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응급·외상 최후 보루 ‘제주한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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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응급·외상 최후 보루 ‘제주한라병원’

이데일리 2025-03-11 12: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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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병원 도착 3분 전 심정지가 온 70대 중증 외상 환자.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준비 중인 응급의료 전문의 6명이 달려들어 대동맥을 차단하고 심장을 직접 압박해 심장부터 살려냈다. 개복술로 복부 쪽 이상을 대처하고 심장과 비장 중요 혈관을 묶었다. 이러한 손상 통제 수술로 맥박이 돌아온 환자는 38분 만에 준비된 수술실로 이동했다. 이 환자는 얼마 뒤 상태가 호전돼 퇴원했다.

제주한라병원은 이러한 중증 외상 환자가 마지막으로 찾는 병원이다. 제주도 내 다른 병원이 치료할 수 없는 급성 심혈관질환과 중증 외상, 중증 응급환자 모두 모인다. 지난 6일 기자가 방문한 제주한라병원은 중증 환자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제주한라병원 입구.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 팻말이 함께 배치돼있다.(사진=안치영 기자)


권오상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공개한 자료.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도착한 70대 중반 남성이 응급수술로 심장 기능 회복된 상태서 38분 만에 다른 수술을 위해 수술실로 이동했다. (사진=제주한라병원)


◇중증 응급·외상환자 최후 보루…제주서 유일한 흉부외과 수술팀 운용 병원

제주한라병원은 제주도 내 응급 안전망 구축의 핵심 중 하나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장 출신인 김원 응급부원장 산하에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에선 지난해 253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했는데 책임진료율 100%를 기록했다. 이는 주변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해 제주한라병원으로 보내는 중증외상환자까지 모두 책임지고 치료했다는 의미다.

권역응급의료센터 또한 종결치료기관 역할을 수행하며 다른 병원과 지역에서 오는 KTAS(한국형 응급의료 분류체계) 1·2등급 환자를 치료한다. KTAS 1·2는 생명이나 사지를 위협하는 단계이거나 이러한 가능성이 큰 단계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608명의 KTAS 1·2 환자를 치료했는데, 이는 도내 전체 환자 중 44%에 달한다.

제주한라병원이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흉부·심장·외상 등 의료계에서도 꺼리는 진료과 전문의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심장내과 전문의 3명,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 8명 등으로 구성된 심장혈관센터는 제주도 내 유일한 흉부외과 수술팀을 가동 중이다. 이들은 응급 심장수술과 대동맥 박리·파열 등 중증 심혈관질환을 치료한다. 흉부·복부 대동맥 박리·파열 수술은 제주도 내에서 제주한라병원만 할 수 있다.

또한 7명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도내 신경계 응급환자 치료를 책임진다. 지난해 153명의 신경계 응급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워 이송됐는데 이 환자들을 끝까지 치료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도 11명의 전문의가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원 응급부원장은 이들이 제주도에 모인 가장 큰 이유를 동기 부여로 꼽았다. 그는 “일각에서는 마치 돈만 갖고 움직이는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제일 중요한 점은 본인을 필요로 하는 곳을 가서 구실을 하고 인정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증 응급·외상에 특화된 병원의 특색을 꼽았다. 심장·흉부·뇌 분야 진료과와 응급의료센터가 연계적으로 움직이면서 내가 하는 역할을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지원해주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의료재단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제주한라병원은 한라의료재단 소속 병원이다.

특히 중증 응급·외상 분야는 이른바 적자를 보는 분야지만, 한라의료재단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며 병원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김성수 한라의료재단 이사장은 “병원 수익만으로 운영하기엔 상당히 열악하다”면서도 “제주 지역이 응급·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기 때문에 구성원과 함께 제주도민의 생명을 구하는데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라의료재단 이사장(사진=보건복지부 기자단)


◇제주한라병원의 파트너 ‘제주자치도청’…촘촘한 응급의료 자원 관리

제주한라병원은 다른 의료기관과 활발히 연계하기도 한다. 한정된 외상·응급의료진이 소모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함이다. 타 의료기관과 소통이 안 돼 환자 미스매치가 발생하면 도내 응급의료체계에 구멍이 생긴다.

이러한 의료기관 연계 협력은 제주자치도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원 응급부원장의 지휘 아래 도청 보건정책과·응급의료지원단과 협업해 최종치료 포괄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만들었다. 쉽게 말해 제주도 내에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을 매일 체크하는 시스템이다. 28개 중증응급질환과 12개 비중증응급질환 중 각 병원의 당직 일정을 확인해 치료 가능한 병원이 몇 군데인지 매일 점검한다. 응급 대응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응급의료에 참여하는 병원 간에 당직 일정 등을 미리 조정할 수 있기도 하다.

아울러 제주자치도는 서귀포 지역 내 유일한 종합병원인 서귀포의료원과 제주한라병원이 중증환자 이송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서귀포의료원 옥상에 헬리패드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 섬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닥터헬기 △소방헬기 △해경헬기 △경찰헬기를 이용하는 ‘지역 통합 항공이송체계’ 구축 또한 추진 중이다.

조상범 제주특별자치도 안전건강실장은 “1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의정갈등 속에서 제주한라병원이 신속하고 시의적절하게 많이 대응해줬다”면서 “지자체와 유기적으로 응급의료 지원 체계와 중증외상센터 등 여러 협업을 많이 진행하면서 응급실 뺑뺑이 환자 사례 발생을 최대한 예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민 한라의료재단 지역의료 선진화 추진본부(흉부외과 전문의)가 지난 7일 기자단에게 제주한라병원 응급수술실 설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안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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