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이 책은 2021년 윤석열이 대선 후보로 등장한 직후부터 쓰여졌다. 윤석열의 언어가 심상치 않아서였다. 나는 정치에 무심하지만 정치인의 언어에는 매우 민감한 편인데, 언어 분석을 통해서 그 사람의 심층 심리 쪽을 훑는 일에 관심해 온 터라서다. 박근혜 탄핵 사태 이전에 그녀의 비정상적인 언어 행태를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써 왔던 <박근혜의 말>(2016)을 탄핵 직후에 곧바로 출간했던 것과도 상통한다.
#언어가 그 사람이다!
#집단적 검사 문화의 원류 DNA인 오만이 개인화되면 거만해진다. 이 거만은 윤석열의 언어 문화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정치하듯 수사를 해 온 터라 그는 정치까지도 수사하듯 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정적에 대한 복수를 일상 과업으로 삼고 있다.
#윤석열이 갑작스레 국민적 조명을 받게 된 말,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찌 보면 멋진 말이긴 하다. 하지만, 이 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극히 문제적인 말이기도 하다. 당시 이 말이 나오게 된 것은 2013년 10월 21일 국가정보원 여론조작사건 관련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이 증인석에 앉게 되었을 때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심했다고 주장하며, “상관으로부터 '야당 도와줄 일있냐'라는 질책을 받았다. 이래선 조영곤 검사장님 밑에서 수사를 계속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측 위원인 정갑윤 의원이 “조직을 사랑하느냐, 사람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그때, 윤석열은 “저는 (조직을 사랑하지)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앞뒤 배경을 다시 세밀히 살펴보면 그 발언 내용의 진의는 정반대 쪽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작 중요한 뿌리[나는 조직에 충성할 뿐]는 왼쪽이었는데, 사람들이 주목하게 된 것은 오른쪽을 향한 줄기[사람에게는 충성하지 않는다]였다.
#윤석열의 잦은 만연체 사용 습관도 하루바삐 벗어던져야 할 버릇이다. 검사 문화에서 소거돼야 할 대표적 잔재이기도 하지만, 대선 후보의 언어로서는 최대의 장애물이었다. 그 부실한 내용물도 거의 박근혜 수준에 버금간다. 주어 분실, 목적어 불일치 혹은 임의 생략, 술어 망실... 등은 매우 흔하다. 매번 듣는 이가 목적어나 술어 등을 짐작으로 끼워 넣어야 말이 된다. 일례로 논란을 자초한 아래의 부정식품 발언도 그런 문제적만연체 애용 버릇이 문제를 키우는 데에 크게 일조했다.
“먹으면 병 걸리고 죽는 것이라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고 하면, 없는 사람은 그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청약통장 관련 실언 발언을 해명한다고 한 말이 ‘청약통장을 모르면 치매 환자’였는데, 결국 청약통장을 모르고 지낸 자신을 치매 환자 꼴로 만들었다. 게다가 그 ‘치매 환자’를 모시고 있는 자식들을 한껏 자극했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대독(代讀) 후보’라거나 ‘A4 후보’라고 불릴 정도로 그에게는 그만의 언어가 없다. 윤석열은 2021.11.22일 TV조선 주최 ‘글로벌 리더스 포럼 2021’에서 프롬프터가 작동되지 않자 무대에서 2분간이나 두리번거리며 침묵하는 바람에 그날 ‘남자 박근혜’라는 별명이 추가되었다. 방송에서의 2분간 공백은 대형 방송 사고에 속한다.
#그는 계엄령 반란을 꾀하면서 그 반란을 확실하게 성공시키기 위해 오물풍선 원점 타격이라는 핑계로 국지전까지 도발하려 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더러운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참으로 끔찍한 발상을 하고 있었다. ‘정치인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는 윤석열의 육성 전화 지시를 받고서 그걸 거부하는 바람에 해직된 전 국정원 차장 홍장원은 “예전에 북한의 위협과 관련한 보고를 하러 (대통령실에) 들어갔을 때 윤 대통령이 ‘다 때려죽여, 핵폭탄을 쏘거나 말거나 (해서라도)’ 등의 말을 해서 많이 놀랐다”고 밝힌 바 있다.
■ 망처시하 윤석열
최종희 지음 | 국민출판사 펴냄 | 400쪽 | 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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