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비명계와 연쇄 회동을 통해 통합 행보를 이어오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3년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당내 비명계 의원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 "검찰과 짜고 한 짓"이라고 말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당내 비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대선주자 등 비명계는 분노하며 한목소리로 이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이 이낙연 전 총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즉, 비명계의 통합 요구를 일정 부분은 수용하면서도 이 전 총리는 통합 대상으로 할 수 없다는 시그널이라는 분석이다.
李 "(비명계) 사퇴하면 봐 준다, 사퇴 안 하면 구속시킨다고 해"
"가결 규모 파악 위해 부결 투표 요청.. 총선에서 정리 돼"
이재명 대표는 5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지난 2023년 9월 국회에서 가결된 자신의 체포동의안이 당시 검찰과 비명계의 합작품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가결을 예상했었다며 자신이 들은 얘기를 전했다.
그는 "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벌인 일과 당내에서 제게 비공식적으로 요구하고 협상으로 제시한 것을 맞춰보니 당내 일부하고 이미 다 짜고 한 짓이더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다. 타이밍이 연관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국회는 총 투표수 295표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표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민주당 의석수를 감안하면 약 30명이 가결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전인 2023년 6월 민주당 유력 인사를 만난 자리를 언급하며 "그분이 저한테 '사법처리가 될 거니 당대표를 그만둬라. 그만두지 않으면 일이 생길 것 같으니 본인을 위해서나 당을 위해서나 사퇴해라'며 사퇴 시점도 정해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보니 영장 청구 시점과 거의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추측만 했지만 나중엔 거의 확신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자신이 받았던 요구 내용도 공개했다. 이 대표는 "사퇴하면 봐준다, 사퇴 안 하면 영장 (체포동의안에) 동의해서 구속시킨다라고 했다"면서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구속되면 옥중에서라도 사퇴하지 말아야겠다는 계획도 다 짰다"며 "A안과 B안과 만약의 경우에 대한 안을 다 (마련)해놓고 지도부들과 논의해서 '비상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그땐 이렇게 이렇게 하자'고 했는데 예상대로 가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결을 앞두고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한 것은 가결 규모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가결해달라고 해서 전원이 동의해버리면 가결한 사람이 드러나지 않는다"며 "구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감수하고 부결 요청을 해서 가결 동의자를 최소화했다. 거기에 대해 당원과 국민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그게 다 드러나서 정리가 되면서 결국 그렇게 됐다"며 "제가 그들을 구체적으로 제거하지는 않았지만 책임을 물어야 그게 민주정당"이라고 덧붙였다.
초일회·김동연·김두관·고민정 등 비명계 강력 반발
김두관 "공식 사과하라...국민통합은 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나"
고민정 "악수 중 악수...통합, 공든탑 무너져"
이 대표는 이날 전까지 적극적으로 비명계와 만남을 가지며 통합행보를 보여 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시작으로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용진 전 의원 등과 회동하며 통합 의지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비명계는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초일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동료의원들이 검찰이나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한 건 동료에 대한 인격모독이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당내 통합을 얘기하면서 분열주의적 발언을 한 것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 웃고 뒤에서 칼 꽂는 격이다. 통합 행보는 쇼였냐"라고 사과를 촉구했다.
비명계 대권주자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의원이 검찰과 (짜고) 그런 식으로 할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된다"며 이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김두관 전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표 발언에 "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충격이다"며 "국민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놓고 국민통합은커녕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재명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전날(5일) 부터 많은 분이 제게 연락해 '이 대표의 표리부동한 이중성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주자와 릴레이 회동을 하면서 말한 통합이 거짓말이고, 쇼라는 것"이라며 "저 역시 지금도 말없이 민주당에 있는 내부의 비판세력을 겨냥한 분열의 발언이라고 생각한다"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 요구한다"며 "어제 매불쇼 발언을 공식 사과해라. 그리고 통합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내란 세력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비명계 고민정 의원은 6일 MBC라디오에서 "스스로 만들었던 여러 종류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듯한 느낌"이라며 "악수 중의 악수"라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이 대표의) 개인적 속내는 어떤 분노와 증오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밖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메시지는 국론이 분열돼 있는 대한민국을 통합시키는 지도자의 면모를 조금씩 갖춰가고 있고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봤다"며 "하지만, 어제 그 발언으로 인해서 그 두가지(정책이슈와 당내 통합) 공든탑이 다 가려지게 될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최고위원을 맡고 있던 고 의원은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 이재명 대표께서 자기 추측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알고 넘어가지 않고서는 뭐가 진실인지 모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명계는 이 대표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 때의 검찰 부역자들과 통합하자고 말하기 전에, 그들에게 사과반성부터 하라고,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이라고 말하는 게 진정한 통합 행보 아닌가"라고 적었다.
"이낙연과 통합 없다" 시그널?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이번 발언은 이낙연 전 총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이 전 총리가 의원직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 상당수가 이 전 총리와 가까웠던 만큼 이 전 총리가 이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당시에도 나왔었다.
최근 이 전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를 동시에 청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비명계의 통합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며 비명계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으나 이 전 총리와는 통합이나 연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비명계 인사들의 인식과도 일치한다. 김경수 전 지사는 4일 이 전 총리의 '이재명·윤석열 동시청산' 발언에 대해선 "이해가 가지 않는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전 총리에 대해 "너무 멀리 나갔다. 우리는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전 총리는 배제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는 방향이 지금은 다르다. 방향이 다른데 통합하기가 어렵다"며 "그래서 (이 전 총리가) 그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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