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문화산책21] 신성한 교황을 '오염된 인간들'이 뽑는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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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향의 문화산책21] 신성한 교황을 '오염된 인간들'이 뽑는 콘클라베?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4-06 12:09:38 신고

   '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봄비 내리는 토요일, 수원미디어센터에서 영화 <콘클라베> 를 봤다. 토요일에는 유료시스템으로 바뀌었는데, 서울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해서 좋다. 영화 <두 교황> 을 통해서 이미 학습효과가 있었는데, 같은 장소에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힘은 무궁하다.

<콘클라베> 는 <서부전선 이상 없다> 의 에드워드 버거 감독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에서 각색상을 받았다. 시국과 맞물려 우리는 어떤 군상 안에서 살아 가고 있는가를 수없이 질문하는 영화로 읽었다. 명백한 딜레마와 혼란 상황 앞에서 머리가 지끈하다.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공간에서 존경받는 추기경들이 모여서 최선의 투표 시스템으로 화기애애하게 다음 교황을 선출하리라 기대했지만, 여지없이 인간의 욕망이 얽혀있는 야망의 장소였다. 물론 다수는 최선의 아름다운 결과를 기대하고 따르려고 하지만, 실제로 권력의 헤게모니는 늘 알 수 없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좌시할 수도 없다.

​ 주인공 단장 신부 역을 맡은 랄프 파인즈는 세월의 끝에서 숭고한 얼굴로 서 있다. 고개를 숙인 얼굴에 주름과 굴곡만으로도 그인 줄 알겠다. 흥미롭게도 그동안 여러 영화에서 반전의 악역을 자주 맡았던 인물들이 늙은 추기경들로 등장했다. 이미 등장만으로도 신뢰를 잃어버린. 치밀한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교황> 연작도 생각났다.

​ 서사 자체는 차기 교황 선출이고, 108명의 추기경들이 투표 과정을 겪으며 변화하는 상황과 심리들을 치밀한 스릴러로 이끌어간다. 결국 마지막에는 누군가 선출이 되고 마는. 이자벨 롯시니 수녀의 명쾌한 조력이 일종의 쾌감을 가질 만큼 이 서사에서 역할이 선명했다. 자신의 의견을 확신한 이들의 캐릭터 몇몇이 양쪽 끝에 서 있고, 그 중간에는 망설이고 고뇌하며 질문하는 이들이 서있다.

​ 과연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 관객은 물론 대다수 시민은 그 중간에 서 있다. 그래서 어렵고 힘든 결정일 수 밖에 없다. 영화 초반의 로렌스 추기경 설교는 이런 메시지를 정확하게 대변한다. 확신은 가장 위험한 선택이라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이야기다. 의심하며 차악을 선택하는.

 과하게 차려 입은 추기경들의 옷차림과 절차들이 강렬한 누드 천장화 아래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이러니로 느껴졌다. 공간이 주는 이중적인 위압감말이다. 원초적 인간의 면모가 가득한 천장화 속의 인물들과, 숭고한 신앙심의 정점에 서있는 추기경들의 품위가 보여 주는 모순말이다. 더구나 콘클라베 밖은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는 현실 아닌가. 겹겹의 상반된 정서가 이곳저곳에서 충돌한다. 덕분에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촘촘하다. 심지어 반전 결말은 물론, 반전 음악 배치들도 놀라웠다.

​ 가고 오는 길에 코끝이 뻥 뚫리는 비 속을 걸었다. 동행했던 남편과도 할 얘기가 많았다. 오랜만에 성곽길은 더욱 좋았다.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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