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가 파리의 골목을 누비며 또 한 편의 시네마를 완성했다. 장면마다 다른 인물처럼, 그녀는 옷으로 이야기를 썼다. 하나의 룩, 하나의 거리, 하나의 자세로.
첫 번째 컷은 한 편의 연극 같다. 검은색 롱코트를 양옆으로 펼친 배두나는 마치 무대 위 주인공처럼 서 있다. 안에는 전통적인 디테일이 살아있는 재킷과 주름진 스커트가 절제된 힘을 더한다. 하얀 티셔츠로 힘을 빼고, 두 개의 벨트가 허리라인을 잡아주는 순간, 클래식과 아방가르드가 절묘하게 교차한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파리의 강변을 배경으로 한 배두나의 자연스러운 발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보리 재킷과 미니스커트, 블랙 스타킹과 로퍼로 완성한 룩은 단정하면서도 위트 있다. 전시를 본 후 산책이라도 나선 듯한 분위기다. 뒤로는 오르세 미술관, 멀리 보이는 에펠탑까지. 그녀는 도시와 시선을 나누며 걷는다.
지하철역에서 등을 보인 채 걷는 세 번째 컷은 파리라는 도시의 낭만을 넘어, 여행자 배두나의 속도와 리듬을 담아낸다. 벨트로 허리를 질끈 묶은 브라운 롱코트 안에는 주황빛 스커트가 언뜻 보인다. 어둠과 빛, 움직임과 고요 사이를 누비는 그림 같은 장면이다.
배두나의 스타일링이 특별한 이유는 과하거나 요란하지 않아서다. 기교를 부리기보단 의도적인 ‘여백’으로 보는 이를 끌어당긴다. 단정하지만 단정하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긴장감이 있다. 그녀는 꾸미기보다 분위기를 입는다.
패션이라는 언어를 빌려 배두나는 자기만의 시를 쓴다. 장식보다는 실루엣, 색보다는 균형, 유행보다는 무드를 택한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들은 하나같이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고, 그 안에 담긴 태도까지 옷이 된 듯하다.
이번 파리에서의 순간들도 마찬가지다. 셀럽의 무대가 아닌, 사람 냄새 나는 도시의 일부가 된 듯한 자연스러움. 멋을 부리지 않아도 멋이 되는 사람, 배두나는 패션을 넘어 분위기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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