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은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 인상으로 발생한 손실이 작지 않았다. 그나마 3분기까지 양호했던 실적이 환차손에 따른 손실을 상쇄하며 전체 실적을 방해했다.
환차손으로 발생한 비이자이익 감소분을 크게 상쇄해 준 건 중소기업 대출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답게 중기 지원 확대로 대출자산을 늘려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건전성 관리 부담은 높아지게 됐지만 기업은행으로서는 존재 목적인 중소기업을 외면하지 않은 셈이다. 기업은행은 올해에도 중소기업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전년比 0.1% 감소
기업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6738억원으로 전년 대비 0.1%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이 역성장한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실적에는 비이자이익 영향이 컸다. 이전에도 개선돼야할 부문으로 꼽혀온 비이자이익이 지난해 또 기업은행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지난 2023년애는 김성태 행장이 비이자 강화를 위한 외부 컨설팅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는 4분기 환율 변수에 따른 영향이 컸다. 하반기 달러 강세로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관련 손익인 유가증권관련손익이 크게 하락한 게 주요 원인이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연결기준 비이자이익은 2421억원으로 전년 대비 62.7% 하락했으며 4분기 별도 기준 적자전환했다.
유가증권관련손익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전년 대비 36.6% 하락했으며 4분기 별도로는 적자전환했다. 불과 전분기까지는 누적기준 6699억원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7.6% 정도 줄어든 수준이었으나 4분기에 급격히 감소하게 됐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0.59%와 8.13%로 각각 전년 대비 0.02%p, 0.62%p 감소했다. 그룹의 순이자마진(NIM)은 같은 기간 0.09%p 하락했다.
환차손 부담 상쇄한 중소기업대출
그럼에도 기업은행에 대해서는 지난해 실적이 역성장했다는 분석 못지않게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환율 인상으로 비이자이익이 크게 하락하고도 연결 순이익은 0.1% 하락하는 데 그쳐서다.
더욱이 은행 별도 순이익은 지난해 1.4% 개선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은행 별도 당기순이익은 4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6% 감소했지만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2조4463억원을 거두며 올랐다.
기업은행이 환차손 타격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할 수 있던 주요 요인으로 중소기업대출이 꼽힌다. 정부의 5대 중점전략분야 등 유망산업에 대한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중기대출 성장의 동력을 확보했다는 게 기업은행 설명이다.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시장점유율은 23.65%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다. 중기대출은 기업은행 대출에서 82.2%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잔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247조1920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2.1% 증가했고 대기업·공공·기타대출은 7.4% 줄었다.
중기지원 확대에 따른 건전성 우려
기업은행이 경기 흐름에 민감한 중기대출을 대거 취급하고 있는 데다 예금 및 채권발급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자산 및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항상 뒤따른다.
지난해 기업은행 별도 총수신 잔액은 357조3110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다. 그중 기업자유예금과 저축예금, 요구불예금인 핵심예금과 수시 입출금식 예금(MMDA) 등을 포함한 예금 잔액은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또한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대출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인 중금채 비중은 지난해 58.7%로 1년새 0.9%p 늘었다. 중금채 총잔액은 180조9600억원으로 그중 44%가 시장조달 중금채다.
안정적인 중기지원을 위해서라도 건전성 관리는 기업은행에 필수다. 지난해 은행 별도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1.32%로 전년 대비 0.27%p 늘었다. 연체율도 0.80%로 같은 기간 0.20%p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기업은행의 대손비용률은 전년도에 선제적으로 추가충당금을 적립한 효과로 0.21%p 줄어든 0.47%를 기록했다. 대손비용률은 대손비용을 총여신 평균잔액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자산건전성이 양호함을 나타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건전성 관리 계획을 묻는 더리브스 질의에 “조기경보 및 신용위험 특별점검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적시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NPL 감축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건전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충당금 잔액을 고려할 때 손실흡수능력은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지민 기자 hjm@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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