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인 시는 일종의 '암호'다. 단일한 '답지'가 없이 열려 있는. 독자는 자신의 삶을 연루시키며 문장을 읽어 나갈 수밖에 없고, 그래서 시라는 암호의 정답은 독자의 수만큼 존재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누가 어떤 시를 읽는가'는 시를 넘어 그 사람을 알려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책 '시 탐정 사무소 2'는 바로 이런 시의 속성을 가져온 '추리 소설'이다. 시 탐정 설록과 그의 조수 완승 군은 의뢰인들이 들고 온 시를 해독해, 시를 읽은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의뢰자의 사연은 다양하다. 하루아침에 좌천당한 선배 기자의 사정을 알고 싶은 후배, 퇴근 루틴이 바뀐 남편을 의심하는 중년 부인, 호감 가는 여성이 건넨 시집을 들고 찾아온 젊은 남자…. 주인공들은 논리적 시 해독으로 사건의 본질을 찾아간다. 2023년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으로 출간된 책의 새로운 연작으로, 전편과 달리 사건의 중심인물이 의도적으로 숨겨 놓은 시 속 ‘메시지’의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활약도 관전 포인트다. 현직 국어 선생님이 쓴 책으로, 책 자체의 재미뿐만 아니라, 시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까지 알게 될지도.
■ 시 탐정 사무소 2
이락 지음 | 안녕로빈 펴냄 | 196쪽 | 1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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