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을 통해 감독인생 처음으로 로맨스 무드를 만들어 낸 봉준호 감독은 뿌듯하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봉 감독이 영화를 홍보하던 당시 로맨스라고 했으나 막상 영화를 볼 때면 좀 더 과감한 표현에 화들짝 하게 된다. 그러며 이 영화의 관람 등급이 15세라는 것에 새삼 놀라게도 된다.
봉 감독은 "'기생충' 때도 15세 관람가가 나오긴 했지만 거기서 묘사된 부부의 모습은 약간 15세와 18세 가운데 어딘가, 17세 6개월 정도의 느낌이었다. 저희는 등급위원회로부터 판정을 받는 입장이기에 그분들의 판정을 존중한다"라며 이번 영화도 15세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샤와 두 미키의 배드신에 대해서 봉 감독은 "원작 소설에도 있는 부분이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쓰리썸인데, 둘 다 미키이기 때문에 쓰리썸이 아니지 않나 생각되는 그런 상황이다. 소설을 읽으며 그 부분이 되게 흥미로왔다. 인간이 이런 상황에 닥쳤을 때 미키가 둘인지 하나인지 혼란스럽다. 정체성 문제로 볼 때도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이다."라며 자칫 19세 관람 등급으로 빠질 뻔했으나 절묘하게 모드가 전환된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며 "미키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가혹하다. 본인은 실실 웃으면서 지내지만 냉철하게 상황을 보면 잔혹하고 가혹하고 힘겹다. 나샤를 만나지 못했다면 버티고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 나샤는 크리퍼가 미키를 살려주고 도와줬다는 통찰도 얻게 해 준다. 끝까지 곁에 있어주는 게 결국은 나샤이기 때문에 멜로냐 아니냐의 장르 구분에 앞서서 나샤의 역할이 너무 중요하다. 나오미 애키 배우가 연기한 나샤는 너무 중요한 캐릭터고 스토리를 지탱하는 축이다. 나샤를 못 만났더라면 미키는 계속 프린터만 들락날락하며 나락으로 갔을 것. 그래서 너무 중요했고, 필요했고 잘 찍고 싶었다"며 나샤와 미키의 배드신을 설명했다.
봉 감독은 "베를린에서 영화를 보며 느낀 건데, 미키와 나샤가 식당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나샤는 강아지한테 간식 주듯 먹을 걸 주고, 로버트 패틴슨은 그걸 먹으며 막 좋아하더라. 그때 로버트 패틴슨의 표정을 보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더라. 남자인 제가 봐도 그런데 왜 그동안 영화에서 로버트 패틴슨의 저런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을까 싶더라."며 로버트 패틴슨의 러블리함에 반했음을 고백했다.
영화 속 러블리한 또 하나의 존재는 바로 외계생명 크리퍼였다. 우리가 볼 때는 공벌레를 모티브로 한 게 아닌가 싶었지만 봉 감독은 크로와상이 모델이라고 했다. "쥐며느리를 떠올리기도 했고 아마딜로라는 것도 공처럼 말려서 굴러가는 걸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솔직히 디자이너에게 처음 건네준 이미지는 크루아상 빵이었다. 프랑스에서 인터뷰 때 이야기 했더니 괜히 프랑스에 왔다고 저런 립서비스 하는 거 아니냐고 오해하던데 그게 아니다. 대사에도 똥물에 빠진 크루아상 같다는 말이 나온다. 크루아상을 보면 이렇게 막 움직일 것 같더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며 "마지막에 크리퍼를 이렇게 안고 있는 거 보셨나? 도로시가 앞줄에 아기 크리퍼를 안고 있다. 저희 집 강아지 쭈니와 사이즈가 똑같은데 행동도 비슷하게 따왔다. 애니메이션 할 때의 철칙이 강아지의 동작을 가져와서 무조건 귀엽게 하는 건데 보는 사람의 마음이 녹아내리게 하려고 크리퍼가 굉장히 중요했다."며 자신의 반려견을 투영해 아기 크리퍼를 만들었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봉 감독이다.
'옥자' '설국열차'에 이어 이번 '미키 17'에서도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배양육을 정신없이 흡입하는 로버트 패틴슨의 모습이 나오는데 봉 감독은 "먹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래서 제 영화마다 항상 먹는 장면이 나온다"라며 정색했다.
"'설국열차'에서 바퀴벌레 양갱을 먹거리로 만들었는데 원래 원작에서도 배양육을 큰 두부판 같은데 넣어 썰어 나눠주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지금 배양육은 엄청난 시장이다. 동물 도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환경에 해롭지 않게 육류를 섭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도 돌아가고 있다. 여러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배양육에 대한 실험이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 편견 없이 그걸 먹을 수 있게 이왕에 나오는 거 맛있게 나오면 좋겠고, 배양육도 살치살, 껍데기처럼 특수부위가 있으면 좋겠다"며 현 상황 설명과 더불어 상상력을 발휘했다.
매 작품마다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하는 봉 감독이다. 그는 "미키가 실험실 생쥐처럼 쓰인다. 본인은 인류를 위해 희생한다고 스스로 위로하긴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사회 공동체 전체가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모든 일을 한 명에게 몰아준 다음 반복해서 죽는데도 아무런 죄책감을 안 느낀다. '너 계약서에 사인 했잖아. 그건 너의 직업이야'라면서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인간들이 비겁하다. 반면 크리퍼들은 대단하다. 인간은 사람 하나를 계속 죽이면서 자기들 마음을 편하게 하는데 크리퍼는 애 하나를 구하기 위해 몇십만 마리가 몰려왔다."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사고방식은 인간적으로 비겁하다는 말을 했다.
또 "몇 년 전에 유난히 또 연이어 그런 사건들이 있었지 않나. 화력 발전소에서,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산업 현장에서 많은 청년들이 돌아가셨다. 일 하는 조건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모르겠지만 그분들이 돌아가셨던 그 포지션에 지금도 계속 누군가가 일을 하고 있다. 김 군 다음에 박군, 최 군.. 계속 그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고 사건은 금세 잊힌다. 여기서 오는 슬픔과 잔인함이 있다. 이런 모든 상황을 압축하는 단어가 바로 미키의 직업을 말하는 '익스펜더블'이다. 내가 여기서 일하다 죽어도 그다음에 또 누가 올 거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절망감을 영화에서는 휴먼 프린터를 폭파시키는 걸로 극복해 낸다. 그나마 이건 영화니까 기계를 폭파시키는 걸로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결론을 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렇게 쉽게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라며 노동의 세계에서 인간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특히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안타까운 청년들의 죽음에 대해 언급했다.
봉 감독은 "영화에서 미키가 가혹한 상황에 처해 있고, 견디기 힘든 경멸을 당하지만 어쨌든 영화의 끝에 이 미키가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아 있다는 게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미키의 생존을 이 영화를 보며 느낄 수 있는 작은 위로로 여겨주시면 좋겠다."며 '미키 17'의 메시지를 전했다.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 '미키17'은 2월 28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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