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복잡하면서도 순수한 게 사랑 아닐까 싶어요. 그 무엇도 사랑의 순수함을 건드릴 수 없고, 절대 더럽히지 못할 것 같아요.” 배우 노정의와 이채민이 함께 그려가는 봄의 청춘.
노정의 반소매 니트 톱 Fendi.
이채민 반소매 니트 칼라 카디건과 슬리브리스 톱 모두 Hermès, 네크리스 Tom Wood.
드라마 <바니와 오빠들><바니와 오빠들>의 첫 방송을 앞두고 커플 화보를 촬영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나요?
정의 아직 <바니와 오빠들>을 촬영하고 있거든요. 채민 오빠랑 어제도 만났고, 내일도 만날 예정이라 그런지(웃음) 다행히 드라마 현장과 크게 다르다는 느낌 없이 편안하게 촬영했어요.
채민 전 커플 화보가 이번이 처음이에요.(웃음) 정의랑 평소에도 친한 덕분에 스스럼없이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었어요.
<하이라키> 이후 약 1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죠. 짧은 기간에 재회하게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정의 어… 이게 되나? 되는구나!
채민 저도요.(웃음) 신기하더라고요.
정의 <하이라키> 촬영을 마칠 때 “우리 또 작 품 같이 하자”라는 말을 나누면서 헤어졌는데, 진짜 그렇게 된 거예요. 그것도 바로 다음 작품에서요. 아무리 소원을 빌어도 이뤄지기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기쁜 소식이었죠.
채민 그래서인지 확실히 <하이라키> 때보다 합이 잘 맞더라고요. 호흡을 맞춰본 경험의 영향이 크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하이라키>의 ‘재이’(노정의)와 ‘강하’(이채민)가 이어지기를 바란 시청자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 같아요.
정의 감사하게도 무척 좋아해주시더라고요.(웃음) <하이라키>는 고등학교가 배경인데, <바니와 오빠들>에서는 대학생이 되었어요. 나이대가 바뀌어서 느끼는 차이는 크지 않아요. 다만 캐릭터들의 관계가 조금 달라졌다는 점이 낯설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와요.
<바니와 오빠들>은 첫 연애를 흑역사로 남긴 ‘바니’(노정의)가 ‘재열’(이채민)을 비롯한 매력적인 남자들과 엮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예요. 대본의 첫인상이 어땠나요?
채민 재미있었어요. 웃음이 풉풉 터지는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었죠. 유쾌한 로맨스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기회가 찾아와서 더더욱 좋았고요.
정의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님의 자신감도 좋았어요. 대본과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하게 말씀해주셨거든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분이라 믿고 따라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걱정은 내려놓고, 좀 더 즐기면서 촬영할 수 있었죠.
동명의 원작 웹툰이 1억7천만 회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어요. 원작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 드라마만의 개성을 살려야 하니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정의 드라마의 기본값이 원작에 있더라도, 부수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웹툰을 볼 때 캐릭터의 성격이나 특징에 중점을 뒀어요. 그 외의 부분에서는 ‘어떻게 하면 원작의 애독자들이 드라마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요. 그게 이번 작품이 제게 안긴 과제 중 제일 어려웠어요.
채민 드라마가 웹툰과 꽤 다르게 각색되었다고 들었거든요. 웹툰을 읽다가 제 해석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 도중에 멈췄어요. 원작에 얽매이기보다 대본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려 한 거죠. 배우 고유의 매력으로 캐릭터를 살리는 작업이 중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스로 고민하며 차근차근 만든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무엇을 특별히 신경 썼어요?
정의 꾸며내지 않은 사랑스러움을 표현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어요. 제 안에 바니 같은 사랑스러움이 있을지, 있다면 그 작은 부분을 어떻게 극대화해 서 온전히 사랑스러운 인물을 그려낼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요. 바니는 제가 많이 연기하지 않은 밝은 성격의 캐릭터예요. 그래서 평소에도 제 에너지를 밝게 유지하려고 애썼죠.(웃음)
채민 제 생각엔 바니가 정의랑 참 잘 어울리는 캐릭터예요. 정의가 자주 해맑게 웃고, 웃음 장벽이 낮아서 쉽게 빵 터진다는 점이 바니랑 닮은 것 같거든요. 한편 제가 맡은 재열은 사랑으로 인한 상처를 가진 인물이에요. 이 친구가 어쩌다가 사랑과 사람을 경계하게 됐는지 고민했어요.
정의 저마다 사랑의 아픔을 겪으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이번 드라마에 담겨 있어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되네요. 각자 <바니와 오빠들>의 관전 포인트를 하나씩 꼽아본다면요?
정의 아주 풋풋합니다!
채민 관전 포인트라는 말 그대로 <바니와 오빠들>은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드라마가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건 제 희망 사항입니다.(웃음)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 같은데요.(웃음) 배우들의 훈훈한 외모로 화제가 되기도 했으니까요. 배우들이 함께 그려갈 20대의 ‘청춘 로맨스’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지도 궁금해요.
채민 20대는 누구나 경험하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청춘 로맨스는 다양한 연령대가 좋아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정의 20대를 지난 분들은 ‘나한테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나도 이런 사랑을 바란 적이 있는데’ 하면서 지나온 날들을 흐뭇하게 추억할 수 있을 거예요. 아직 스무 살이 안 된 시청자라면 작품 속 캐릭터들이 멋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그땐 대학생이 멋진 어른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채민 ‘나도 대학생 되면 저렇게 알콩달콩 연애하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건가?’ 하는 기대를 심어줄 수 있는 거죠.
만약 바니나 재열과 동년배인 대학생들이 보면 어떨까요?
정의 “저래야 드라마지~.”
채민 “어휴, 그럼 그렇지~.”(일동 웃음) 드라마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각자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모두의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게 사랑을 다룬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의 맞아요. 20대 초반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연애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20대 초반에만 경험할 수 있는 사랑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채민 불타오르죠.
정의 서툴기도 할 거예요. 오해와 질투로 혼자 꽁해 있거나 자주 다투기도 하고요.
채민 다 참아낼 수 있다면서도 삐치면 티 내고, 결국엔 보고 싶어 매달리기도 하고.
정의 우당탕탕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한층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사랑을 그리는 작품에 함께하면서 사랑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어요?
정의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맞구나.
채민 하, 그렇지. 정답인 것 같습니다.
정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만남의 순간뿐 아니라 감정의 온도까지도요.
채민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서로 어긋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사랑은 답답함을 동반하고, 그럼에도 너무 좋으면 어떻게든 참고 견디게 되는 듯해요. 가장 복잡하면서도 순수한 게 사랑 아닐까 싶어요. 그 무엇도 사랑의 순수함을 건드릴 수 없고, 절대 더럽히지 못할 것 같아요.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노정의
“그만큼 사랑은 보편적이면서도 막강한 힘을 지닌 것 같아요.”
이채민
누군가에게 애정을 느낀 경험이 쌓일수록, 사랑이란 감정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 같나요?
정의 크기는 달라지지 않고, 모양이 바뀌는 것 같아요. 어릴 적 사랑 표현이 삐뚤빼뚤하다면, 모난 면이 점점 둥글어지는 거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이 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채민 그렇죠. 하지만 사랑의 설렘만큼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할아버지가 돼도 무언가에 설렐 수 있고,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본인이 가진 감정의 영역 안에서 설렘을 느낄 것 같거든요. 심장이 두근대는 걸 막을 방법이 없으니 숨기지 못할 감정이기도 하고요.
정의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마음을 부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거죠. 연인 사이뿐 아니라 모든 사랑이 마찬가지일 거예요.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채민 그만큼 사랑은 보편적이면서도 막강한 힘을 지닌 것 같아요.
최근에 문득 사랑을 감지한 순간이 있다면요?
정의 촬영하러 집을 나설 때 날씨가 쌀쌀하면, 어머니가 보온병에 숭늉을 담아서 쪽지랑 같이 건네주세요.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저를 언제든 반기면서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시고요. 그럴 때면 마음이 참… 사랑이 크게 와닿는 순간이에요.
채민 잠을 줄여가면서 촬영해야 할 때,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게 되더라고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 이게 진짜 사랑인 것 같아요. 그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죠. 물론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을 마주할 때 두려움이 없진 않지만,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이전보다 커졌어요. 다양한 캐릭터를 접하면서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을 배우기도 해요.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이 점점 넓어지는 거죠.
정의 저도요. 캐릭터뿐 아니라 현장에 있는 많은 분과 소통하면서도 느껴요.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제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듯해요.
두 분 모두 일의 안팎에서 사랑을 느끼면서 성장하고 있군요. 청춘의 날들을 알차게 보내고 있구나 싶어요. 각자 생각하는 청춘은 어떤 시기인가요?
정의 나이가 들면서 많은 것을 경험할수록 ‘이걸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될 텐데, 청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굳이?’ 싶은 일들을 기꺼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채민 가장 비효율적으로 살아가는 나이가 아닐까 싶네요.(웃음)
하지만 비효율적이고 불완전할지라도 그 모습 자체로 예뻐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죠.
채민 그렇죠. 또 청춘은 나중에 돌아봤을 때 제일 행복한 순간일 거란 생각도 들어요. 청춘일 땐 청춘을 모르고, 지나고 나서야 안다고들 하잖아요. 제가 아직 젊긴 하지만,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좋은 기억이 많아요. 언젠가 지금의 저를 떠올릴 때도 참 즐거웠다고 회상할 수 있었으면 해요.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청춘은 ‘10대 후반에서 20대에 걸치는 젊은 시절’을 가리키지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면의 젊음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나요?
채민 네. 어른이 되니 말과 행동도 어른스러워야 할 것만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억지로 바꾼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인간 이채민이 자꾸 변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혼자 있을 땐 어린아이처럼 살려고 노력해요. 조금은 철없이,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생각하면서요.
정의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구나.
채민 그렇지. 머릿속이 복잡해지면 “모르겠다, 농구나 하러 가자!” 하면서.(웃음)
정의 전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려고 해요. 가장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하루의 끝은 무조건 저만을 위한 시간으로 쓰고 있어요. 원래 자신을 다그치는 편이었는데, 어느 정도 내려놓을 줄 알게 되었거든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하면서 나를 존중해주고 있어요.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면서 잡생각을 덜어내거나, 쉬고 싶을 땐 소파에 가만히 누워 있기도 하면서요. 이런 식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려고 해요.
나이도, 내면도 청춘인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채민 확실히 대답할 수 있어요. 가끔 아버지한테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지 여쭤보는데, 매번 그러고 싶지 않다고 하시거든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보다 잘 살지 못할 것 같으시대요. 이렇게 가족끼리 도란도란 대화하고, 캠핑 다니고, 강아지랑 산책하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시다면서요. 제 청춘도 그러면 좋겠어요.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리면서도, 먼 훗날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거죠.
정의 저도 오빠 아버님처럼 청춘을 오래 즐기고 싶네요. 그런데 마냥 즐겁게 보내려는 건 아니에요. 스스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아프고, 적당히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기를 바라요.
그렇게 청춘의 날들을 충실히 보낸 먼 미래의 나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하나씩 남겨볼까요?
채민 “어때, 후회 없어?”(웃음) 대답이 “예스”라면 좋겠어요. 그거면 돼요.
정의 음… “아직 연기 하고 있어?” 되게 궁금하거든요. 나이가 아주 많이 들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서요. 아역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무렵부터 제가 그리는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요. ‘이젠 다 해봤다’고 느낄 순간이 과연 올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무한해요. 수십 년 후에도 이 마음이 그대로일지, 만약 달라졌다면 어떻게 바뀌었는지 묻고 싶어요.
그때가 오면 이 질문들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웃음) 마침 청춘과 어울리는 완연한 봄이 다가오고 있어요. 이번 봄을 어떻게 보내고 싶나요?
채민 봄이 와야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된다는 기분이 들어요. 싱그러운 꽃과 나무가 출발을 알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1월 1일은 겨울이고, 그때부터 달리기는 했는데(웃음) 봄이 오니 새해 다짐을 다시 하게 돼요. 올봄부터 다음 봄까지 이 시간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어려움을 딛고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면서 보내
고 싶어요. 지레 겁먹기보다는 다가올 즐거움과 행복을 기대하면서요.
정의 전 봄이 오면 마음이 간질간질해요. 벚꽃이 언제 만개할까 기다리게 되고….
채민 4월에.
정의 (잠깐 침묵하다) 채민 오빠가 이렇게 가끔 말을 툭툭 던질 때가 있어요.(웃음)
채민 정의가 이젠 익숙해졌나 보네요.(웃음)
정의 아무튼(웃음) 꽃이 피는 계절인 만큼 설레요. 오빠 말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도 들고요. 한 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면서 제 마음을 비워두었어요. 이 여백을 다채롭게 채워가고 싶어요. 그럴 수 있는 봄이라면 좋겠네요.
노정의 반소매 니트 톱, 쇼츠, 스커트 모두 Fendi.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