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설영우는 유럽 진출 첫 무대인 세르비아에서 한 시즌을 다 치르기도 전에 리그 최강 풀백으로 자리매김했다.
설영우는 3일(한국시간) 소속팀 츠르베나즈베즈다가 IMT노비베오그라드에 4-0으로 승리한 2024-2025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26라운드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1도움을 기록했다.
이번 도움은 설영우의 개인기량과 자신감이 더욱 올라왔음을 보여줬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설영우가 오른발 쪽으로 공을 슬쩍 옮기며 크로스를 찍어 올렸고, 정석적인 궤적으로 문전에 날아간 공을 브루노 두아르테가 마무리했다.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개인기량에서 끝이 아니다. 설영우는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진출 첫 시즌 공격 포인트 10개를 돌파했다. 수베르리가에서 5골 3도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3도움을 올리며 공격 포인트가 11개나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빅 리그가 아닌 유럽 변방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들을 주로 소개하는 ‘와이드 스카우트’는 소셜미디어(SNS) X를 통해 설영우의 기록을 소개했다. 설영우는 수페르리가 풀백들과 비교했을 때 90분 당 기록이 1위인 부문 투성이었다. 특히 공 소유와 빌드업 관련 지표에서 압도적이었다. 볼 터치, 키 패스, 패스 성공 횟수, 패스 성공률, 전진패스 성공 횟수, 짧은 패스 성공 횟수가 모두 1위였다. 점유율 마진은 2위였다.
이처럼 좋은 활약은 설영우의 다음 목표인 빅 리그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 설영우는 이미 빅 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 작년 초 카타르 아시안컵 현장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구단 웨스트햄유나이티드가 관계자를 파견해 설영우 영입을 시도했고, 당시 울산HD 소속이었던 선수가 해외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즈베즈다 이적이 확정된 뒤 알려진 비하인드 스토리에 따르면 웨스트햄은 설영우 영입에 꽤 적극적이었으나 몸 상태에 대한 오해로 무산됐다. 설영우는 당시 고질적인 어깨 탈구 문제를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안컵 후 울산에서 경기를 소화하는 등 당장 뛰는 게 불가능하진 않았다. 그러나 웨스트햄 측은 설영우의 상태가 아시안컵 직후 수술 필수라고 오해했고, 시즌 중 영입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 영입전에서 철수했다. 당시 유럽인으로 구성돼 있던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를 통해 몸 상태에 대한 과장된 정보가 전달되면서 즈베즈다를 제외한 팀들이 영입 의사를 철회했다.
당시 빅 리그 직행이 무산됐지만, 설영우는 ‘플랜 B’에 따른 해외진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어깨 수술을 통해 탈구 문제에서 해방됐고, 재활 겸 근육을 붙이면서 세르비아의 더 거친 축구에 대비했다. 이때 몸을 불린 건 겨울 휴식기를 통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을 때 몸 상태를 유지한 비결이기도 했다. 대표팀 선배 황인범이 뛰고 있던 즈베즈다로 이적하면서 유럽 적응 문제를 최소화한 것도 연착륙에 도움을 줬다.
이번 시즌을 지금과 같은 기세로 마친다면 더 많은 리그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즈베즈다는 이번 시즌에만 마르코 스타메닉(노팅엄포레스트 이적 후 올림피아코스로 임대), 나세르 지가(울버햄턴원더러스) 두 명을 PL로 이적시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츠르베나즈베즈다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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