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물의 모양은 정의할 수 없다 ‘셰이프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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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물의 모양은 정의할 수 없다 ‘셰이프 오브 워터’

메디먼트뉴스 2025-03-24 11:38:20 신고

*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공식 포스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공식 포스터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물의 모양은 우리가 정의할 수 있는 모양이 아니다. 물을 그려보라고 한다면 과연 무엇을 그릴 것인가. 사람마다 물의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렇듯 물의 모양은 정의 내리기 힘든 것으로 누군가에 의해 각기 다른 모양으로 기억된다. 이 영화 역시 물의 형태는 존재하지 않기에 사랑, 사람의 형태도 없으며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물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영화를 리뷰해보고자 한다..

 

영화는 물로 시작해서 물로 끝이 난다. 물과 관련된 이미지들을 관객들에게 마치 물과 엘라이자와는 운명과도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첫 장면부터 일라이자가 물속에 잠들어 있다. 마치 그녀의 꿈 속 같기도 하면서 인어공주같이 평안하게 자고 있다. 이 장면은 타이타닉의 도입 부분과 비슷하다. 가라앉은 타이타닉의 뱃속을 감상하는 것 같으면서도 비밀스러운 것들이 곧 펼쳐지는 기대감을 준다. 그리고 어렸을 적 강가에 버려졌다는 그녀, 그녀의 출생은 물과 함께였다. 물과의 운명적인 스토리텔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목에 나 있는 선명한 세 줄의 상처는 마치 아가미를 연상시킨다. 여기서, 사랑의 모양이라는 영화의 서브 제목은 이 영화가 추구하는 사랑에 대한 뜻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 또한 그렇다.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듯이 물의 결정체는 누구를 그 어떤 사람을 마다하지 않는 순수한 그것이다. 즉, 엘라이자와 괴생물체와의 사랑은 그들의 모양 그대로 순수한 것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 영화는 괴물같이 생긴 이름도 모르는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면에서 새로우면서도, 로맨스의 끝을 보여준다. 절대 성사될 것 같지 않은 금단의 판타지를 완성한다. 사랑은 사실 따져야 할 것들이 굉장히 많지만, 엘라이자는 자신의 그대로를 노출할 수 있는,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순수한 물처럼 그냥 그대로를 비추면서도 투명한 물처럼 누군가를 볼 수 있는 사랑을 할 상대를 기다렸고, 그 상대가 그저 그 생명체였다는 것이다.

 

사람 또한 그렇다. 이 영화에는 수많은 소수자들이 등장한다. 언어 장애인, 성소수자 등 많은 차별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사람이며, 똑같은 내면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줬디. 스트릭랜드가 엘라이자에 “우린 하나님의 모습을 본 따 만들었어. 하나님이 저렇게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하나님은 인간과 똑같이 생겼어. 나나 당신처럼. 좀 더 날 닮았겠지만.”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 신은 물고기와 사람이 섞인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결국 끝에는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나도 그 사람처럼 입을 뻥긋거리고 소릴 못 내요. 그럼 나도 괴물이에요?” 우리가 은연중 가지고 있던 차별에 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그래서인지 멜로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더 핵심적인 메시지는 소수자들의 연대와 투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지점이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었는데, 소수자의 이야기를 함께 다룬 덕분에 엘라이자가 생명체가 자신의 어디가 모자르고 어떻게 불완전한지를 모르고, 그래서 자신을 그 자체로 본다고 말하는 것처럼 엘리자가 괴생명체를 사랑하는 것에도 개연성이 더해지고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공식 스틸컷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공식 스틸컷

영화의 엔딩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크리처는 그녀를 품에 안고 함께 물속으로 뛰어든다. 총상으로 숨이 꺾여 버린 그녀를 바라보며 목의 흉터를 소중하게 어루만진다. 그리고 반짝이는 푸른빛을 내뿜으며 그녀에게 키스한다. 그 순간 엘라이자는 숨을 내뱉으며 눈을 뜨게 된다. 고통의 상처가 사랑의 아가미가 되어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이다. 푸른빛이 감도는 물속에서 호흡할 수 있는 새 생명의 탄생. 마치 태아가 연상된다. 태아는 엄마뱃속 양수 안에서 자라다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폐로 첫 호흡을 내뱉는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음을 찬란한 울음을 터트리며 스스로 알린다. 엘라이자도 크리쳐의 신비의 사랑으로 인해 아가미로 새로운 호흡을 시작하며 새 생명을 얻었다. 이제 크리처와 엘라이자는 모양이 없는 물, 무한한 형태의 물 안에서 그들만의 사랑을 이뤄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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