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나이듦을 다룬 책을 만난 적이 있던가. 여기 50대 트렌스젠더 소설가 김비가 내어놓은 몸에 관한 이야기, 혼란스럽고 기뻤던 지난 시간들을 회고한 몸 횡단기가 있다. 저자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가로지르며,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삶을 꿈에 그리면서 오랫동안 ‘트랜스젠더 시민권’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책은 주어진 몸과 싸워온 긴 투쟁과 성전환 수술 후 마주한 혼란과 설렘, 그 어떤 몸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넘어서는 진실된 욕망을 마주한다. 무차별하게 이루어지는 우리 사회의 폭력에도 도망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맞서며 오롯이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자긍심과 함께. 혼란에 빠진 이가 기어코 구해낸 기쁨을 목격할 기회다.
■ 혼란 기쁨
김비 지음 | 곳간 펴냄 | 210쪽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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