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창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체코 정부로부터 외교 훈장을 받게 된 사연에 관심이 쏠린다. 부회장직에 오른 직후 체코공장(HMMC)에 달려가 유럽 진출의 초석을 마련한 정 회장은 이곳을 기반으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4위까지 끌어올렸다. 동시에 현지 경제 발전, 재해 지원, 사업 협력 등에 이바지하면서 외교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10일 얀 리파브스키 체코 외교부 장관을 대신한 이반 얀차렉 주한 체코대사로부터 한국과 체코의 관계 강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외교 훈장을 수훈했다.
자동차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동유럽 진출 시발점인 체코에서 '국민 기업'으로 통한다. 지난 2009년 체코 오스트라바시 노소비체에 준공한 현대차 체코공장(HMMC)은 2006년 가동을 시작한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유럽 공략 거점으로 우뚝 섰다. 당시 기아자동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체코로 직행한 정 회장은 준공식에서 "체코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책임있는 지역사회 일원의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21년 친환경차 생산공장으로 전환한 HMMC는 2023년 기준 연간 13만8849대를 출고했다. 작년에는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 50만대를 육박하는 등 핵심 생산 기지로 자리매김했다.
HMMC는 친환경차 생산 이후 판매량의 연평균 성장률(CAGR)이 54%를 넘었다. 전체 차종 판매량 증가폭(11%)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HMMC의 이 같은 성장에 힘입어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작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판매량은 106만3517대로 4년 연속 100만대 이상의 실적을 냈다. 점유율은 8.2%까지 확대돼 폭스바겐그룹, 스텔란티스, 르노그룹 등에 이어 네 번째를 지켰다.
이 같은 까닭에 정 회장은 체코 현지 사회를 각별히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정기적으로 HMMC를 방문해 유럽 사업 현황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재난 피해 복구 지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 HMMC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 회장은 "(체코공장은) 현대차그룹의 지속적인 성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폭풍 '보리스' 피해 복구에 1000만코루나(약 6억원)를 기부했다. 앞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성금과 예방 물품을, 2021년에는 허리케인 피해 구호 성금을 쾌척했다.
체코 오스트라바 공과대학과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업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과 함께 진행한 협약으로 이들 기관은 차량·사물간 통신(V2X), 양방향 충·방전(V2G)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전반을 연구하고 있다.
HMMC에는 친환경차 생산 기지다운 면모도 마련했다. 현대차 2024년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HMMC는 글로벌 공장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재생에너지 100%(RE100)를 현실화했다. 또 오는 2029년까지 2022년 대비 용수 사용량을 30% 감축하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해 이행 중이다. 이를 위해 제조설비의 깨끗한 폐수를 세척 공정에 재사용, 연간 9만1238유로를 절감했다. 이 밖에도 정 회장은 그룹 차원의 숲 조성 사업인 '아이오닉 포레스트'를 통해 체코 베스키디산맥에 씨앗과 묘목을 심거나 희귀 나비를 상시 감시하는 등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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