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불확실성 5년래 최악…기업들 투자 줄인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국내 정치 불안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겹치면서 최근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5년 내 최악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올해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를 크게 줄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는 365.14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 12월(107.76)과 비교하면 3.4배 급등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12월 국내 비상계엄 선포 등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의 급변이 이어지면서 지수가 상승한 것이다. 한일무역분쟁으로 인해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역대 최고로 치솟은 2019년 8월(538.2) 이후 5년여 만의 최고치다.

이 지수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스콧. R 베이커 교수 등이 2016년 고안한 것이다. 국가별 주요 언론에서 경제(Economy), 정책(Policy), 불확실성(Uncertainty)과 관련한 단어들의 빈도를 집계해 계산한다.

◇ 지수 10포인트 증가하면 투자 8.7%↓

특히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가 10포인트 증가하면 국내 설비투자를 약 6개월 뒤 8.7%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가 크게 감소하고,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투자 위축이 지속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4.2% 줄었다.

박가희 SGI 연구위원은 “대내외 충격에 따라 경제정책이 자주 바뀌면 기업들은 투자 시점이나 규모를 결정하기 어려워진다”며 “그 결과 이미 계획한 투자조차 늦추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반도체와 자동차는 글로벌 수요와 기술 경쟁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최근 불확실성에도 투자는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SGI 관계자는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은 기술 혁신과 시장 선점이 중요해 장기적·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라며 “글로벌 공급망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일관된 경제정책 중요…정부 소통 강화도”

SGI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 조성과 불확실성 완화를 위한 정부 및 기업 차원의 대응책을 제시했다. 우선 경제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정책 변경 시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업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들이 예기치 못한 불확실성 충격을 흡수해 낼 수 있도록 △투자세액공제 확대 및 한시적 규제 완화 △환율 변동보험·보증제도 확대 △환위험관리 비용 보조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충격이 대기업에 비해 큰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 및 금융기관 연계 사모펀드 활용을 통한 해외 공동투자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잠재력 있는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해외에 진출함으로써 투자에 따른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양수 SGI 원장은 “반도체, 자동차 등의 업종은 경제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고, 국가 전체의 투자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반도체특별법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 기업들의 안정적인 장기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