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8년 만에 콘서트 무대에 오른 지드래곤은 펄펄 날았다. 특유의 스웨그를 마구 뿜어냈다. 그러나 영하의 추위에 관객을 벌벌 떨게 만든 74분 지연 사태가 옥에 티로 남았다.
지난 29일-30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5 월드투어 '위버맨쉬 인 코리아(Übermensch IN KOREA)'가 열렸다. 양일간 6만여 관객이 모여 지드래곤의 무대에 열광했다.
'위버맨쉬'는 솔로 가수 역대 최대 규모의 투어 기록을 세운 지드래곤의 두 번째 월드투어 'M.O.T.T.E' 이후, 무려 8년 만에 개최하는 단독 콘서트다. 특히 지드래곤은 지난해 하반기 'POEWR'(파워) 'HOME SWEET HOME'(홈 스위트 홈)부터 올해 초 'TOO BAD'(투 배드)까지 발표하는 곡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MBC 예능 프로그램 '굿데이' 등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 가면서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그래서일까. 공연장에는 6만 관객을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스타들이 자리해 지드래곤을 응원했다. 현장에서 유재석, 지석진, 양세찬, 하하, 정준하, 산다라박, 코쿤, 이동휘, 풍자, 고준희, 김민준 등이 포착됐다.
뉴스컬처는 29일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시작 2시간 전인 4시 30분에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주차장은 차 댈 곳 없이 빽빽했다. 대부분 관객이 이미 3~4시간 전부터 공연장을 찾아 설레는 마음으로 지드래곤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드래곤이 8년 만에 야심차게 준비한 전국투어의 첫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 '추위'가 발목을 잡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다닐 정도로 따뜻했던 날씨가 영하로 뚝 떨어졌다. 공연장을 찾은 관객 대부분이 패딩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도 스카프 등 지드래곤 스타일을 흉내 낸 비교적 얇은 차림의 팬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73분 지연, 추위 속에 '덜덜덜'
애초 공연 시작 시간은 6시 30분이었다. 당일 오후 지드래곤 측은 SNS를 통해 "돌풍 등으로 인한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이 30분 지연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기자에게도 5시쯤 관련 메시지가 도착했다.
30분쯤이야. 수많은 관객이 일찌감치 공연장 안을 가득 메웠다. 취재진도 7시 전부터 착석해 무대를 기다렸다. 그러나 7시가 훌쩍 지나도록 지드래곤은 나타나지 않았다.
7시 10분쯤 무대 대형 스크린에 '부득이한 기상 악화로 인해 일부 연출 및 특수효과가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될 수 있음을 안내해 드린다. 관객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오니 너른 양해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 띄워졌다. 공연이 시작 될 시간, 계속해서 지연 되고 있는 상황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 시간 고양시 기온은 2도, 체감 온도는 영하 5도 아래였다. 많은 사람이 입김을 내 불며 추위와 사투를 벌였다.
7시 30분이 됐다. 'POEWR' 'TOO BAD' 뮤직비디오만 반복적으로 틀어졌다. 사운드 볼륨이 높아져 무대가 시작되나보다 싶었지만, 아니었다. 낚였다는 기분에 공연장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그리고 예정 시간보다 1시간 13분이 지난 7시 43분쯤 지드래곤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이 장미로 덮인 강렬한 레드 컬러의 의상을 입고 등장해 'POEWR'를 열창했다.
지드래곤 사과, 히트곡 퍼레이드
'POEWR'에 이어 'HOME SWEET HOME'이 이어졌다. 지드래곤과 이 노래를 함께한 빅뱅 태양과 대성은 무대 스크린 양쪽에 영상으로 등장했다. 조금 전까지 '추위'와 사투를 벌였던 팬들의 몸과 마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했다.
이후 예정 된 세트 리스트를 이어간 지드래곤은 공연 지연과 관련해 "날씨가 너무 추운데 이렇게 시작하게 돼 죄송하다"고 짧게 사과하고 다음 무대를 이어갔다. 지드래곤은 계속해서 코를 훌쩍거렸다.
그리고 4번째 곡 'R.O.D' 무대에 투애니원 씨엘이 깜짝 등장해 객석이 들썩거렸다. 좌중을 압도하는 씨엘의 포스와 보컬, 지드래곤과의 여유 넘치는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계속해서 '크레용' '보나마나' '그XX' 'Butterfly'(버터플라이) '너무 좋아' 'Heartbreaker' '삐딱하게' 등 다이나믹한 무대가 계속됐다. 'Heartbreake'(하트 브레이크)에서는 비트박스 아시아 챔피언인 윙이 게스트로 등장해 신선한 무대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드래곤은 8년 만에 마주한 팬들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쳤다. 하지만 추운 날씨 때문인지, 목소리 컨디션 탓인지 불안한 음정, 고음 처리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데도 팬들은 마지막까지 열광했다. 특히 지드래곤은 빅뱅 20주년과 관련해 "내년에는 제 형제들과 제가 20살이 된다. 스무 살에 아주 섹시하게 하겠다. 섹시한 성인식을 준비 중"이라고 말해 뜨거운 환호를 이끌었다.
지드래곤은 공연을 마치면서 "한분 한분 눈에 담고 싶다"며 좋아했다. 이어 데이지 모양의 응원봉을 든 팬들을 향해 "오늘 꽃밭이 참 예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늦어서 죄송하고, 또 추워서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리고 지드래곤은 야속한 하늘을 향해 "야, 너 내일은 좀 부탁한다"고 소리쳤다.
한편 지드래곤은 오는 5월 10일, 11일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필리핀 불라칸, 일본 오사카, 중국 마카오, 대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홍콩 등 7개국 8개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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