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작년 12월부터 새로운 작업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2년간 정들었던 작업실은 처음으로 월세를 내는 작업실이었고 처음으로 집처럼 아늑한 공간으로 여기게 된 곳이었다. 그 작업실은 채광이 정말 좋았다. 종종 공용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 문제가 있었지만 그리고 작업실에서 하루의 첫 물은 녹물이 나오는 문제가 있었지만 대체로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그런 문제들은 종종 망망대해 같은 삶에 노를 젓는 행위 같았다. 그런 문제들로 겨우겨우 시간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작업실은 이전 작업실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하고 있다. 더 넓고 더 높다. 채광도 좋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수전은 설치를 해야겠지만 아마 물도 더 깨끗할 것 같다. 게다가 새로운 작업실은 예술인들이 그토록 원하는 높은 층고와 흰 벽이 될 수 있는 벽이 있다. 예정된 금액보다 약간 오버되었지만 그 정도는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우리는 이곳을 새로운 작업실로 정하게 되었다. 전체 구조는 다각형에 가까웠지만 하나의 벽이 매우 컸다. 카페로 사용하던 곳이라서 외관이 귀엽고 보통의 미술인 작업실과 달리 바닥이 나무 타일로 되어 있다. 드디어 멋진 작업실을 얻게 된 것이다.
1월에는 사용하던 작업실 공간의 짐을 싸고 치웠다. 청소를 집중적으로 하는 주간에는 거의 매일 20L 쓰레기봉투 하나가 꽉 채워졌다. 매일 버릴 게 있었고 매일 닦을 것들이 있었다. 아무 박스에 아무렇게 있던 작업을 다시 꺼내 보며 ‘이런 작업들이 있었구나’ 새삼스러운 감정으로 짐을 쌌다. 시끄럽게 지지직거리는 테이프를 이사 박스에 붙이고 짐을 포장해 넣고, 다시 박스를 테이프로 닫아 버리는 과정만으로 하루가 잘 갔다. 겨울이라 약간은 추웠기 때문에 그렇게 계속 움직이는 게 차라리 나았다. 다음날까지 약간의 근육통으로 이어지며 매일매일이 하나로 뭉뚱그려졌다. 짐을 내리고 올리며 땅과 닿은 몸 곳곳에는 멍도 들었다. 아주 오랜만이다. 때문에 꽤 힘든 일을 하는 거 같았지만 매일매일이 즐거웠다.
짐을 옮기기 전 2월에는 새로운 곳을 쓸고 닦았다. 오랫동안 공실이었던 곳은 곳곳에 먼지와 거미줄이 많았다. 붓의 뒷부분으로 마법을 부리듯 둥글게 돌리면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것처럼 거미줄이 엉키며 제거되었다. 겨울이라 부르트던 손은 더 거칠어졌고 일주일새 손에는 새로운 상처들이 생겼다.
이곳저곳을 쓸고 닦고 가장 큰 벽을 흰색 페인트로 칠했다. 흰색 페인트칠을 한 벽은 웬만한 전시장보다 깔끔하고 넓었다. 자랑스러운 흰색 벽을 보며 우리는 행복했다. 어떤 그림이 걸려도 멋질 준비가 된 것이다.
그렇게 2월에 우리는 이사를 했고 완전히 짐을 모두 옮겼다. 작업실은 이사 이후 단 이틀 만에 자리를 잡았고 몇 가지의 큰 설치를 제외한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다. 다 정리하고 보니 작업실이 무척 넓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내가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이전의 작업실에서 그랬듯이 우리의 짐과 작업은 2년 동안 또 늘어날 것이다. 이곳을 꽉 채우게 되면 이제 나가는 것이 더 힘들어질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의 짐을 보며 약 몇 년간 작가로 살아왔고 또 몇 년간 작가로 살게 될 것을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굴리며 올해는 모두에게 중요한 한 해가 될 거 같다는 말을 떠올렸다. 만족스러운 작업실은 매일 조금씩 더 따뜻해지고 있다. 다음 주에는 날도 많이 풀린다고 한다. 곧 다른 이들과 함께 공간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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