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보통 부드럽고 씹기 쉬워야 맛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세상에는 입에 넣기도 전, 돌처럼 단단한 상태로 존재하는 식재료가 있다.
심지어 이 재료를 썰기 위해서는 칼도 아닌 ‘대패’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일본 요리의 감칠맛을 책임지는 바로 그 재료, 가쓰오부시 이야기다. 최근 이 가쓰오부시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식재료’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다랑어가 돌처럼 딱딱해지는 과정
가쓰오부시는 가다랑어를 통째로 가공해 만든 일본의 전통 조미 식재료다. 얼핏 보면 말린 생선에 불과해 보이지만, 그 속엔 수개월에 걸친 섬세한 손질과 기술의 정수가 담겨 있다.
처음에는 생선 살을 삶고, 뼈를 제거한 뒤 훈연한다. 이 과정을 10회 이상 반복하면서 생선 속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곰팡이를 입혀 발효시키고, 그 곰팡이를 닦아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건조를 극대화한다.
그 결과, 생선 덩어리는 아주 단단한 덩어리로 변한다. 실제로 가쓰오부시를 손에 들면 나무 조각이나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느껴진다. 이 정도로 단단한 식재료는 찾기 어렵고, 일본에서는 전통 대패인 ‘가쓰오부시 케즈리키(削り器)’를 사용해 표면을 얇게 깎아 먹는다. 그 얇은 조각들이 우리가 흔히 보는 춤추는 가쓰오부시 조각의 정체다.
가쓰오부시의 단단함은 예사롭지 않다. 일본의 한 방송에서는 실험을 통해 일반 칼로는 절단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어떤 사람은 “손에 들고 벽에 던지면 금이 갈 것 같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과장처럼 들리지만, 이 모든 것이 수분을 극도로 줄이고 발효·건조를 반복한 전통 기술의 결과물이다.
한 조각이 만들어내는 깊은 감칠맛
가쓰오부시는 단순히 특이한 텍스처만으로 주목받는 재료는 아니다. 진정한 가치는 ‘맛’에 있다. 얇게 깎은 가쓰오부시는 일본 요리의 기본이라 불리는 ‘다시(국물)’의 핵심 재료로 사용된다. 멸치나 다시마와 함께 끓이면 깊고 풍부한 감칠맛을 내며, 이는 일본 음식 특유의 섬세한 맛을 만들어낸다.
뜨거운 국수나 밥 위에 얹으면 뜨거운 증기와 만나면서 실제 춤추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가쓰오부시의 상징적인 모습 중 하나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재료가 얼마나 얇고 가볍게 깎였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쓰오부시는 또한 이노신산이라는 천연 감칠맛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MSG 없이도 강한 감칠맛을 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일본 요리뿐만 아니라 퓨전 음식, 파스타, 샐러드에도 토핑으로 활용되며 요리의 풍미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식재료로서의 독특함, 시각적인 재미, 그리고 감칠맛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가쓰오부시는 단단한 겉모습 너머로 깊은 매력을 지닌 진정한 ‘음식계의 장인’이라 불릴 만하다. 눈에 보이는 단단함 뒤에 숨겨진 섬세한 발효 기술과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있었기에 가능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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