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향의 책읽어주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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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정말 오랜만에 서울대 미술관을 찾았다. 근처에 일이 있어 갔다가 들렀다. 지난 전시 <예술, 보이지 않는 것들의 관문> 이 좋았는데, 못봐서 아쉬웠다. 특히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던지는 전시소개 글이 참 좋았다. 예술,>
이번 전시는 《무기세》라는 제목이다. 역시 시대적 사유가 깊은 전시 서문을 읽으니 무슨 의도로 꾸려졌는지 알겠다. 무기에 관련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에 반대하는 시대적 인식을 하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인류를 기후위기의 동일한 주범으로 묘사하는 '인류세' 담론의 오류 안에 들어가는 '자본세' 개념처럼, '무기세'도 같은 맥락이란다. 작금의 군사주의적 문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개념이다.
허보리 작가의 첫작품을 보는 순간부터 알 수 있다. 헝겊으로 만든 거대한 탱크와 총이다. 마침 함께 갔던 남편은 왕년에 공부했던 무기학 지식을 내뿜었다. 오래전이지만 장교시절 알았던 각종 무기들을 면밀하게 알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거울처럼 비춰지는 금색 은색 철판에 총알 흔적이 남아 있는 최재훈의 <나의 역사적 상처> 다. 마치 내 몸에 총알의 흔적이 남은 듯 직관적으로 강렬하면서도, 은유적이다. 실제로 스테인레스 스틸에 실탄을 사격한 작품이란다. 거울 같은 스테인레스 스틸 앞에 서면 총알 흔적으로 인해 내얼굴이 찌그러져 보인다. 슬픈 자화상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나의>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이나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통을 무기로 재해석한 노영훈 작가의 비틀기, 꽃 속의 잠복병을 숨겨 놓은 이용백 작가, 성삼위 붉은 제단과 무기를 기계화 한 밈모 작가의 은유도 흥미로웠다. 전쟁이 가져다 주는 폐허와 슬픔, 비관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섹션들에서 참담한 미래는 공포가 느껴진다. 무기를 무력화 시키는 경종이 전시의 목적이겠으나, 여기에 미학적 가치와 은유적 메시지를 발휘하는 작품들과 함께 시대와 예술을 탐구하는 시간이었다.
"무기는 지배자, 강자의 힘의 근거다. 권총이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면, 그 무기를 무너트리고 싶은 강자와 상대적인 약자에게 사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예술의 힘은 무엇인가? ‘무기를 들지 않을 수 있는 힘’이라고, 자크 엘륄은 말한다. 일반적인 무능력 (unpuissance)과는 다른 선택된 비능력 (non puissance), “힘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의 생명을 방어하기 위해서조차 그 힘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사람에 의해 내려진 의지적 결단이다.” 나치의 처형대 위에서 디트리히 본회퍼가 신에게 요청했던 바로 그 힘이다. 이것이 무기의 힘과 상반되는 힘이다. 예술의 힘이 이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참여작가
강용석, 강홍구, 권기동, 노영훈, 레지나 호세 갈린도, 밈모, 박진영, 방병상, 방정아, 안성석, 오제성, 이용백, 진기종, 최재훈, 투안 앤드류 응우옌, 폴 샴브룸, 하태범, 허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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