 처음으로 소개한 기계식 시계 스토바, 처음 리뷰한 럭셔리 워치 브라이틀링 모델 등이 중요하다. ‘좋은 시계’란 시계를 찾는 과정 안에 존재한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그 시계를 만났는지 연결되는 것이다. 아무리 남들이 좋은 시계라고 말해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내게 좋은 시계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좋은 시계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는데, 직접 경험하고 찾는 과정을 대체할 수 없다. 자아 성찰과 시계를 찾는 과정을 좋은 시계와 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왼쪽) 세밀한 세공이 드러나는 랑에 운트 죄네 삭소니아 뒷면. (오른쪽) 만 허드슨과 ‘생활인의 시계’의 컬래버레이션 한정판 제품.


꼭 손에 넣고 싶은 드림 워치는 무엇인가?
맨정신일 때 경험할 수 없는 시계, 나의 세계를 확장해줄 시계가 드림 워치라 불릴 자격이 있다. 지금의 내가 착용하지 않을 법한 브랜드를 묻는다면 리차드 밀이나 로저드뷔가 떠오른다. 예전에 로저드뷔의 제조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최첨단 소재와 새로운 무브먼트 구성 방식으로 알려진 브랜드 뒤에 손으로 부품 하나하나를 만지는 장인들이 있더라. 다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최첨단의 시계를 만든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어떤 멀티버스의 나는 화려한 시계를 착용하지 않을까. 


영상에서 스위스 브랜드 글라이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글라이신 마니아를 위한 인터넷 카페까지 직접 개설했는데.
언더독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다. 비슷한 가격대에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대기업 브랜드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브랜드라 더 마음이 간다. 파일럿 워치인 글라이신 에어맨은 두 가지 시간대를 동시에 나타낸 최초의 시계다. 에어맨 출시 1년 뒤 롤렉스는 팬암 항공사와 협업해 GMT 마스터를 대대적으로 출시했다. 그래서 GMT 하면 대부분 롤렉스를 떠올리지만 사실 글라이신이 앞섰다. 그렇게 잊히는 게 짠하다. 또한 글라이신은 작은 회사였기 때문에 탄생 비화가 전해지는 점도 사랑스럽다. 글라이신의 세일즈 중역인 샘 글러가 방콕에서 캘커타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조종석에 초대를 받아 기장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당시 기장이 그리니치 표준시와 도착지의 현지 시각을 한꺼번에 표시하는 시계가 파일럿에게 필요하다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샘 글러는 캘커타에 도착하자마자 스위스 본사에 편지를 보냈고, 그해 말 에어맨이 탄생했다. 요즘에는 불가능한 개발 방식이다. 조종석에 승객이 탑승한 사실도 재미있고, 기장의 아이디어가 그대로 제품화된 것도 흥미롭다. 


가장 좋아하는 시계로 글라이신의 에어맨을 언급했는데, 그 마음은 여전한가?
여전히 중요한 컬렉션이며 단일 모델로는 가장 다양하게 보유한 시계다. 최근 1970년대 생산된 에어맨을 추가했다. 글라이신은 전용 보관함이 있는데 그중 에어맨만 9종이다. 시계를 어느 정도 수집하다 보면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시계를 찾는 과정을 넘어 시계에 라이프스타일을 맞추는 시점이 온다. 이를테면 다이버 워치를 좋아해서 다이빙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 그처럼 에어맨은 24시간에 한 바퀴를 회전하므로 일반 시침에 익숙하다면 시간을 잘못 읽기 쉽다. 좋아하는 시계 덕에 새로운 시간 표시 방법을 만나고 읽는 법을 연습하게 됐다.

아버지의 예물 시계인 오메가 씨마스터. 2 브라이틀링의 아이코닉 파일럿 워치 내비타이머. 월드 타임 베젤을 장착한 글라이신 에어맨. 최근 컬렉션에 추가한 글라이신 에어맨 1970년대 모델.


시계의 작은 요소에서 저마다 취향이 드러나는 점이 재미있다. 디자인 디테일 중 선호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날짜 창을 좋아하지 않는다. 3시 방향에 창이 추가되면 디자인 대칭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왜 그 부분이 개발되었는지 이해하고 나면 마냥 싫지만은 않다. 다양하게 경험할수록 ‘저건 아니야’라고 단언할 영역이 줄어든다. 


단번에 고가의 럭셔리 시계를 구입하는 것보다 다양한 모델을 경험하며 취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앞으로도 시계 생활에서 유지하고 싶은 관점이 있다면?
채널을 구독하는 주 시청자들이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잇는 데 집중하다 보니 자신이 누구이고,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때 시계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나의 일과와 주변 환경을 고려해 어떤 시계가 필요할지 하나하나 질문을 던졌으면 한다. 저렴한 시계부터 시작하라고 권하는 이유는 지금 생각하는 ‘나’와 나중에 발견하는 ‘나’가 다를 수 있으니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함이다.


시계 수집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했는지 듣고 싶다.
시계 하나를 만들기까지 여전히 많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공산품처럼 대량 생산되는 시계도 사람 손이 닿아야 한다. 또한 시계 회사는 대개 규모가 작아 생산자를 추적할 수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기획자, 장인, 조립자 등 여러 사람의 노력 끝에 완성된 인류 문화의 일부분을 작은 공간에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시계 수집의 매력이다. 고작 직경 40mm의 작은 물건에 무브먼트나 다이얼의 기법, 소재, 브레이슬릿 종류와 디자인 등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이토록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물건을 수백 개 소장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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