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극 중 마셜은 극단 종교 세력 자본을 등에 업고 행성 개척단을 모집해 4년간 우주 비행에 나선 정치인으로, ‘원 앤 온리’(One & Only)라는 슬로건과 추종자들을 앞세워 우주 비행선을 독단적으로 이끄는 사실상 ‘독재자’다.
‘휴먼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죽어도 되살아나는 주인공 미키에게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요하고 ‘나’와 다른 생명 집단을 말살시키려는 이 캐릭터는 런던 프리미어와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외신으로부터 전 세계 각국의 여러 정치인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마셜이 공격을 받는 후반 특정 장면은 지난해 선거 유세 중 벌어졌던 트럼프 총격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2022년 완성된 영화이며 이후 추가 촬영한 것도 없다”며 현재 집권하고 있는 특정 정치인들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외신에서는 제가 방 안에 예언하는 크리스털 볼을 두고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한다”고 파안대소하며 다만, 히틀러나 무솔리니 등 “역사 속 유명 독재자들”을 떠올렸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영화 ‘미키 17’ 마셜 스틸,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마셜 캐릭터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를 연기한 마크 러팔로에게 있다. 마블 히어로 ‘헐크’ 등 영화에서 정의롭고 선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온 마크 러팔로는 이번 영화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 악역을 맡았다.
마크 러팔로는 “이 배역이 내게 들어온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랐다. 내가 이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할 때 봉 감독은 나를 믿어줬다”며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보며 특정 정치인이 아닌 우리가 역사상 봐온 수많은 째째하고 그릇이 작은 독재자들을 모두 떠올리길 바란다”고 했다.
봉 감독은 “굉장히 위험한 발언일 수 있지만 독재자들에게는 이상한 매력이 있다. 무섭게 보인다고 독재자가 되는 건 아니다. 그들의 위험한 매력 때문에 골수 지지자가 생기는 것”이라며 “마크 러팔로는 그런 매력을 표현해 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