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만 25만 부 팔린 베스트셀러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웅진지식하우스·2023년 11월 24일 출간)의 저자 패트릭 브링리(42)의 얘기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독자 강연 뒤 이데일리 기자와 만난 브링리는 “인생이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라”며 치열하게 사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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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명 주간지 ‘뉴요커’ 마케팅 담당자였던 그는 2008년 25살 때 형을 암으로 잃은 뒤 직장을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 경비원이 됐다. 책은 뉴욕 맨해튼 고층 빌딩에서 벗어나, 제복(유니폼)을 입은 채 예술 작품 속 가만히 서서 보낸 10년의 애도 여정을 담았다.
브링리는 남들이 다 아는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미술 작품을 보는 걸 좋아했다. 또 경비 일은 정직하고,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일”이라면서 “그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좋아할 줄 알았다. 실제로 즐겼고, 평화와 위로를 얻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경비원으로 일한 10년 동안 아무것도 성취하지 않았다.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한 것. 아무 것도 손에 넣지 않고, 고개 들어 미술품을 보거나 때론 사람들을 관찰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고 했다. 브링리는 “그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미술품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작고 미미하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한편으론 ‘이 모든 명작을 만든 게 우리와 같은 인간’이란 사실에 자부심도 생긴다”며 “예술을 공부하는데 그치기보다 예술로부터 배우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책은 처음 출간한 미국 현지보다 국내에서 더 많이 팔렸다. 유독 한국 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를 묻자 “나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브링리는 “책에서 다룬 상실과 아름다움, 예술에 대한 태도와 애도라는 주제에 한국 독자들이 많이 공감해주더라. 삶의 속도를 늦추고, 정말 중요한 것을 찾는 여정에 화학 반응을 일으킨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뉴욕의 작은 아파트에서 책을 쓰면서 ‘내 이야기에 누가 공감이나 해줄까’ 싶었는데, 7000마일 떨어진 한국까지 오게 됐다”며 “혼자 고독 속에서 쓴 책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수많은 사람들과 깊숙이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줘 고맙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족 혹은 친구, 또는 뭔가를 상실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친절하고 따듯하라.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통인 사람들도 있다. 비단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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