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세 번째 전장, 자궁절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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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세 번째 전장, 자궁절제술

투데이신문 2025-02-23 09:10:00 신고

ⓒ도서출판 갈무리
ⓒ도서출판 갈무리

장기가 중요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 순간부터 저의 필사적인 저항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자궁절제술을 겪은 여성과의 이야기를 통해 자궁절제술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전히 수술에 관해서는 거의 알고 있는 것이 없었지만, 저는 이 수술이 제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중대한 수술이며 부정적인 결과가 다분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제가 완경에 접어든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수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여전히 저를 비난했습니다.

― 증언, 219쪽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자궁절제술은 여성의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로, 여전히 가장 흔하게 시행되는 부인과 수술 중 하나다. 자궁을 통째로 제거하는 것은 여성 신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외과수술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에만 처방되는 최후의 방법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캐나다에서는 2024년 10월 기준 60대 이상 여성의 3분의 1이 자궁절제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궁절제술을 받은 여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였다. 인도에서는 여성들이 생리 기간 중에도 일하도록 만들기 위해 자궁절제술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미국 이민자 수용소에서는 여성 수감자들의 동의 없이 자궁절제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고발도 나왔다. 이렇듯 자궁절제술이 남용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사상가이자 활동사인 마리사로사 달라 코스따는 출산과 임신중지라는 첫 번째, 두 번째 전투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는 여성들이 이제는 자궁절제술이라는 세 번째 전장을 위해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달라 코스따는 여성의 몸이 단순히 생물학·의학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통제와 착취를 둘러싼 투쟁이 벌어지는 전장이라고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자궁절제술’은 여러 사례에서 강제적이고 비자발적인 방식으로 수행돼 왔다는 점에서, 여성의 재생산권을 박탈하는 대표적인 ‘폭력’이라고 강조한다.

달라 코스따는 1998년 자궁절제술 남용에 대해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법률, 의료, 법의학 전문가의 글과 자궁절제술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증언을 모아 책을 출판했다. 그리고 26년 만에 <세 번째 전장, 자궁절제술> 이라는 제목으로 한국 독자들을 찾아왔다.

제목의 ‘세 번째 전장’이라는 표현은 편저자 달라 코스따가 와병 중에 보내준 편저자 한국어판 서문에서 착안했다. 달라 코스따는 “1970년대에 우리는 출산과 임신중지의 문제를 거대한 사회운동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승리”했지만 “여성의 몸이 ‘삶의 여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세 번째 위대한 전투인 자궁절제술에 대항하는 투쟁에서도 승리하기 위해 다시 한번 대비해야 한다”고 썼다.

책은 “이미 자녀가 셋이나 있으시잖아요?”, “당신 나이에 자궁이 꼭 필요할까요?”, “밖에 다니는 50대 여성의 세 명 중 한 명은 자궁이 없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등 의사들이 특정 나이가 된 여성들에게 자궁이 쓸모없다고 주장하며 절제술을 강요하고 있는 여러 증언을 소개한다. 이러한 접근 이면에는 여성을 단지 아이의 생산자이자 인류 번식을 위한 기계로 보는 관점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달라 코스따는 환자와 모든 인간에게는 자신의 몸과 치료법의 문제에 관해서 가능한 선택지들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고지받고 결정할 주권이 있으며, 의사들은 불필요한 자궁절제술(그리고 난소절제술)로써 환자의 근본적이고 명백한 인권 즉 자기 신체의 완전성을 보호할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자궁절제술 남용이나 강제불임 같은 사례는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의 재생산권 자체가 쉽게 무시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도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 책을 계기로 ‘여성해방은 곧 사회 전체의 해방이며, 모두가 함께 바꿔나갈 과제’라는 통찰을 얻고, 일상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나갈 실천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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