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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자신의 충실한 부하들에게 ‘비상대권’을 언급했다고 한다. 비상대권은 국회 해산권, 긴급 조치권 등 헌법의 예외 상태 규정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유신헌법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대통령의 초법적 권한이다. 윤석열은 이번 계엄을 준비하면서 경제부총리에게 “국회 운영비를 끊고 비상계엄 입법부 예산을 짜라”는 지시를 했다.
#입법부는 귀찮은 존재다. 1980년대 수준의, 시대에 뒤떨어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선호한 그는 아마 자신이 꿈꾼 세상을 위해 국회의 기능을 없애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윤석열은 독재 시스템을 원했다.
이제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 민주주의가 스스로 민주주의를 옥죄고 있다. 3년간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에서 숱한 퇴행을 겪었다. 민주화 시대의 대통령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동을 부정하는 세력을 끌어들였다.
#국가의 중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대통령은 ‘관전자’가 되었다. 이 극을 보는 관객은 혼란스러워진다. 배우가 무대 밖으로 튀어나올때마다 극에 대한 공감도는 떨어진다. 갑자기 객석에 앉은 배우를 보고 있는 관객은 극에 대한 몰입도를 훼방 당한다. 과거 극작가들은 이걸 ‘소격효과’라고 불렀다.
#윤석열은 이태원 참사부터 잦은 수해 참사, 그리고 수해 복구 지원을 나갔다가 거센 물살에 휩쓸려간 해병대원의 죽음 앞에서 단 한번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는 부하들 뒤로 숨었고, 엉뚱한 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초점이 나간 모습들은 윤석열 아마추어 정권을 극명하게 상징하고 있다.
#윤석열의 용산 시대는 대선 후보 시절 약속을 뒤집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겼지만, 그것이 쇼일 뿐이라는 건 윤석열 스스로에 의해 폭로됐다. 표를 얻기 위해 그럴싸한 말들로 포장해왔던 것들이 하나둘 거짓으로 드러났다. 거짓말을 해놓고 태연히 상황을 꿰어 맞추는 그 궤변들이 국민들을 질리게 했다. 윤석열의 별명은 '59분 대통령'이었다. 대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조선일보》 출신 이동훈이 붙인 별명이다. 1시간 회의를 하면 59분간 (혼자서) 하고 싶은 말을 한 후 1분 동안 의견을 듣는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 '지지율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말이다. 내가 하는 것이 옳은 것이고, 옳은 것은 인기가 없다는 신념이다. 이런 상태라면 견제가 불가능하다. 남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김형석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촉발되긴 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뉴라이트 잔당 세력의 약진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현실 세계에서 권력을 획득한 보수 정당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국정원 영내에서 신영복 교수의 필체로 쓰인 돌덩이를 없앤다거나,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서 치우려 하는 '반달리즘(문화적 훼손 행위)'을 실천하는 것은 황당하고 불길한 일일지언정, 큰 의미를 부여할만한 행위는 아니었다.
『윤석열과 그 공범들』
박세열 지음 | 모비딕북스 펴냄 | 292쪽 | 20,000원
[정리=유청희 기자]
[썸네일 사진=MBC 뉴스 특보 캡처(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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