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노트] 한국 증시, 장기적 걱정과 단기적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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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노트] 한국 증시, 장기적 걱정과 단기적 기회

연합뉴스 2025-03-01 10:30:02 신고

코스피ㆍ코스닥 코스피ㆍ코스닥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2025.2.20 yatoya@yna.co.kr

주위를 보면 별로 좋은 구석이 없어 보인다. 경기는 순환적 둔화 국면이지만 장기적으로도 한국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의 문턱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는 보호무역이라는 칼날을 겨누고 있다. 내부적인 정치 환경도 경제활동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경기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늘 듣는 터이기에 구조적 저성장에 대해 논의해보자. 금융시장에서 전망하는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1.7%다. 전망치는 바뀔 수 있지만 1%라는 성장률의 앞자리가 중요하다. 2023년에 1.4% 성장한 후 작년에 2.0%로 턱걸이를 했고, 올해 다시 1%대가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2022년까지 1%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없는데, 이젠 1%대 성장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2026년 성장률 전망치도 1.9%에 그친다. 2023년부터 1.4% → 2.0% → 1.7%(컨센서스; 기대치) → 1.9%(컨센서스)'라면 1%대 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GDP 성장 둔화는 한국 증시의 장기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 증시는 과거 3차례의 장기 강세장을 경험했는데, 3개 시기 모두 강력한 경제 성장엔진이 존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차 강세장은 1972~1978년에 나타났는데, 당시 코스피는 493.8% 상승했다. 주가 상승의 동력은 중동 건설 붐에 따른 오일머니 유입이었다. 그 덕분에 1970년대 후반 한국 경제는 사상 처음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경험했다.

2차 강세장은 1985~1988년의 3저 호황을 등에 업고 현실화했다. 저유가, 저금리, 저원화가치를 배경으로 당시 한국 경제는 단군 이래 최고의 호황을 구가했고, 이 기간 코스피는 752.9% 급등했다.

3차 강세장은 중국 특수를 누리면서 나타났고, 2003~2007년에 코스피는 285.4% 상승했다.

GDP 성장률과 주가지수의 상관성이 낮은 나라도 꽤 있다. 독일은 2023~2024년 GDP가 2년 연속 역성장했지만 DAX지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역시 GDP 성장률의 장기 정체 속에서도 니케이225 지수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움직인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 다르다. 유로와 엔은 준기축 통화이기 때문에 ECB(유럽중앙은행)와 BOJ(일본은행)는 통화가치 유지에 대한 걱정 없이 유동성을 풀어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선진국 중앙은행들과 같은 양적완화 정책 등을 쓰기 힘들다.

또 이들의 지배구조는 한국보다 훨씬 주주 친화적이다. 논란이 많지만 한국은 지배구조 디스카운트가 큰 국가다. 소수 지분을 가진 강력한 지배주주와 다수 지분을 가졌지만 분산돼 있는 소액주주 간의 이해관계 비대칭성이 심하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거시경제의 활력 없이 한국 증시가 레벨업(상승)하긴 힘들다는 생각이다. 다만 한국 증시는 버블은커녕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익과 보유 중인 자산 대비 저평가된 시장이므로 주가지수가 속절없이 하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위와 아래가 막혀 있는, 길게 보면 2007년 이후 나타나는 박스권 장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증시의 레벨업 경로는 펀더멘털의 개선보다 지배구조가 주주 친화적으로 바뀌는 데서 찾아야 한다. 밸류업(가치 증대),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의제들이 부각되는데, 주주 친화적 방향으로 결론이 도출되면 최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증시도 크게 상승할 수 있는 포텐셜(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본다.

펀더멘털에 기반한 장기적인 한국 증시의 예상 경로는 박스권 유지, 지배구조 개선 여지는 답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점 요인이지만 말 그대로 아직은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할 듯하다.

올해도 코스피는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스권 내에서는 하락보다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안 좋은데도 가능할까? 작년에 코스피가 선조정(-9.6%)을 받았다는 점이 기대를 걸게 한다.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이 컨센서스대로 1.7%에 머문다면 역대 6번째로 낮은 성장률이다. 성장률로 보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두려운 마음이 들 수 있다. 올해 예상 성장률보다 부진한 성장세가 나타났던 과거 5차례를 복기해보자.

성장이 부진했던 다섯 해 모두 코스피가 상승했다. 1980년(GDP 성장률 -1.4%, 코스피 +6.9%), 1998년(GDP -5.1%, 코스피 +49.5%), 2009년(GDP +0.8%, 코스피 +49.7%), 2020년(GDP -0.8%, 코스피 +30.8%), 2023년(GDP +1.4%, 코스피 +18.7%)이 그랬다.

경기 둔화가 주식 시장에 호재였을 리는 없지만, 주가가 경기 둔화를 직전 해에 선반영했기 때문이다. 올해 예상 성장률보다 부진한 성장세가 나타났던 해의 직전 연도에는 대체로 코스피가 조정세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1979년 -14.6%, 1997년 -42.2%, 2008년 -40.7%, 2019년 +7.7%, 2022년 -24.9%였다.

이례적으로 2019년 코스피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0년의 경기 후퇴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역병의 발생까지 선험적으로 반영할 수는 없다.

지난 달 칼럼에서 논의한 것처럼 예상되는 달러 약세도 비달러 자산으로서 한국 증시에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여러 가지 약점이 많아 보이지만 올해는 시장을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신영증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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