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주술에 빠진 한반도 정치…‘자기의식·통찰력 부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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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명문장] 주술에 빠진 한반도 정치…‘자기의식·통찰력 부재 탓’

독서신문 2025-02-07 09:35:00 신고

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황제에서 서민까지 주술에 걸리지 않은 이가 드물었다. (…) 그들은 왜 주술에 걸렸을까? 그것은 분명 병이다. 병임을 알고도 통치자들은 주술용 ‘주문’을 만들었다. _ 1장

고려의 비보술이 폐기되고, 풍수술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태종 때 시작되었다. 이후 세종, 세조, 성종 등은 모두 풍수로 관심을 돌렸다. 그로부터 66년 후인 성종 16년(1485년) 비보술이 잠깐 등장하지만 바로 폐기된다. 이러한 택일 비보가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조선왕조조차도 공식적으로 부정한 택일 비보술이다. 그 사회사적 배경은 무엇일까? _ 1장

한국의 지식인과 지도자들이 가졌던 전통사상에 대한 무시나 무식(특히 오리엔탈리즘적 태도)의 빈틈을 천박한 무속인들이 파고든 결과이다. 또 택일을 믿는 대선후보들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의식과 뚜렷한 소명의식, 그리고 국가와 사회 전반에 대한 카리스마 있는 통찰력의 부재로 인한 자신감 결여 탓이다. _ 1장

지금의 용산 대통령실 터는 과거 공동묘지였다. 남산 지맥이 이곳을 거쳐 와서 터로 이어지는 중간지맥이다(일제 강점기에 작성된 지적도에서 확인 가능). 1914년 이 언덕(현 대통령실) 아래 남쪽으로 제9사단 야포병 제9연대 제1중대가 들어섰다. 즉 일본 총독 관저도 아니고 일본군 본부도 아닌 말단 중대본부 터였다(총독 관저는 1939년 현재의 청와대 터로 옮김) _ 5장

이러한 터는 용(龍)이 지나가는[過] 곳이라 하여 ‘과룡(過龍)’이라 부른다. 풍수술사들은 “처음에 성공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실패하는 땅”이라고 말한다. ‘선득후실(先得後失)’, ‘속성속패(速成速敗)’의 땅이다. _5장

이 책에서 필자는 풍수학인의 관점에서 어떻게 비보술과 풍수술이 다른가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또 비보술이 실체 없는 주술이자 기만임을 밝혔다. 주술에 빠진 권력자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물론 모두 주술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고려의 오연총, 이지저, 정습명에서 조선 말 지석영, 안효제에 이르기까지 소수의 지식인은 주술이 ‘난망지도’임을 임금에게 간언하였다. 그러한 이성의 소리는 지극히 적었고 작았다. 주술을 깨뜨리지 못했다. _ 맺음말

왜 지금도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점을 치고, 관상을 보고, 굿을 하는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 위로는 왕에서 아래로는 백성에 이르기까지, 배운 자에서 배우지 못한 자에 이르기까지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언론과 방송조차 ‘준엄한 비판’ 없이 일상생활의 일부로 소개한다. 주요 일간지에 게재되는 「오늘의 운세」가 대표적이다. _ 맺음말

주술은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신(神)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유다. 권력자에게는 통치를 위해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실존이 불안한 인간에게는 신도 필요하고 부적도 필요하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부합한다. 왕과 국가는 당대 석학을 동원하여 주술을 날조한다. 한반도 역사에서 대표적인 것이 ‘도선 국사’다. _ 맺음말

고려 이래 주술에 저항하여 모욕을 당한 지식인들, 주술에 걸려 희생된 사람, 주술로 한평생 헛된 삶을 산 분들께 이 책을 바친다. _ 맺음말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 -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가 파헤친 한반도 천년 주술 전쟁
김두규 지음 | 해냄 펴냄 | 356쪽 | 25,000원

[정리=유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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