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이 봄에 잘 어울리는 영국소설이다. 버지니아 울프 말처럼 재미있다. 런던의 분주함과 체면, 도시의 피폐함을 벗어나 따뜻한 이탈리아 4월을 겪는 이야기이다. 흠모하는 영국식 자연 정원이 아닌것이 아쉽지만, 이탈리아 바닷가 산 살바토레 정원의 화사함이 책 전체에 흐른다. 결국 내가 존재하는 현실이 아닌 어딘가에서 펼쳐지는 '자아찾기'다. '산 살바토레'는 '구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단다.
거칠게 요약하면 제인 오스틴류의 '방문'하며 관계를 맺는 소재가 좀 더 발전해서 자의식을 가진 여성 4명의 ‘여행’으로 바뀐 서사다. 다분히 현대적이다. 그러나 주제의식과 스토리의 중심들은 하나같이 제인 오스틴 스타일이라 클래식을 다시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표지 그림과도 잘 어울린다.(아래 사진)
이미 1991년 영국에서 영화화 되었고, 연극으로도 상연되는 작품으로 알려졌단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제작이 언급되고 있는 것 같다.
작가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1866~1941)은 버지니아 울프, 버트란트 러셀, 사촌 캐서린 맨스필드와 교류했다고 한다. 그 시대를 통과한 작가를 이렇게 또 만났다. 당연히 제인 오스틴 시대를 뛰어 넘는 1920년대 영국의 상황을 반영한다. 주체적인 자의식이 생긴 여성들, 스스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실천했고 성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사랑도 되찾았다. 물론 이들의 생각을 변화시킨 것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이었다.
각자 삶의 문제를 갖고 있던 로즈와 로티, 피셔부인과 캐롤라인 네 명은 이 공간 이동을 통해, 자신의 삶 전체를 다시 숙고하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가장 먼저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변화 시킨 것은 로티였다. 행복함을 만끽해 보려는 태도는 결국 자신과 타인을 변화시켰다. 이들은 혼자 생각에 빠지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존재적 질문으로 자신의 심연을 만났다. 특히 나이가 많은 피셔 부인의 행보는 미래를 보는듯했고, 그러지 말아야할 것들을 기억하게 했다. 인색하지 말 것, 선을 긋지 말 것, 단정하지 말 것...
그래서 당당하게 자신감을 되찾은 이들은 그동안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랑을 회복하고, 인색하고 오만했던 삶 전체를 재정비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 그야말로 모두가 짝도 찾고, 반성도 하게 된다는 제인 오스틴류의 결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갈등 서사의 촘촘함과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 이탈리아의 요리들과 어울려 밀도 있는
소설이 되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들의 감정변화에 집중하게 되고, 피어나는 꽃과 정원을 상상하면서 아름다운 풍광속을 떠다니게 된다.
박태기나무 꽃을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한 문장도 처음 만난 것 같다. 등나무꽃과 라일락의 시기를 거쳐 마지막은 아카시아 향 짙은 5월초로 마무리 된다. 계속 피고 지는 정원을 상상하며 읽는 내내, 마치 살바토레 정원 어딘가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싱그러웠다. 이탈리아는 역시는 사랑스런 장소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게 하는......
덕분에 내 자신의 마음 깊은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잘 지내고 있는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가 감사할 일들은 무엇인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꽃피는 4월에 읽기 적당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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