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3주년을 앞둔 지난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및 평화를 이룰 수 있다면 자신은 대통령직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 답변 중 "내가 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그럴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과도 맞바꿀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주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를 향해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비난한 뒤 나온 발언이다.
23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그 발언에) 불쾌하지 않았으나, 독재자라면 불쾌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2019년 5월 민주적 선거로 선출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은 현재 우크라이나의 안보에 집중하고 있으며, 10년 동안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법상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공 이후 내려진 계엄령 기간에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
한편 유럽연합(EU)과 세계 지도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안보 보장을 논의하고자 24일 키이우로 향할 예정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EU 이사회 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 등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해당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 문제가 "안건으로 다루어질" 예정이긴 하나,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자신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이 "전환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자신은 이 미국 대통령을 단순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중재자보다는 우크라이나의 파트너로 보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진심으로 단순한 중재 그 이상이길 … 바란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 지도자들이 전쟁 종식 회담에서의 우크라이나 배제를 우려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한편 기자회견 중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광물 거래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와 미국 관리들이 해당 거래와 관련해 연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는 "우리는 나눌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전쟁을 끝내도록" 확실히 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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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관리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이 열리기 몇 시간 전, 러시아는 이번 전쟁 발발 이후 단일 공격으로는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유리 이그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22일 밤 러시아 드론 267기가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단일된, 조직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기록"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지 긴급 구조 당국에 따르면 13개 지역이 표적이 되었으며, 다수의 드론이 요격되었으나 기반 시설이 일부 파괴되었으며, 최소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총 138기가 격추되었으며, 미끼 드론 119대도 전파 방해로 인해 별다른 피해 없이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세로 우크라이나에는 6시간 동안 공습경보가 발령되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주 기준 러시아가 드론 총 1150개, 폭탄 1400개, 미사일 35개를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22일 밤 발생한 러시아의 공세에 대응한 자국의 긴급 구조 서비스 당국에 감사를 표한 그는 "지속적이고 정의로운 평화"를 위한 유럽과 미국의 지원을 촉구했다.
올레나 젤렌스카 영부인은 X에 "드론 수백 대"가 밤새 "죽음과 파괴"를 가져왔다고 적었다.
"폭발이 일어나고, 집과 자동차가 불타고, 기반 시설이 파괴되는 또 다른 밤"이었다는 젤렌스카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을 위해 기도하던 도 다른 밤"이였다고 덧붙였다.
24일이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3년째에 접어든다.
현재 종전에 대한 우크라이나, 유럽 동맹국, 미국의 비전이 서로 엇갈리면서 잠재적인 평화 협정을 둘러싼 외교적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대표단 없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예비회담을 진행했으며, 이에 대응해 유럽 지도자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급히 모여 의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지배하는 "허위 정보의 공간 속에 살고 있다"며 자국이 미-러 회담에서 배제된 상황을 비난했으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는 "독재자"라며 대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에,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7일에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다.
영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철통같은 지원"을 거듭 강조하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스타머 경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주권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 성명을 통해 전쟁 3주년은 "인류 전체에 고통스럽고 부끄러운 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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