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최근 서울의 재건축 시장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인기 지역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반면, 비인기 지역에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건설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대형 건설사들이 핵심 지역의 재건축 사업에만 집중하게 된 결과로 분석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과 송파구 잠실의 대형 재건축 사업장은 여러 건설사들이 몰려 경쟁이 이뤄지는 반면,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와 같은 일부 사업장에서는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대림가락 재건축사업은 867가구 규모로, 공사비 4544억원에 달하지만 두 차례 이상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서울 전역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핵심 지역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지역은 외면받는 결과를 낳고 있다. 실제로 서초구 신반포2차는 두 차례 유찰된 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며, 한강변의 산호아파트도 네 차례 유찰된 끝에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결정했다. 이는 대형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철저히 검토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재건축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업계에서는 “도시정비 수주 경쟁은 탈락한 회사가 그간 투입한 금액을 모두 날리는 치킨 게임”이라며, “현재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사업성을 철저히 검토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없어 유찰되는 정비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초구 삼호가든5차의 경우 지난해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곳이 없어 유찰되자, 공사비를 올려 다시 시공사를 찾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 신통기획 1호 사업장인 중구 신당10구역 재개발 사업도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사비가 급격히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진 건설사들은 주요 지역이라도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참여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DL이앤씨와 현대건설, 삼성물산은 서울 핵심 지역과 광역시 정비사업만 수주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한남 4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후, 압구정 2구역과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에서 다시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지난해와 비교해 정비사업 수주 목표액을 크게 확대하며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올해 5조원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집중과 경쟁은 중소 건설사들에게는 더욱 힘든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중소 건설사들은 대형 건설사들 간의 경쟁에서 밀려나며, 재건축 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혀, 중소 건설사들의 생존이 더욱 위협받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서울의 재건축 시장은 대형 건설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지역과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지역으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이는 건설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향후 재건축 사업의 선별적 수주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단순히 시장의 변화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과 사회적 불균형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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