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 계절을 초월하는 패션템, 카디건 – 그 시작은 군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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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계절을 초월하는 패션템, 카디건 – 그 시작은 군복이었다?

스타패션 2025-03-23 11:22:02 신고

 

포근한 감촉, 여유로운 실루엣, 그리고 어떤 룩에도 유려하게 녹아드는 클래식한 매력. 매 시즌, 옷장 속에서 자연스레 손이 가는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카디건이다. 데일리 룩에 부담 없이 걸칠 수 있는 실용성과 동시에 스타일링의 중심이 되기도 하는 이 다재다능한 아이템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패션 역사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토록 세련되고 감각적인 아이템의 시작이 전쟁터의 군복이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다. 19세기 중반, 영국의 귀족이자 군인이었던 '제임스 토머스 브루드넬', 일명 카디건 백작(Earl of Cardigan)은 혹독한 전장 속 병사들의 체온 유지를 위해 니트 소재의 상의를 고안해냈다. 버튼이 달린 앞 여밈 구조, 부드러운 울 소재, 레이어링이 가능한 디자인. 당시엔 오직 실용성을 위한 군복에 불과했지만, 그것은 패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출발점이었다.

시간이 흘러, 전장의 보온복은 새로운 목적을 가지게 된다. 20세기 초 프랑스, 시대의 아이콘이자 혁신의 대명사 '코코 샤넬'은 여성을 위한 자유로운 옷차림을 제안하며 카디건을 패션의 전면으로 끌어올렸다. 단단한 코르셋을 거부하고 활동성을 중시했던 그녀는 남성복에서 착안한 편안하고 기능적인 실루엣을 여성복에 도입했고, 그 중심에 카디건이 있었다. 우아하지만 구속받지 않는 옷, 고급스럽지만 지나치게 힘주지 않은 스타일—이 모든 감각이 카디건이라는 하나의 아이템 속에 농축되었다.

이후 1950년대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카디건은 아이비리그 캠퍼스에서 청춘의 상징으로 다시 태어난다. 셔츠와 타이 위에 깔끔하게 걸쳐 입은 울 카디건은 지적이고 단정한 무드를 완성했고, 이는 곧 엘리트의 이미지로 이어졌다. 단정함, 절제, 세련미—당시의 카디건은 젊음의 교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사진=표예진, 고윤정 인스타그램
/사진=표예진, 고윤정 인스타그램

 

그리고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시기의 카디건을 경험하고 있다. 컨템포러리 패션은 다시 한 번 ‘레트로’와 ‘빈티지’라는 감성을 환기시키며, 과거의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할머니 옷장에서 막 꺼낸 듯한 오버사이즈 니트 카디건은 트렌디한 Z세대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여유로운 핏, 거칠지 않은 컬러 팔레트, 그리고 편안함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흐름과 절묘하게 맞물리며 카디건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타일링의 폭도 한층 더 넓어졌다. 무심하게 툭 걸쳐도 완성도 높은 룩이 되며, 길이와 핏, 소재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봄과 가을에는 얇고 가벼운 니트 카디건이 자연스럽게 레이어링되고, 겨울에는 울이나 알파카 소재의 두꺼운 카디건이 보온성과 동시에 존재감을 더한다. 여름철에는 시스루 소재나 린넨 카디건으로 스타일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

✦ 지금 가장 스타일리시한 카디건 활용법

1. 오버사이즈 룩의 정석, 루즈핏 카디건

크롭 티셔츠나 탱크톱 위에 입는 루즈한 카디건은, 단번에 빈티지하면서도 쿨한 무드를 완성한다. 하이웨이스트 데님 팬츠나 와이드 슬랙스와의 조합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자유로운 감성을 강조한다. 남성의 경우, 기본 셔츠 위에 오버핏 카디건을 걸치고 치노팬츠나 스트레이트 핏 데님으로 마무리하면 힘을 뺀 듯 자연스러운 데일리룩이 된다.

2. 크롭 카디건 + 하이웨이스트의 환상 조합

허리를 드러내는 크롭 카디건은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하이웨이스트 스커트나 팬츠를 더하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는 덤. 최근 다시 떠오른 Y2K 스타일링과도 찰떡처럼 어울리며, 과감한 컬러나 패턴을 더하면 생기 넘치는 스트리트 무드를 연출할 수 있다.

3. 포멀과 캐주얼의 경계를 허무는 비즈니스룩

슬림 핏 카디건은 오피스웨어에서도 그 존재감을 발휘한다. 셔츠나 블라우스 위에 차분한 컬러의 카디건을 레이어드하면 포멀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여기에 미디스커트나 슬랙스를 매치하면 실루엣의 정갈함까지 갖춘 완벽한 비즈니스 캐주얼룩이 완성된다.

결국, 카디건은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와 감정, 태도와 철학이 스며든 패션의 언어다. 전쟁터의 실용복에서 출발해 여성 해방의 상징이 되었고, 청춘의 상징을 지나 지금은 개성과 자유를 이야기하는 도구로서—카디건은 매 순간 진화해왔다.

스타일이란 결국 자신만의 언어를 찾는 일. 그리고 그 언어에 카디건이라는 단어를 더하는 건 언제나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니 올봄, 옷장 한쪽에 조용히 자리 잡은 그 카디건을 꺼내보자. 새로운 계절, 새로운 나를 위한 가장 부드럽고도 감각적인 시작이 되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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