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대혼란: 둘째날
명예회장은 이날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다. 아침을 먹은 뒤 6시 40분에 가회동 집을 나섰다. 이진호 고려산업개발 회장이 그를 부축했다.
이진호 회장은 명예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경호실장으로 내정됐던 사람이다. ROTC 출신으로 미국의 FBI에서 권총사격 교관을 지냈다. 또 명예회장의 4남인 몽우 씨 부인의 오빠이기도 했다. 몽우 씨는 1990년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잠시 후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본사 15층 자신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이익치 회장과 김윤규 사장, 김재수 본부장이 속속 그의 집무실에 모였다.
몽헌 회장도 들어왔다.
명예회장이 몽구 회장을 찾았다.
몽구 회장은 전날 술을 많이 마신 뒤 이날 오전 회사에 나오지 못했다. 명예회장은 무표정하 게 말을 꺼냈다.
“(몽구 회장은)그룹 인사가 어쨌다는 거야? 모든 일을 빨리 마무리 짓고 인사잡음이 없도록 해.”
몽헌 회장이 대답했다.
“명예회장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내일모레 기자회견을 하겠습니다.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인사 사태에 대해 감출 것 없이 모두 다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명예회장은 이진호 회장의 부축을 받으며 집무실을 나섰다.
허리가 꾸부정한 채 기력이 거의 없는 듯이 보였다. 이진호 회장과 비서가 그를 양쪽에서 부축해 차에 태웠다. 가회동 집으로 다시 갔다.
“(청운동 집에서) 가회동집으로 이사온 지 사흘밖에 안됐는데 명예회장님이 자꾸 청운동 집으로 가자고 말씀하시는 모양입니다.”
가회동 집 관리인의 말이다.
대문 앞에서 기자와 이야기를 하던 그는 순간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박수받을줄알았다8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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