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구도 게임이 가상의 세계에 갇혀있다는 말에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게임 I·P를 활용한 머천다이징(MD) 상품들의 활황이 이를 증명한다.
머천다이징의 사전적 의미는 제조업자나 유통업자가 시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상품의 개발이나 가격·분량·판매 방법 따위를 계획하는 일이다. 게임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게임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인 게이머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보여주고 접근하게 만드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2~3년 간, 관련업계의 게임 머천다이징 사례는 무궁무진하게 발생하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개발, 서비스하던 영역에서 게임 I·P의 예술과 상업적인 가치를 키워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게임 머천다이징 사업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기업의 신규 성장 모멘텀을 찾기 위해서다. 예컨대 게임과 웹툰, 서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의 결합으로 새로운 상품 발굴과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가 대중화되면서 마케팅 측면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하나의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머천다이징 사업이 팬 서비스 차원을 넘어 향후 고부가가치 창출 등 관련 산업 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본지 기획을 통해 게임 머천다이징 사례와 시장을 전망해봤다.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DDP 행사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신시장 영역 정조준
팬데믹 이후 머천다이징 트렌드는 크게 변화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머천다이징’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기를 마주했다. 이 시기에 크고 작은 업체들이 일제히 디지털 공간에서 경쟁하다 보니 차별화를 꾀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새로운 마케팅 기법과, 새로운 트렌드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머천다이징 업계 전반에 분주하게 퍼져 나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니치 마켓’으로 주목받는 시장이 최근 발굴된다. 바로 ‘게임’이다. 디지털, 온라인의 영역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던 이 사업군은 최근 들어 오프라인 영역으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정조준하기에 이른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이 새로운 영역을 찾아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한 몸부림이라면, 그 간극을 오히려 디지털에 특화된 사업군이 다시 메우는 점이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디지털에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오면서 팬덤이 열광한다. 예매 시작 1분 만에 매진되는 행사들이 줄지어 나오고, 오프라인 굿즈는 순식간에 동나면서 품귀현상을 겪는다. 이러한 힘을 기반으로 새로운 행사를 발굴하고, 기존 산업들과 제휴를 병행하는 등 거대한 흐름이 일어난다.
▲넥슨 블루아카이브 일본 이벤트
구름 관중, 매진 행렬 ‘오프라인 축제’ 대성황
행사 티켓 전문 판매 사이트인 티켓링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총 21개 게임 행사가 티켓 링크를 통해 행사 티켓을 판매했다. 그중 20개 행사가 유료 행사다. 각 행사는 게임을 주제로 한 신규 업데이트 발표와 게임 이벤트, 굿즈샵 등으로 구성하면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자리로 만든다. 각 행사들은 짧게는 티케팅 시작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게임이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티켓 파워를 입증한 셈이다. 특히 행사 시작 전날부터 장시간 동안 줄을 서서 대기열이 형성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인기 상품들이 일찍 매진되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입장하면서 굿즈를 쇼핑하기 위해서란 후문이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 아크’ 윈터
매 행사마다 앞열에 서서 굿즈 쇼핑을 주로하는 소위 ‘레이드 클랜’이 등장하기도 하며, 관련 굿즈가 고가에 거래된다. 게임사 역시 상품 개발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움직임도 병행된다. 2025년에는 이 같은 행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성공을 거둔 기업들이 올해도 행사를 이어나가면서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넥슨 ‘던전 앤 파이터’ 팝업스토어
이 같은 열기를 기반으로 국내 곳곳에 팝업 스토어가 열리면서 굿즈를 판매하고 게임을 홍보하는 문화들이 속속들이 생겨나는 주체다. 이를 통해 팬들이 결집되는 장소를 만들고, 상품 판매 수익을 거두는 등 다각도로 접근이 일어난다. 동시에 온라인에서는 소위 ‘굿즈 펀딩’이 병행되는 등 다양한 수익모델이 연구되는 추세다.
테마파크, 오케스트라 등 활동 영역 확대
게임사들의 활동 영역은 단순 게임 발표회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전개된다. 우선 세계적인 게임사 닌텐도가 ‘슈퍼 닌텐도 월드’를 오픈하면서 게임 IP의 오프라인 시장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닌텐도와 함께 제휴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은 연매출이 1.7배 뛰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력한 게임 IP가 오프라인 방문객을 유도하면서 전체 시너지를 낸 셈이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닌텐도가 협업해 제작한 테마파크, 슈퍼 닌텐도 월드
이어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IP인 ‘마인크래프트’를 기반으로 한 테마파크 개발에 착수했으며, 크고 작은 게임사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 중이다. 이를 통해 테마파크 수익뿐만 아니라 상품 판매와, 게임 패키지 판매 등으로 유입되는 비즈니스로 확대된다.
오케스트라 시장 역시 불이 붙었다. 지난 2022년 스마일게이트 ‘로스트 아크’ 콘서트 이후 넥슨 ‘메이플 스토리’콘서트,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콘서트, 네오위즈 ‘P의 거짓’콘서트 등 다양한 게임 IP들의 콘서트가 병행된다.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 오케스트라
‘승리의 여신 니케’오케스트라 콘서트를 개최한 시프트업은 ‘음악을 통해 세계관의 서사를 표현’하고자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 해온 과정을 상기시키는 감동과 기분’을 전달하면서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과정을 ‘경험과 즐거움의 확장’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오위즈, ‘P의 거짓’ 오케스트라
‘P의 거짓’ 오케스트라를 계획한 네오위즈 역시 유사한 맥락이다. 개발진들이 음악 애호가로서 게임에서 ‘음악’을 중요한 내러티브 소재로 활용해 이를 오프라인 선상에서 팬들에게 공유하는 경험을 하고자 했다고 네오위즈 측은 밝힌다. 이 경험 자체를 다양한 수단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게임 전문가들은 네오위즈 오케스트라의 경우 “‘P의 거짓’ 본편 출시 이후 DLC까지 공백에 있어 팬들을 위한 행사가 필요했고 그중 하나로 오케스트라가 효과적이었다"라고 분석했다. 또, ‘승리의 여신 니케’ 또한 직후 업데이트에서 호성적을 거둔 점을 지목했다.
국내 넘어 세계로, 글로벌 향하는 게임 머천다이징
국내 머천다이징 시장에서는 성공 사례들이 줄을 잇는다. 지난 2024년 10월에는 ‘이세계 아이돌’이 굿즈 펀딩으로만 80억 원 매출을 올렸다. 네오위즈 산하 인디게임 브랜드 ‘산나비’는 14억 원을 거뒀다. 시장 규모가 결코 작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 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캐릭터 산업은 약 15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성장한다. 향후 전도유망한 비즈니스로 ‘게임’역시 이 시장의 잠재적 경쟁자 중 하나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펄어비스 ‘검은사막’ 하이델 연회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게임사들은 이제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기반으로한 축제인 ‘하이델 연회’를 프랑스에서 개최하면서 팬들을 결집시켰다. 중국 내부에서 진행되는 ‘던전 앤 파이터’ 페스티벌 역시 장사진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시프트업 ‘승리의 여신 니케’는 국내 전석 매진에 앞서 이미 일본에서 오케스트라를 성공시킨 바 있다. 이렇듯 자사 게임의 IP 파워를 기반으로 게임사들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다. 이를 통해 더 큰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IP를 확보하면서 다양한 사업으로 연계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게임’을 넘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이들의 향후 목표다.
지난 1984년 발매된 게임 ‘포켓몬스터’는 애니메이션화를 거쳐 전 세계적인 IP로 발돋움한다. 라이센스 글로벌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포켓몬스터’는 2023년에 108억 달러(15조 8천억 원) 매출을 올렸다. 앞서 기업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매출의 약 60% 이상이 게임 제외 상품 판매에서 발생했다.
즉, 게임을 시작으로 거대한 머천다이징 기업으로 성장했다. 게임을 기반으로 그 너머 시장을 정조준하는 기업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둔다. 좁은 시장, 레드오션에 한탄하지 않고 결국 도전하는 자세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다. 게임사들은 지난 30년간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해 이를 가능으로 이끌어 냈다. 머천다이징 역시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산업 영역이다.
… [게임 머천다이징 특집③] ‘성덕의 꿈’ 굿즈에 매료된 게이머들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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