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리사이틀서 야나체크·풀랑크 등 연주…"우리의 가을·겨울 감성 기대"
임동민 "늘 새로운 음악 연주하고 싶어"…최형록 "치유의 피아니스트 되고파"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고전 시대, 낭만 시대와 같은 큰 틀이 잡혀 있는 시대에서 넘어와 인상주의 등 다양한 사조가 등장하는 시기여서 새로운 장이 열린다는 느낌이 있어요."(바이올리니스트 임동민)
임동민(23) 바이올리니스트와 최형록(31) 피아니스트가 오는 4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공연명은 '새로운 장'(A New Chapter). 공연 제목처럼 야나체크, 풀랑크, 사리아호, 버르토크 등 새롭고 조금은 생소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려준다.
임동민과 최형록이 지난달 28일 예술의전당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번 공연과 각자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대에 올릴 음악들의 공통점은 20세기에, 구체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작곡됐다는 점이다. 격변의 시기, 음악도 낭만주의 시대를 지나 다양한 사조가 튀어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민속 음악의 선율을 차용한 음악들이다.
임동민은 "민속적인 선율을 클래식에 결합해 작곡하는 기법이 많이 발달했다"며 "야나체크와 버르토크는 민속 음악 선율을 수천 개 이상 수집한 사람들로 알고 있다. 그 선율들을 작품에 녹여 결합을 시도한 작곡가들"이라고 설명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만들어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의 경우 작곡가 야나체크가 포탄 소리 등의 환청에 시달리며 작곡했다고 한다. 임동민은 전쟁 소리, 민속풍의 리듬 등 곡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부분을 즐겨달라고 했다.
핀란드 작곡가 카이야 사리아호의 '녹턴'(1994)은 가장 현대 음악으로 꼽히는 곡이다. 그만큼 가장 난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임동민은 "감상을 위해 지식이 딱히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음색, 리듬 등 요소 하나에 치중이 된 작품"이라며 "느끼는 게 각자 다를 텐데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고 일러줬다.
임동민이 대중적이지 않은 곡을 선택한 이유는 20세기 이후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음악이 난해하다'는 지배적인 인식을 바꾸고 싶은 바람으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그리고 역시 현대음악을 좋아하는 최형록 피아니스트에게 제안했다.
임동민과 최형록은 지난해 12월 발매된 KBS 클래식FM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 2' 음반 작업을 같이 하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
최형록은 "(임동민이) 급속도로 호흡이 잘 맞아떨어진, 몇 안 되는 연주자 중 한 명이었다"며 "리사이틀을 준비하면서 서로 잘 맞겠다는 기대가 컸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임동민의) 연주 소리가 서늘하면서 날카롭고 강렬한 에너지가 있었다"며 "저도 따뜻한 봄의 감성이나 여름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둘의 장점이 잘 섞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형록은 자신과 임동민을 각기 가을과 겨울에 비유했다. 그는 "20세기 음악이란 점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내재해 있는 가을과 겨울의 감성이 공연에 잘 녹아들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임동민과 최형록은 현대음악을 좋아한다는 점 외에 부모가 음악과는 관련이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형록은 누나를 따라 피아노 학원에 갔다가, 그의 재능을 발견한 선생님의 권유로 7살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당시 누나가 치던 곡을 악보를 보지 않고 그대로 쳤다고 한다.
임동민도 피아노 학원에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가 우연한 계기에 바이올린으로 방향을 틀었다. 예원학교에 진학했으나 바이올린 연주의 의미를 찾지 못하다가 뒤늦게 바이올린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연주자로 성장해왔다.
최형록은 2019년 센다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21년 쇼팽 국제 콩쿠르 본선에 진출하며 이름을 알렸다. 다수의 협연과 함께 가수인 누나 최해든과 '블리쉬 녹턴'이란 그룹을 결성해 대중음악 음반을 내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임동민은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KBS한전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윤이상특별상을 받았다. 2023년에는 거장 지휘자 정명훈과 네 차례 협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현재 현악사중주단 이든 콰르텟의 일원으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형록에게 피아노는, 임동민에게 바이올린은 어떤 의미일까.
"뒤늦게 깨달은 점인데 피아노는 그 어떤 것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악기인 것 같아요. 솔리스트(독주자)로서도 충분히 그 모습을 어필할 수 있어요. 혼자 하는 것에 대한 외로움은 있지만, 혼자여서 다 할 수 있는 자부심도 공존해요."(최형록)
"바이올린 특유의 예민한 음색이 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한편으론 정적이고 진지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갖기도 하죠. 바이올린이 낼 수 있는 음색의 범위가 엄청 넓다는 점에 끌려요."(임동민)
두 연주자는 앞으로도 듀오 리사이틀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20세기 음악 외에도 다른 시대의 곡을 연주하고 트리오 등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최형록은 탱고 거장 피아졸라 음악을 제안하기도 했다. 피아졸라의 곡은 임동민이 바이올린에 빠지게 된 계기 중 하나인 기돈 크레머의 음반 '8계'에 들어있는 음악이다.
연주자로서 각자의 목표도 들려줬다.
"늘 새로운 음악을 들고 오는 연주자였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진부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 '이 음 다음에는 이렇게 연주하겠네'라며 훤히 내다보이는 연주를 하고 싶지 않아요. 클래식은 실오라기 하나만 달라도 엄청나게 바뀌는 음악이에요. 디테일을 항상 탐구하고 싶어요."(임동민)
"제가 너무 부족한 게 많아서 관객에게 어떻게 비칠지 물음표이긴 한데요, 음악에서만큼은 진심이에요. 계속 집중해서 진심을 전달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고요. 또 팬분들이 제게 '치유의 피아니스트'라고 말씀해주시는데 너무 좋아하는 수식어에요.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주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최형록)
encounter24@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